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우크라이나 요청에 '집속탄' 지원 결정
'악마의 무기' 집속탄은 왜 금지 무기가 됐나
집속탄 생산·보유국 2위 대한민국,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는?
캄보디아, 우크라에 집속탄 사용 중단 요청… 서방 동맹국도 우려 목소리

사진 = 현지 시각으로 지난 6일, 미 펜타곤 대변인 패트릭 라이더 공군 준장이 펜타곤에서 언론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사진 = 현지 시각으로 지난 6일, 미 펜타곤 대변인 패트릭 라이더 공군 준장이 펜타곤에서 언론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문화뉴스 우현빈 기자]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집속탄을 지원하기로 했다.

현지 시각으로 6일 뉴욕타임스(NYT)와 CNN 등 언론사는 미 국방부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미국 정부가 7일 우크라이나에 집속탄을 포함한 신규 군사 지원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집속탄은 어떤 무기?

집속탄(集束彈)은 '모아서 묶은(집속) 폭탄(탄)'이라는 의미로, 하나의 폭탄 속에 여러 개의 다른 폭탄이 들어있는 형태의 이중 구조 폭탄을 말한다. 폭발이 한 번에 그치지 않고 넓은 반경으로 확산한다고 해서 확산탄이라고도 불리며, 클러스터탄(Cluster Bomb)이라고도 한다.

사진 = 영화 '아이언맨'에 등장하는 제리코 미사일. 모탄에서 여러 개의 자탄이 빠져나와 넓은 지역에 폭격을 가하는 제리코 미사일은 집속탄에 해당한다 / Wavve '아이언맨' 中
사진 = 영화 '아이언맨'에 등장하는 제리코 미사일. 모탄에서 여러 개의 자탄이 빠져나와 넓은 지역에 폭격을 가하는 제리코 미사일은 집속탄에 해당한다 / Wavve '아이언맨' 中

집속탄은 모탄(母彈)이 터지면 그 안에 들어있던 자탄(子彈)이 터져 나와 넓은 범위에 폭발을 일으키며 대규모의 목표물을 공격하는 구조로 만들어진다. 이러한 구조 때문에 모자폭탄(母子爆彈)이라고도 불린다.

폭발력 자체는 커다란 하나의 탄두보다 약하지만, 한 번의 포격으로 넓은 범위를 타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집속탄은 매우 효율적인 무기다. 특히 보병이나 방호력이 약한 차량 등이 대규모로 밀집해있는 곳에 사용할 경우 일반적인 폭발 탄두만으로도 큰 위력을 발휘한다.

특히 집속탄은 폭발 이외의 용도로 사용할 때 매우 유용하다. 예를 들어 가스탄을 사용한다고 할 때, 한 지점에 대량의 가스를 살포하면 가스의 양에 비해 큰 효과를 보기 어렵다. 그 지점에서만 멀어지면 피할 수 있고, 바람이 불면 한 덩이로 쓸려나가 비교적 좁은 범위만 피하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넓은 반경 내 여러 지점에 가스를 살포하면 넓은 지역이 모두 가스로 오염되고, 바람이 불더라도 가스가 더 넓은 지역에 한꺼번에 흘러 들어가 피하기 어려워진다.

사진 = 미군이 사용했던 집속탄의 모습. M190 집속탄 탄두에 M139 사린 화학탄두 자탄이 탑재되어있다 / U.S. Army
사진 = 미군이 사용했던 집속탄의 모습. M190 집속탄 탄두에 M139 사린 화학탄두 자탄이 탑재되어있다 / U.S. Army

이러한 특징 덕에 화학무기나 생화학무기는 집속탄 형태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다. 같은 이유로 소이탄, 백린탄 등의 무기도 집속탄으로 만들어지며, 흔히 더티밤(Dirty Bomb)이라고 불리는 방사능 분산장치(Radiological dispersal device, RDD) 역시 집속탄으로 만들어진다. 6·25전쟁 이후 한반도에 수없이 뿌려진 선전성 전단, 일명 '삐라' 역시 이 집속탄을 이용해 살포됐다.

다만 다탄두 탄도미사일(MIRV)은 집속탄에 속하지 않는다. 집속탄이 특정한 목표물 없이 일정 범위 내에 타격을 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반면, MIRV는 넓은 영역 내에 위치한 여러 개의 개별 목표물을 각각의 탄두로 정밀 타격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는 차이가 있다.

집속탄은 왜 '금지 무기'가 됐을까

이처럼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무기지만, 집속탄은 국제 조약상 '금지 무기'에 해당한다. 집속탄이 금지된 데에는 특히 '특정한 목표물이 없다'는 점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 타격 범위 안에만 있으면 대상을 구분하지 않고, 군인이든 민간인이든 피해를 주기 때문이다.

실제로 러시아는 지난해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에 수백 차례 이상 집속탄을 투하해왔고, 지난해 7월 1일까지 보고된 집속탄 사상자 중 민간인만 689명에 이른다. 대표적인 것이 크라마토르스크 기차역 미사일 공격 사건이다. 지난해 7월 국제 인권 감시기구의 보고에 따르면 혼잡했던 기차역에 떨어진 한 발의 집속탄으로 민간인 중에서만 최소 58명의 사망자와 100명 이상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사진 = 러시아의 공격을 받은 크라마토르스크 기차역의 모습. 이날 이곳 역에 떨어진 집속탄으로 158명의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했다 / 젤렌스키 대통령 공식 텔레그램 채널
사진 = 러시아의 공격을 받은 크라마토르스크 기차역의 모습. 이날 이곳 역에 떨어진 집속탄으로 158명의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했다 / 젤렌스키 대통령 공식 텔레그램 채널

이처럼 집속탄은 투하되는 순간 수많은 사상자를 불러온다. 그러나 사실 이 같은 위력은 러시아처럼 무분별하게 투발하지 않는 한 큰 문제가 되지 않으며, 오히려 군사적으로 매우 유용한 무기라는 의미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나 그보다 훨씬 큰 문제가 있는데, 다름 아닌 '불발'이다.

지난 2006년, 이스라엘은 레바논을 침공하며 대량의 집속탄을 사용했다. 투하 자체로도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지만, 당시 집속탄에서 쏟아져나온 자탄 중 40%가 불발됐다. 이후 집속탄에서 살포된 대량의 지뢰와 불발된 자탄들이 폭발을 일으키며 민간인 피해가 크게 늘었다.

사실 불발률이 이처럼 높지 않았다 하더라도, 하나의 모탄에 수백 발의 자탄이 탑재되는 특성상 피해가 컸을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불발률까지 무려 40%로 높게 나타나니 그 피해가 더욱 커진 것이다.

이처럼 집속탄으로 인한 민간인 피해가 심각해지자, 그 효과성과 효율성에도 불구하고 집속탄의 사용을 금지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에 2007년 오슬로 선언을 시작으로 웰링턴 선언, 더블린 회의 등 여러 차례의 회의와 선언에서 다수 국가가 집속탄 금지 흐름에 합류했고, 이를 바탕으로 2010년 2월 UN이 공식적으로 집속탄 금지 협약을 발표했다.

집속탄 금지? 우리는 아냐…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

하지만 모든 나라가 집속탄 금지 협약에 가입한 것은 아니다. 해당 협약에는 집속탄 사용국 7개국과 생산국 17개국도 포함되어있었으나, 우리나라를 포함해 미국, 중국, 이스라엘 등 주요 생산·보유국들은 이에 동참하지 않았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역시 이 협약에 가입하지 않았다. 국제 인권 감시기구에 따르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이번 전쟁에서 집속탄을 지속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다만 우크라이나가 군사적 목적과 민간인 피해 최소화를 고려해 집속탄을 제한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반면, 러시아는 이를 광범위하게 사용하고 있어 더 큰 민간인 피해를 야기하고 있다고 국제 인권 감시기구는 밝혔다.

사진 = K9 자주포가 폴란드 포병사격장에서 시험사격을 하고 있다. K9 자주포는 집속탄인 155mm K310 항력감소 이중목적 고폭탄 발사에도 사용된다 / 국방부 공식 트위터
사진 = K9 자주포가 폴란드 포병사격장에서 시험사격을 하고 있다. K9 자주포는 집속탄인 155mm K310 항력감소 이중목적 고폭탄 발사에도 사용된다 / 국방부 공식 트위터

우리나라가 이 협약에 가입하지 않은 것은 남북 대립이라는 특수한 상황 때문이다. 국방부는 2010년 국방백서에서 '북한의 군사 위협이 소멸하지 않는 한 우리나라가 (집속탄 금지 협약에) 가입하기는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통계청이 밝힌 바에 따르면 지난해 인민군 병력은 128만여 명으로, 50만여 명인 국군의 2.5배에 달한다. 또 지난 6·25전쟁에서 우리나라는 인민군뿐 아니라 중공군까지 상대하면서 인해전술에 밀려난 경험이 있다. 전차, 야포, 방사포 등 주요 군사 장비 역시 북한이 우리보다 수적으로 앞서고 있다.

이와 같은 병력의 차이를 메우기 위해서는 병력 대비 전투력을 높여야 하는데, 단시간에 지속적·반복적으로 넓은 범위를 타격할 수 있는 집속탄은 매력적인 무기가 아닐 수 없다. 최근에는 집속탄을 이용한 드론 요격 기술이 개발되는 등, 그 용도 역시 더욱 다양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집속탄 최대 생산국이자 최대 보유국인 미국은 집속탄 금지 협약에 가입하는 대신 특정재래식무기금지협약(CCW)의 제6 의정서 채택을 시도했다. 해당 제6 의정서는 집속탄의 불발률이 1% 미만을 충족해야 사용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지만, 집속탄 사용을 제한적으로 허용한다는 점에서 반발을 샀다. 결국 CCW 제6 의정서는 2011년 제네바 회의에서 채택이 무산됐다.

다만 집속탄 금지 협약에 동참하지 않았다고 해서 이를 마구잡이로 사용할 수는 없다. 국제인도법상 군사적 필요 이상의 민간인 피해가 야기되는 공격은 금지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이번 전쟁에서 러시아가 군사 목표물이 아닌 민간 거주지에 소이탄, 백린탄을 포함한 집속탄을 사용하고 있는 것은 국제인도법을 위반하는 것에 해당한다.

게다가 집속탄은 그 불발탄 문제로 인해 공격 이후 아군의 진입에도 방해가 된다. 실제로 이라크전쟁 당시 미군이 집속탄을 사용했는데, 그 집속탄에서 발생한 불발탄은 이라크군이나 민간인뿐 아니라 미군에게도 많은 피해를 입혔다.

사진 = 캄보디아 크라체주에 남아있는 집속탄 모탄의 잔해 / 크메르타임스 캡처 / 연합뉴스
사진 = 캄보디아 크라체주에 남아있는 집속탄 모탄의 잔해 / 크메르타임스 캡처 / 연합뉴스

또한 CCW 제2 의정서 제10조는 지뢰 등 설치 폭발물의 제거를, 제5 의정서 제3조는 불발탄, 유기탄 등 전쟁 잔류 폭발물의 제거를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집속탄을 사용하더라도 사용국은 전쟁 후 그 집속탄에서 나온 자탄을 제거할 책임을 진다.

한편, 오랜 기간 집속탄 불발탄과 지뢰 등으로 고통받아온 캄보디아는 우크라이나를 향해 미국이 제공하는 집속탄을 사용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 스페인 국방부 로블레스 장관 역시 "우크라이나 방어에 집속탄이 사용돼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러시아가 집속탄을 계속해서 사용하고 있고, 우크라이나가 수적으로 크게 열세인 만큼 우크라이나가 이 같은 요청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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