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실패한 남자와 꿈을 포기한 여자의 음악 '원스'
두 남녀가 뉴욕 거리에서 함께 만들어가는 노래 '비긴 어게인'
첫눈에 반한 소녀를 위해 연주하는 밴드 음악 '싱 스트리트'

사진=영화 '원스', '비긴 어게인', '싱 스트리트' 포스터
사진=영화 '원스', '비긴 어게인', '싱 스트리트' 포스터

[문화뉴스 임효정 기자] 영화 속에서 OST는 상당히 큰 역할을 한다. 어떤 장르든 각 장면에 맞는 배경음악이 재생될 때 영화의 의미와 깊이가 더해지는 법이다. 영화의 제목이나 정확한 내용은 기억나지 않더라도 배경음악의 멜로디는 기억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라라랜드', '보헤미안 랩소디' 등 음악을 주제로 한 영화들은 국내에서도 상당히 많은 인기를 얻으며 흥행했다. 당연하게도 이러한 음악 영화에서 OST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국내에서 존 카니 감독의 이름 자체는 많이 익숙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하지만 그의 음악영화들은 특유의 잔잔한 감성과 매력적인 OST로 국내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으며, 많은 이들의 인생 영화로 꼽히기도 한다.

누구나 한 번쯤은 흥얼거렸을 법한 OST 명곡들을 배출한 존 카니 감독의 감성적인 음악영화 '원스', '비긴 어게인', '싱 스트리트'를 소개한다.

원스 (Once, 2007)

사진=영화 '원스' 스틸컷
사진=영화 '원스' 스틸컷

영화 '원스'는 '음악으로 기억될 사랑의 순간'을 주제로, 더 이상 사랑은 없을 거라고 믿었던 남자와 삶을 위해 꿈을 포기했던 여자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특이하게도 이 작품에서 두 주인공의 이름은 따로 나오지 않는다. 남자는 매일 거리에 나와 노래를 부르는 평범한 청소기 수리공이며 헤어진 연인을 찾아 런던으로 떠나려 한다. 여자는 남편과 이혼해 홀로 아이를 키우고 있는데 형편이 어려워 좋아하던 피아노 연주조차 제대로 못 하는 처지다.

우연히 길거리에서 남자가 부르는 노래를 듣게 된 여자, 그리고 피아노 가게에서 그녀의 연주를 들은 남자는 서로의 음악성을 알아보고 이를 계기로 함께 작사 작곡을 하며 가까워진다.

이렇듯 영화의 내용과 인물들의 사연은 꽤나 평범하고 소소하기 때문에 누군가는 지루함을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키포인트는 이 영화가 바로 '음악 영화'라는 것이다. 인물들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음악과 그와 어울리는 자연스러운 이야기의 흐름은 보는 이의 마음을 설득하는 힘을 가진다.

사진=영화 '원스' 스틸컷
사진=영화 '원스' 스틸컷

영화 속 OST인 'Falling Slowly'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큰 사랑을 받은 곡이다. 이는 제80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주제가상을 수상한 바 있으며, '원스'의 OST 앨범은 그래미 어워드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사실 주인공을 맡은 글렌 한사드와 마르게타 이글로바는 실제로 뮤지션 출신이며, '원스'의 음악을 직접 작사 작곡해 불렀는데 'Falling Slowly'도 이들이 만든 곡 중 하나다. 여담으로 두 주인공은 영화 촬영 이후 실제 연인 사이로 발전하기도 했지만 현재는 결별한 상태다.

'원스'는 음악영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전의 음악 영화는 웅장하고 신나는 음악을 중심으로 화려하게 전개되는 것이 정석이었다. 하지만 '원스'는 정반대의 방식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울리는 데 성공했다.

평범한 주인공, 수수하고 절제된 비주얼의 영상, 그리고 잔잔하고 감성적인 음악. 점점 자극적으로 변해가는 세상 속에서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영화란 어쩌면 이런 것일지도 모른다.

영화 속 '음악'의 기능을 더욱 아름답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시킨, 진솔함이 담긴 영화 '원스'를 감상해 보자.

비긴 어게인 (Begin Again, 2014)

사진=영화 '비긴 어게인' 스틸컷
사진=영화 '비긴 어게인' 스틸컷

영화 '비긴 어게인'은 명성을 잃고 해고된 남자와 애인에게 실연 당한 여자가 뉴욕에서 만나 함께 노래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다시 시작해, 너를 빛나게 할 노래를!'이라는 주제를 담고 있다.

싱어송라이터 그레타는 남자친구인 데이브가 큰 음반회사와 계약하게 되며 그와 함께 뉴욕에 입성한다. 하지만 스타가 된 데이브의 마음은 어느새 변해버리고, 음반사의 직원과 바람을 피우기까지 한다.

과거 뉴욕에 힙합 열풍을 불러일으킨 천재 프로듀서 댄은 연달은 실패로 해고당한다. 게다가 이혼 관계인 전 부인과 딸의 양육 문제로 다투며 최악의 상황을 겪은 그는 한 뮤직바에 들르게 된다.

댄은 그곳에서 그레타의 자작곡을 듣게 되고 그녀에게 음반 제작을 제안한다. 이후 그들은 뉴욕의 거리에서 자신들이 진짜 부르고 싶었던 노래를 함께 만들어간다.

사진=영화 '비긴 어게인' 스틸컷
사진=영화 '비긴 어게인' 스틸컷

존 카니 감독은 '비긴 어게인'에 전형적인 사랑 노래나 댄스곡이 아닌 영화의 배경이 되는 뉴욕의 분위기를 담은 멜로디를 담고 싶어 했다. 또한 캐릭터들의 깊은 내면까지 반영할 수 있는 노래여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음악 작업에 심혈을 기울였고, 그 결과는 곧바로 영화의 OST에 드러난다.

사실 '비긴 어게인'은 영화 자체도 꽤 많이 알려져 있지만, OST인 'Lost Stars'는 아마 영화를 보지 않은 이들에게도 친숙할 것이다.

'Lost Stars'는 인기 밴드 '마룬 5'(Maroon 5)의 보컬 애덤 리바인이 주인공의 남자친구 데이브 역할로 출연해 부른 곡으로, 영화와 함께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끌며 음원차트 상위권을 휩쓸기도 했다.

그 외의 OST에도 뉴욕의 특색 있는 분위기와 로맨틱한 멜로디가 담겼고, 출연 배우들은 이를 수준 높은 보컬 실력으로 소화해냈다.

아름다운 뉴욕 거리 곳곳을 배경으로 하며 눈과 귀를 모두 즐겁게 만들어주는 영화 '비긴 어게인'을 감상하며 음악여행을 떠나보자.

싱 스트리트 (Sing Street, 2016)

사진=영화 '싱 스트리트' 스틸컷
사진=영화 '싱 스트리트' 스틸컷

영화 '싱 스트리트'는 한 소년이 좋아하는 소녀를 위해 밴드를 결성해 음악을 만들어나가는 내용의 작품으로, 존 카니 감독의 학창 시절을 바탕으로 구성된 영화다.

집안 사정으로 인해 전학을 가게 된 코너는 학교 맞은편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라피나를 보고 첫눈에 반해 사랑에 빠진다.

라피나에게 잘 보이고 싶어 밴드를 하고 있다고 거짓말을 한 코너는 그녀에게 뮤직비디오 출연까지 제안하고 승낙을 얻는다.

이후 코너는 급하게 멤버들을 모아 '싱 스트리트'라는 어설픈 밴드를 결성하고 음악을 만들기 시작한다.

첫 노래를 시작으로 조금씩 라피나의 마음을 움직인 코너는 그녀를 위해 최고의 노래를 만들고 인생 첫 번째 콘서트를 준비한다.

사진=영화 '싱 스트리트' 스틸컷
사진=영화 '싱 스트리트' 스틸컷

감독의 전작인 '원스', '비긴 어게인'의 잔잔하고 감성적인 OST와 달리 '싱 스트리트'에는 경쾌하고 신나는 음악도 많이 등장한다. 10대들의 폭발적인 에너지를 담은 밴드 음악은 싱그러움과 강한 패기를 느껴지게 한다.

코너가 첫사랑 라피나를 위해 만든 첫 음악 'The Riddle Of The Model'은 뜨거운 마음이 느껴지는 가사에 록과 1980년대 브리티시 팝이 어우러진 선율이 특색 있게 드러난다.

영화 '싱 스트리트'는 소년의 첫사랑뿐만 아니라 성장까지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내고 있다. 메인곡 'Drive It Like You Stole It'의 가사에는 인생과 행복에 대한 고민이 쓰여있는데, 이는 음악을 통한 성장을 보여주는 곡으로 청춘들의 삶에 보내는 응원을 느낄 수 있다.

다른 곡들도 1980년대 인기 음악 스타일을 참고해 만든 다양한 템포로 어린 관객에게는 낯설면서도 신선하게, 나이 든 관객에게는 추억이 회상되도록 아련하게 다가올 것이다.

밴드와 음악을 통해 첫사랑과 점점 가까워지는 소년의 이야기, 영화 '싱 스트리트'를 감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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