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뱀파이어 소설 둘러싼 두 남자 이야기
매혹적 미장센과 넘버
익숙해진 설정, 전개는 아쉬움
8월 27일까지 서경대 공연예술센터 스콘2관

사진=뮤지컬 '더 테일 에이프릴 풀스' 공연 장면 / 쇼노트 제공
사진=뮤지컬 '더 테일 에이프릴 풀스' 공연 장면 / 쇼노트 제공

[문화뉴스 장민수 기자] 미장센도 인물도, 기막히게 매혹적인 분위기를 자랑하는 뮤지컬 '더 테일 에이프릴 풀스'다. 

'더 테일 에이프릴 풀스'(이하 '더 테일')은 최초의 뱀파이어 소설 '뱀파이어 테일'을 둘러싸고 벌어진 존 윌리엄 폴리도리와 조지 고든 바이런의 저작권 논쟁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2022년 3월 초연 이후 약 1년 만에 재연 무대를 펼치게 됐다.

일단 분위기로 반은 먹고 들어가는 작품이다. 특히 무대 디자인과 조명의 활용이 인상적이다. 다락방의 통창, 곳곳에 놓인 고풍스런 소품과 거울이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또한 조명을 통해 꿈과 현실, 낮과 밤의 경계를 그려낸다. 조명이 이야기, 캐릭터와 어떻게 상호작용하며 변화하는지 감상하는 것도 숨은 재미다.

사진=뮤지컬 '더 테일 에이프릴 풀스' 공연 장면 / 쇼노트 제공
사진=뮤지컬 '더 테일 에이프릴 풀스' 공연 장면 / 쇼노트 제공

음악도 매혹적이다. '카슈미르의 나비'를 비롯한 넘버들은 천천히 곱씹으며 음미하기 좋다. 현악기를 활용한 드라마틱한 멜로디에 시적인 대사가 얹히니 감정적으로 다가오는 바가 크다.

소설과 현실을 오가며 펼쳐지는 이야기에는 전반적으로 모호함의 정서가 깔려있다. 소설의 진정한 주인은 누구인지,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거짓인지. 그 불확정성이 몰입도를 높인다. 두 인물의 심리적 관계 역시 그렇다. 동경과 증오, 우정과 사랑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오가며 긴장을 붙든다.

인물의 감정에 대한 공감이 곧 메시지인 작품이다. 그런 만큼 배우들의 역량도 중요하다. 이번 시즌은 존 역에 최석진, 현석준, 홍승안, 황순종, 바이런 역에 주민진, 박정원, 손유동이 참여한다.

사진=뮤지컬 '더 테일 에이프릴 풀스' 공연 장면 / 쇼노트 제공
사진=뮤지컬 '더 테일 에이프릴 풀스' 공연 장면 / 쇼노트 제공

이 중 황순종은 동경과 증오, 사랑과 우정 사이 감정적 혼란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박정원 역시 자신감 넘치는 겉모습에 반해 불안을 간직한 바이런을 통해 존과 관객 모두를 유혹한다. 두 배우의 케미도 훌륭한 편.

여러 가지로 매력적인 작품임에는 틀림 없지만, 창작 작품에 기대하는 신선함은 크지 않은 듯하다. 뱀파이어라는 소재 자체도 대학로 단골임에 더해, 두 남자의 사랑과 우정 사이를 그려내는 것도 이제는 흔해진 설정. 

'더 테일'에 가장 크게 기대되는 차별점이라면 저작권 논쟁과 관련한 부분일 것 같다. 그러나 치열한 논리 싸움보다 뻔한 감상으로 흘러가는 것 같다. 또한 사전 배경 설명이 다소 부족해 인물 사이 공감이 쉽지 않다는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한편 '더 테일'은 오는 8월 27일까지 서경대학교 공연예술센터 스콘2관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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