어린 시절의 꿈을 향한 할아버지의 모험 '업'
기쁨과 슬픔의 소용돌이 '인사이드 아웃'
망자의 날, 죽은 자의 땅에서의 여정 '코코'
탄생 전 영혼의 불꽃 찾기 프로젝트 '소울'

사진=
사진=영화 '업', '인사이드 아웃', '코코', '소울' 포스터

[문화뉴스 임효정 기자] 어른들을 위한 힐링 애니메이션 영화는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

보통 애니메이션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마련이지만, 의외로 현실에 지친 어른들에게 순수한 애니메이션이 힐링의 요소로 자리 잡기도 한다.

이런 점을 고려해 어른들을 타깃으로 하여 잔잔한 위로를 전달하는 애니메이션 영화도 많이 등장하는 추세다.

디즈니·픽사의 어른을 위한 힐링 애니메이션 영화 4편을 소개한다.

업 (Up, 2009)

사진=영화 '업' 스틸컷
사진=영화 '업' 스틸컷

영화 '업'은 디즈니와 픽사 최초의 3D 디지털 애니메이션이다. 동시에, 애니메이션 사상 최초 칸 개막작으로 선정된 작품이다.

'업'의 주인공은 성격이 까칠한 할아버지 '칼'으로, 어린 시절부터 파라다이스 폭포를 횡단하는 모험가를 꿈꿨던 그는 같은 꿈을 가진 '엘리'를 만나 결혼하게 된다.

세월이 지나도 두 사람의 꿈은 변하지 않았지만, 현실적인 문제들로 인해 노인이 되어서야 파라다이스행 티켓을 끊게 된다. 그러나 엘리는 먼저 세상을 떠나고 칼은 혼자가 된다.

이후 그의 집 주변은 전부 개발되고, 공사장 인부와 우체통으로 실랑이를 벌이던 칼은 지팡이로 인부의 머리를 가격해 집에서 퇴거 당하고 양로원으로 보내질 위기에 처한다.

이를 계기로 칼은 집에 수천 개의 풍선을 매달아 평생을 꿈꾸던 파라다이스 폭포로 모험을 떠난다.

사진=영화 '업' 스틸컷
사진=영화 '업' 스틸컷

칼의 모험에는 초대받지 않은 손님이 있었는데, 바로 8살 야생 탐사대원 '러셀'이다.

야생 탐사대 배지를 모으던 러셀은 남은 경로 봉사 배지를 얻기 위해 동네 할아버지인 칼에게 집요하게 부탁하던 와중 얼떨결에 파라다이스 폭포로의 모험에 동행하게 된다.

칼의 모험에는 호기심 왕성한 꼬마 러셀뿐만 아니라 형형색색의 괴상한 새, 말하는 개까지 합류한다.

영화 '업'은 2010년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애니메이션상과 음악상을 수상했으며, 같은 해 제8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최우수작품상 후보에 노미네이트되었다.

'업'의 스토리는 어른에게 공감을 주는 내용이 많다. 영화에서 칼은 인생의 진정한 모험이 먼 여행이나 위대한 성취를 통해서가 아니라 일상 속에서 가족, 친구와 맺는 관계를 통해 이뤄지는 것임을 깨닫는다.

관객들은 칼의 삶에서 아내와 나눴던 사랑, 소년 러셀과 새롭게 키워가는 우정을 통해 큰 감동을 느낄 수 있다.

인사이드 아웃 (Inside Out, 2015)

사진=영화 '인사이드 아웃' 스틸컷
사진=영화 '인사이드 아웃' 스틸컷

영화 '인사이드 아웃'은 제73회 골든글로브 시상식과 제88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장편 애니메이션상을 수상하며 그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인사이드 아웃'의 주인공 '라일리'를 비롯한 모든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감정 컨트롤 본부가 존재한다. 그리고 이곳에서는 '기쁨', '슬픔', '버럭', '까칠', '소심'이라는 다섯 감정들이 일한다.

다섯 감정들은 라일리가 보고 느낀 것을 바탕으로 감정을 만들고, 그 감정을 기억으로 저장시키는 역할을 한다.

어느 날 고향을 떠나 이사를 가게 되어 적응해야 하는 라일리를 위해, 다섯 감정들은 어느 때보다 분주히 노력한다. 

그 과정에서 기쁨과 슬픔은 한순간의 우연한 실수로 감정 컨트롤 본부를 이탈하게 된다.

사진=영화 '인사이드 아웃' 스틸컷
사진=영화 '인사이드 아웃' 스틸컷

본부를 벗어난 감정들과 본부에 남은 감정들 전부 최선을 다해 노력하지만, 그럴수록 라일리는 마음속에 큰 감정의 기복을 겪고 평소와는 다른 일탈 행동을 하게 된다.

라일리가 예전의 행복한 모습을 찾기 위해서는 기쁨과 슬픔이 본부로 돌아가야 하는데, 이들은 끝이 없는 기억 저장소에서 길을 찾아 헤맨다.

영화 '인사이드 아웃'을 전체적으로 이끌어가는 것은 기쁨과 슬픔 두 캐릭터의 모험이다.

주인공의 기분을 주로 통제하며 언제나 행복만을 추구하고 다른 감정을 부정하던 기쁨이, 자신의 이면에 존재하는 슬픔을 마주하는 과정은 관객들에게 큰 울림을 전달한다.

사람들 내면의 모든 감정은 결코 우열을 가릴 수 없으며, 저마다의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에 조화를 이룰 수 있다는 영화의 주제의식은 어른들에게도 교훈을 남긴다.

코코 (Coco, 2018)

사진=영화 '코코' 스틸컷
사진=영화 '코코' 스틸컷

영화 '코코'는 멕시코의 12살 소년이 고대의 신비한 존재들을 만나 운명을 변화시키는 이야기를 담는다. 이 작품의 배경이 되는 망자의 날은 멕시코 고유의 명절이다.

명절 기간 동안 세상을 떠난 이들의 제사를 지내며 추모한다. 이때 해골 인형과 주황색의 꽃잎으로 집안을 장식하고 해골 분장을 한 채 거리에 나오기도 하는데, 이런 풍습이 영화의 중요한 모티브가 된다.

멕시코의 작은 마을에 사는 '미겔'의 집안은 대대로 신발 만드는 일을 해왔다.

이들은 특이하게 음악을 즐기는 걸 금지하는데, 그 이유는 미겔의 고조할아버지가 음악을 위해 고조할머니와 어린 딸 '코코'를 버리고 가족을 떠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겔은 가업을 잇는 것에는 관심이 없고, 자신의 우상인 가수 '에르네스토'를 통해 영감을 얻으며 음악에 대한 열정을 품지만 온 가족이 그에 반대한다.

사진=영화 '코코' 스틸컷
사진=영화 '코코' 스틸컷

미겔은 우연히 전설적인 가수 에르네스토의 해골 무늬 기타를 발견하는데, 망자의 날에 죽은 이의 물건을 건드려서 유령이 된다.

이후 죽은 자의 땅에 들어가게 된 미겔은 에르네스토를 찾기로 결정한다.

영화 '코코'는 제75회 골든글로브와 제90회 아카데미를 비롯한 다양한 시상식에서 수상한 바 있다. 또한, 픽사 애니메이션 중 백인이 주인공이 아닌 첫 장편 영화이기도 하다.

사실 이 작품은 성인에게도 자칫 무겁게 느껴질 수 있는 가족의 죽음을 주제로 다룬 영화다.

하지만 멕시코의 밝은 사후 세계관을 통해 흥겨운 음악과 열정을 담은 꿈, 그리고 가족애를 결합해 죽음이라는 소재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떨쳐냈다는 점에 큰 의의가 있다.

소울 (Soul, 2021)

사진=영화 '소울' 스틸컷

영화 '소울'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들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뉴욕 거리에서 우주로 이어지는 여정을 그린 작품이다.

주인공 '조 가드너'는 재즈 뮤지션 데뷔를 꿈꾸는 시간제 음악 교사다. 그는 오디션에서 유명 재즈 음악가 도로시에게 실력을 인정받고, 그의 공연에 함께할 기회를 얻게 된다.

하지만 너무 기뻐서 날뛴 나머지 맨홀에 빠지게 되고, 정신을 차린 이후 조는 영혼 상태로 저승길에 오른다.

그는 죽음을 거부하고 탈출하려다 탄생 전 영혼들이 있는 '태어나기 전 세상'에 가서 사고뭉치 영혼 '22'의 멘토가 된다.

22는 수천 년 동안 지상에 내려가는 것을 거부한 영혼으로, 그에게는 불꽃이라고 불리는 열정이 결여되어 있었다.

사진=영화 '소울' 스틸컷
사진=영화 '소울' 스틸컷

조는 탄생 전 영혼이 인간의 속성을 갖춰야 하며, 이를 채우면 주어지는 '지구 통행증'을 통해 지상으로 내려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영혼 22의 멘토가 된 조는 그의 불꽃을 찾아주는 조건으로 지구통행증을 달라는 제안을 하고, 그 과정에서 22와 함께 영혼 상태로 지구로 내려가게 된다.

하지만 엉뚱하게도 22는 조의 육체에, 조는 그 옆에 있던 치료용 고양이의 몸으로 들어간다.

영화 '소울'도 제78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을 비롯해 제93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장편 애니메이션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는 소중한 삶의 순간순간 자체에 집중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함으로써 관객들에게  삶의 기쁨을 일깨워주고 위로를 준다.


앞서 소개한 영화들은 모두 아름다운 그래픽과 감동적인 이야기를 통해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애니메이션 작품이다.

또한, 현실에서 우리가 겪는 다양한 감정뿐만 아니라 인간의 삶과 죽음처럼 철학적인 주제까지 다루며 생각의 폭을 넓혀주기도 한다.

영화 '업', '인사이드 아웃', '코코', '소울'을 감상하며 일상 속 스트레스와 현실의 문제를 잠시나마 잊고 내면의 여유를 가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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