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군무원 총기 지급에 '전쟁 포로'와 '생존권·자위권 보호' 명분 내세워
국제기구 국제법 전문가, "군무원은 국제법상 민간인… 포로 될 수 없다"
전투·작전 참여하면 모든 보호 상실… 군복·총 소지만으로 공격받을 수 있어
국방부, 군무원 총기 및 군복 지급 여전히 추진 중

사진 = 국방부 청사 앞에서 태극기(중)와 국방부(좌), 합참(우) 깃발이 나부끼고 있다 / 국방부 / '대한민국 군무원', '민간인'과 '군인' 상황에 따라 다른 신분 … '보호받을 권리' 어디로?
사진 = 국방부 청사 앞에서 태극기(중)와 국방부(좌), 합참(우) 깃발이 나부끼고 있다 / 국방부 / '대한민국 군무원', '민간인'과 '군인' 상황에 따라 다른 신분 … '보호받을 권리' 어디로?

[문화뉴스 우현빈 기자] 국방부가 군무원에게 총기를 지급하겠다며 내부 문건에 작성한 명분이 국제인도법(전쟁법)과 맞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3월, 주간조선은 자체 입수한 군 내부 자료를 바탕으로 국방부가 군무원을 전투 인원으로 포함시키려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국방부의 해당 내부 문건은 "전시엔 군무원도 국군 소속으로 임무를 수행하면서 제네바협약에 따라 전쟁 포로로 대우를 받는 점을 고려해 생존권 및 자위권 보호 차원"이라고 총기 지급의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취재 결과, 이 같은 국방부의 명분은 실제로는 국제법과 동떨어진 내용인 것으로 확인됐다.

군무원, 국제법상 '전쟁포로' 대상 아니다

전투 가담자(전투원)가 전쟁포로로서 인도적인 보호와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제네바협약 제3협약에서는 전쟁포로가 될 수 있는 보호 대상을 한정하고 있다. 제3협약은 전투원 외에도 종군기자, 군용기의 민간인, 납품업자 등 전쟁터에서 일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전쟁포로의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그중 어디에도 군무원은 존재하지 않는다.

사진 = 러시아 병사가 우크라이나군 드론을 향해 항복 의사를 표시하고 있다 / 우크라이나 국방부 장관 텔레그램 채널 / '대한민국 군무원', '민간인'과 '군인' 상황에 따라 다른 신분 … '보호받을 권리' 어디로?
사진 = 러시아 병사가 우크라이나군 드론을 향해 항복 의사를 표시하고 있다 / 우크라이나 국방부 장관 텔레그램 채널 / '대한민국 군무원', '민간인'과 '군인' 상황에 따라 다른 신분 … '보호받을 권리' 어디로?

한 국제인도주의기구에서 일하는 국제법 전문가 A 변호사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제네바협약상 군무원은 민간인이라고 설명했다. A 변호사는 보호 대상에서 군무원을 별도로 논하지 않는 이유도 군무원이 민간인이기 때문이라며, "우리나라가 특수한 상황일 뿐, 다른 나라에서는 이 문제가 논란거리가 된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제네바협약은 제3협약의 전쟁포로 대상자 중 일부와 충돌 당사국의 군대 구성원인 전투원을 제외하고는 모두 민간인으로 규정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외국 군대에서 군무원을 'Civilian'으로 칭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군무원이 민간인으로서 공격 등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의미다.

민간인은 위험 지역으로부터의 소개 등 보호, 작전상의 필요 등으로 억류될 수는 있지만 전쟁포로가 되지는 않는다. 이를 'Civilian internee'라고 하는데, 민간인 피억류자라는 뜻이다. 제네바협약은 민간인 피억류자가 포로 및 다른 이유로 자유를 박탈당한 자들로부터 분리 수용되고 따로 관리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군무원이 전쟁포로가 된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6·25전쟁 당시에도 연령 미달 등의 이유로 군인이 될 수 없었던 이들이 북한군에 잡혀 포로가 됐던 사례가 존재한다. 그러나 6·25전쟁은 제네바협약이 개정을 거쳐 제대로 적용되기 시작한 1949년 직후 일어난 것으로, 남북한 모두 제네바협약에 가입하기 전이었다. A 변호사는 당시 남한이 이승만대통령의 조인과 함께 제네바협약을 준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북한은 제3협약에 한해서는 준수하겠다고 했기에 기본 원칙이 조금이나마 이해되고 수용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진 = 항구적 자유 작전 당시 미군이 아프간 지역에 세운 탈레반 수용소 / '대한민국 군무원', '민간인'과 '군인' 상황에 따라 다른 신분 … '보호받을 권리' 어디로?
사진 = 항구적 자유 작전 당시 미군이 아프간 지역에 세운 탈레반 수용소 / '대한민국 군무원', '민간인'과 '군인' 상황에 따라 다른 신분 … '보호받을 권리' 어디로?

하지만 제네바협약을 정식으로 비준한 지금은 이야기가 다르다. 제네바협약이 명시하고 있는 전쟁포로의 대상이 아니므로 군무원은 전쟁포로의 지위를 얻을 수 없다. 설령 북한이 이를 무시하고 군무원을 전쟁포로로 잡는다고 하더라도, 이미 전쟁포로로 잡힌 시점에서 총기를 소지하고 있는 것이 의미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국방부 '자기보호' 명분 내세웠지만… 실상은 '보호권 소멸'

 그렇다면 전쟁이 났을 때 군무원은 어떤 대우를 받게 될까. A 변호사는 군무원의 전투행위 가담 여부가 중요하다고 짚었다. 군무원이 전투, 즉 직접적 적대행위에 가담하지 않는다면 민간인으로서 보호받을 수 있다. 민간인은 기본적으로 전쟁포로보다 유리한 보호와 권리를 향유하며, 공격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군무원이 전투나 작전에 투입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민간인인 군무원이 전투에 가담했다고 해서 민간인 지위를 상실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국제인도법이 규정하는 민간인에 대한 보호는 '비전투원'이라는 전제를 두고 있다. 적대행위에 가담한 민간인은 여전히 민간인이지만, 그 적대행위가 지속되는 한 민간인으로서의 보호는 상실한다. 예를 들어 민간인이 폭탄을 둘러메고 군인에게 달려든다면, 그 민간인을 즉시 사살한 군인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

군무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군무원이 전투에 투입되면 적대행위에 참여한 것이 되므로 민간인으로서의 보호를 상실하고, 공격대상이 될 수 있다. 그렇다고 민간인 신분이 상실된 것이 아니므로 전투원으로서의 보호는 받을 수 없다. 즉, 전투에 투입된 군무원은 전쟁포로의 지위를 얻을 수 없으며, 민간인으로서도, 전투원으로서도 보호받을 수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사진 = 민간인 신분인 군무원이 전투에 가담할 경우 보호권이 소멸되며,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 PICRYL / '대한민국 군무원', '민간인'과 '군인' 상황에 따라 다른 신분 … '보호받을 권리' 어디로?
사진 = 민간인 신분인 군무원이 전투에 가담할 경우 보호권이 소멸되며,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 Picryl / '대한민국 군무원', '민간인'과 '군인' 상황에 따라 다른 신분 … '보호받을 권리' 어디로?

A 변호사는 작전에 투입된 군무원이 되려 자국의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민간인이 자기방어를 위해 무기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정당방위로 인정받아 책임을 면할 수 있지만, 전투에 가담하거나 위협이 없는 상태에서 적국의 전투원을 공격하는 경우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따라서 민간인의 직접적 적대행위 가담은 형법에 따라 처벌 대상이 된다.

군무원 역시 민간인이므로, 전투에 가담해 적을 공격하거나 살해하는 것은 군인의 작전 수행과 달리 형법상 범죄에 해당한다. 국가를 지키기 위해 전투에 뛰어들고도 범죄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A 변호사는 "전시에 군과 동행하며 총기를 소지하고 작전에 투입됐다면 실제로 총을 쏘지 않았더라도 전투 행위에 가담한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국방부가 군무원에게 군복과 총기를 지급하고 전투인원으로 만드는 것은, 유사시 군무원이 받을 수 있는 대부분의 보호를 박탈하는 일이 될 수 있다.

국제인도법, 국제인권법 등 국제법 위반 소지도 있어

국방부가 군무원에게 총기류와 군복을 지급하는 것은 국제법 위반에도 해당할 수 있다. 군무원이 민간인으로서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공격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총기나 장구류를 지급하는 것만으로 군무원이 민간인으로서의 지위와 보호를 잃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국제적십자위원회가 발간한 해석 지침에 따르면, 제네바협약이 말하는 구별의 원칙은 실용적으로 활용 가능한 정보에 근거해 적용되어야 한다. 따라서 공격자에게 중요한 것은 전투원이냐 아니냐가 아니라, 전투원으로 '보이느냐' 아니느냐가 된다.

군복을 착용하고 총기 등의 무기를 소지하는 것은 전투원으로 간주할 충분한 근거가 된다. 그러므로 민간인인 군무원이 군복을 입고 총기를 들고 있다면, 이를 공격하더라도 국제법상 처벌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보호를 상실한 것은 아니지만 공격자에게 책임이 생기지도 않는 것이다.

사진 = 러시아군 참호에 침투한 우크라이나 특수부대원이 러시아군에게 총격을 가하고 있다. 전쟁 도중 군복을 입고 무기를 소지한 사람은 전투원으로 간주되어 공격받을 수 있다 / 우크라이나 특수부대 공식 텔레그램 채널 / '대한민국 군무원', '민간인'과 '군인' 상황에 따라 다른 신분 … '보호받을 권리' 어디로?
사진 = 러시아군 참호에 침투한 우크라이나 특수부대원이 러시아군에게 총격을 가하고 있다. 전쟁 도중 군복을 입고 무기를 소지한 사람은 전투원으로 간주되어 공격받을 수 있다 / 우크라이나 특수부대 공식 텔레그램 채널 / '대한민국 군무원', '민간인'과 '군인' 상황에 따라 다른 신분 … '보호받을 권리' 어디로?

제네바협약 제2의정서는 민간인이 군사작전으로부터 발생하는 위험에 대해 일반적 보호를 향유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방부가 현재의 기조대로 군무원에게 군복과 총기를 지급하고 전투인원화하는 것은 앞서 살펴본 것처럼 전쟁의 위협에 내모는 것에 해당하므로, 민간인에 대한 보호를 규정하는 국제인도법에 위배된다. 심지어 이러한 총기와 장구류의 지급이 당사자의 의사에 반하는 것이라면 인권 침해에도 해당할 수 있다.

급변하는 시대, 달라진 전쟁… 국방부 '패러다임' 바꿔야

국제인도주의기구 소속의 군사 전문가 B 전 대령은 시대가 바뀌고 인구도 줄면서 기존의 임무가 현재도 필요한 임무인지 등을 살펴 패러다임 차원에서의 변화가 이뤄져야 할 시기라며, 이러한 재검토 없이 기존에 하던 임무를 관성적으로 유지하고 있으니 인력이 모자란 건 당연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업무는 점점 늘어나는데 대우와 취급은 역행하고 있으니 부사관들이 빠져나가기만 할 뿐 인력 충원이 제대로 될 리 없고, 임무는 유지하려다 보니 군무원까지 동원하는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해 '군무원 처우 개선 청원'을 돕고 있는 현직 군무원 C씨 역시 국방부가 부대 수를 줄이지 않고 현재의 구조를 유지하기 위해 부사관 자리에 군무원들을 밀어 넣고, 이를 견디지 못한 군무원들 역시 금방 나가버리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전했다.

공군 부대에서 근무한다는 C씨는 3년 사이 25명의 신입 군무원이 들어왔는데 그중 11명이 그만뒀다며, 그나마 가장 낫다는 공군이 이런데 육군으로 배치된 군무원들 상황은 어떻겠느냐고 탄식했다.

실제로 국군은 무기만 현대화되고 말로만 국방 개혁을 외치며 구시대적 체계에 머무르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같은 지적을 받아온 러시아는 2021년까지만 해도 앞선 무기기술과 많은 병력 수를 바탕으로 세계 2위의 군사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받았지만,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 과정에서 처참한 실패를 겪으며 재래식 군대와 전략의 한계를 드러낸 대표적 사례로 전락했다.

"군무원 보호" 말하려면 군무원 신분부터 명확히 밝혀야

A 변호사는 군무원들조차 본인의 신분에 대해 명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국방부가 군무원을 보호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법률로써 군무원의 지위를 명확히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예컨대 전시에 군무원이 전투원으로 자동 전환된다고 법률로 정하고 이를 북한과 외국에 명확히 공표하면, 유사시 민간인으로서의 보호는 상실할지언정 최소한 전쟁포로 등 전투원으로서의 보호는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군무원인사관리훈령에서 명시하는 군무원의 업무 분야 어디에도 전투 임무는 존재하지 않는다. 애초에 군무원의 채용이 전투 임무를 포함해 이뤄진 것이 아니므로, 전투원 신분 규정이 군무원들의 의사에 반해 이루어진다면 이 또한 인권 침해가 될 수 있다. 만약 그러지 않을 것이라면 국방개혁법 등에서 정하는 것처럼 군무원의 '민간인'으로서의 신분을 명확히 해야 한다. 직접적 적대행위의 여지를 배제하고 민간인으로서의 보호를 확실하게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미다.

사진 = 군무원 처우 개선을 위한 법률 개정 청원이 진행 중이다 / 국회 국민동의청원 페이지 캡처 / '대한민국 군무원', '민간인'과 '군인' 상황에 따라 다른 신분 … '보호받을 권리' 어디로?
사진 = 군무원 처우 개선을 위한 법률 개정 청원이 진행 중이다 / 국회 국민동의청원 페이지 캡처 / '대한민국 군무원', '민간인'과 '군인' 상황에 따라 다른 신분 … '보호받을 권리' 어디로?

한편, 국제인도법(전쟁법)을 준수할 책임을 지고 있는 국방부는 아직도 군무원의 총기와 군복 지급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군무원의 처우 개선을 위한 법률 개정 청원은 현재까지 필요한 동의 수의 약 70%인 35,395명의 동의를 얻은 상태다. 

주요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