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현역 흉기 난동 피해자 14명...'2명 위독'
피의자 최모씨 '분열적 성격 장애' 진단받아
잠실·한티·오리·서현역 '살인예고' 잇단 게시...역 일대 형사 등 배치
오전 10시경 고속터미널역 배회하던 흉기 든 남성 긴급 체포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살인예고, 협박죄 적용 어려워

사진 = 연합뉴스 제공
사진 = 연합뉴스 제공. 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부터, 오리역·고속터미널역까지...'살인 예고 및  모방 범죄' 잇달아

[문화뉴스 임지원 기자] 서울 신림역 흉기 난동 사건 이후 3일 경기도 분당 서현역 인근에서 비슷한 범죄가 일어난 가운데, 온라인에서 칼부림 살인 예고글 확산 및 모방 범죄가 발생돼 우려를 키우고 있다.

서현역 인근 백화점에서 발생한 흉기 난동 사건은 신림역 사건 이후 13일 만에 일어났다. 3일 오후 5시59분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 AK플라자에서 배달업 종사자인 피의자 최모(22)씨가 차량을 몰고 행인들을 친 뒤 백화점 1·2층에서 흉기를 휘둘렀다.

최씨는 오후 5시 55분께 경차로 서현역 인근 인도에 돌진, 보행자 다수를 치고 차에서 내려 백화점 안으로 진입해 무차별 흉기 난동을 벌였다. 이후 출동한 경찰에 오후 6시 5분 긴급 체포됐다.

사진 = 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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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로 피해를 본 부상자는 교통사고 5명, 흉기 피해 9명 등 모두 14명이다. 이날 최씨의 범행으로 다친 사람은 14명(흉기 9명·자동차 충격 5명)이며, 그중 12명이 중상이다. 이 가운데 차량 충격으로 다친 2명이 위중한 상태(1명 위독·1명 뇌사상태)로 확인됐다.

한편, 최씨는 배달업에 종사하는 2001년생 남성으로, 대인기피증으로 고등학교를 자퇴 및 '분열적 성격 장애’ 진단을 받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4일 경기남부경찰청에 따르면 피의자 최모(22)씨는 1차 조사에서 “특정 집단이 날 스토킹 하고 괴롭혀 죽이려고 한다. 내 사생활을 전부 보고 있다”고 진술하는 등 횡설수설하는 모습을 보였다.  

경찰은 성남수정경찰서 유치장에 입감돼 있는 최씨를 상대로 2차 피의자 조사를 벌여 범행 동기 등 명확한 사건 경위를 수사한 뒤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사진 =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사진 =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신림역 흉기 난동 사건 이후 서현역에서도 묻지마 칼부림이 발생한 가운데, 비슷한 범행을 저지르겠다는 살인 예고가 온라인상에서 확산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따르면, 3일 지하철 2·8호선 잠실역과 수인분당선 오리역 및 서현역 등에서 살인을 저지르겠다는 예고를 담은 게시물이 업로드 됐다.

사진 =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사진 =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는 이날 오후 7시2분쯤 ‘4일 아침 잠실역에서 20명 줄일 거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과연 너 따위가 나의 칼부림을 막을 수 있을까”라고 적기도 했다. 해당 글을 접한 한 네티즌은 이를 캡처해 112에 문자 신고를 했다. 이  글은 현재 삭제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3일 오후 6시 42분께에는 텔레그램을 중심으로 오리역에서 사람을 죽이겠다는 예고글이 공유됐다. 본문을 보면 ‘4일 금요일 오후 6시에서 10시 사이에 오리역 부근에서 칼부림하겠다. 더이상 살고 싶은 마음도 없고 최대한 많은 사람을 죽이고 경찰도 죽이겠다. 전 여자친구가 그 근처에 살기 때문이다. 너가 아는 사람이 죽었으면 좋겠다’고 적혀 있었다.

이후 오후 7시 9분께에는 ‘서현역 금요일 한남들 20명 찌르러 간다’며 흉기 사진을 붙인 게시글이 올라왔다. 실제로 경기남부경찰청에 다수의 관련 신고가 접수됐다. 경찰은 최초 글 작성자들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고, 오리역과 서현역 일대에 기동대와 순찰차를 배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경찰은 서현동 흉기난동 사건과 이 게시글의 연관성을 대조하는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오후 11시께는 한 이용자가 디시인사이드 한석원 갤러리에 "내일 밤 10시에 한티역에서 칼부림 예정입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디시인사이드에 올라왔던 이들 게시물은 현재 모두 삭제된 상태다.

지난달 21일 신림역 흉기 난동 사건 이후 서울 시내를 범행 장소로 지목한 살인 예고 글은 최소 20건으로 확인된다. 현재까지 경찰은 게시자 2명을 검거했다. 경찰은 현재 살인 예고글이 올라온 지하철역 일대에 인력을 배치해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그 외에도 부산 서면, 경기 의정부에서 살인을 하겠다는 예고 글이 온라인 상에서 돌고 있다.

이에,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 등 각 지방 경찰청은 현재 글 작성자들을 추적 중이다. 다만 유동 IP나 가상사설망(VPN)을 이용한 이들이 많아 추적에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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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전문가들은 살인예고 글 근절을 위해 혐의에 대해 가중처벌하거나 처벌 규정 강화하는 방안과 경찰이 신속하게 대응해 게시자를 검거하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현행 형사법 체계에서는 이 같은 불특정 피해자에 대한 협박범을 협박죄로 처벌하기 어렵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살인 예고는 특정인에 대한 살인 예고보다도 위험성이 더 높아 사실상 테러 행위에 준하는데도, 협박죄를 적용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살인 예고 등의 ‘장소’가 특정됐다면 협박죄로 처벌하는 사례가 있긴 하나, 법원이 달리 볼 여지는 늘 있다”며 “이에 공중 협박 행위를 아예 테러 행위로 가중처벌하는 게 맞다고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형법 255조에 명시된 살인예비죄 적용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살인예비죄는 범행을 저지르기 위한 도구를 구입하는 등 실질적 위험행위가 있어야 적용될 수 있다.

대검찰청은 4일 “불특정 다수의 공중 일반에 대한 안전을 침해·위협하는 ‘공중 협박 행위’를 테러 차원으로 가중처벌할 수 있는 법령 개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법무부에 입법을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 = 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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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 예고글에 이어, 4일 오전 대전 대덕구 고등학교서 신윈미상의 일반인이 40대 교사를 찌르고 도망가는 등 모방범죄도 증가하고 있다.

4일 오전 10시 3분께 대전 대덕구의 한 고등학교에서 20∼30대로 추정되는 남성이 40대 교사를 흉기로 찌르고 도주하는 사건이 발생했고, 이날 오후 12시 20분쯤 태평동 한 도로에서 용의자를 검거했다. 

피해자는 의식을 잃은 채 이송됐다가 현재 병원에서 의식을 되찾았으며 응급수술을 받았다.

한편, 같은 날 오전 서울 서초구 고속터미널역에서 흉기를 들고 배회하던 남성이 경찰에 체포됐다.

서초경찰서에 따르면 4일 오전 10시 39분 112에 "고터(고속터미널의 줄임말)에서 칼을 들고 돌아다니는 남성이 있다"는 내용의 신고가 접수됐다. 출동한 경찰은 오전 10시 45분 고속터미널 경부선 건물 1층 상가에서 20대 남성을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남성은 식칼 두 개를 가지고 있었다. 인명 피해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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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경찰청은 전날 오후 8시 전국 시·도경찰청장 화상회의를 열어 이같이 논의하고 다중밀집 장소에 경찰력을 '즉각적이고 집중적으로' 투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이른바 '묻지마 범죄'에 대한 국민 불안이 극도로 높은 가운데 유사한 사건이 연달아 발생해 매우 엄중하고 위급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윤 청장은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모방범죄가 우려되는 상황이며 국민들은 길거리에 나오는 것 자체에 공포감을 가질 정도"라면서 "모두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를 선택한 만큼 다중밀집 장소를 중심으로 가시적인 경찰 활동을 강화해달라"고 당부했다.

경찰은 112 순찰차와 기동대 인력을 다중밀집 장소에 투입하고 주민들로 구성된 자율방범대와 야간 합동순찰을 하기로 했다. 폐쇄회로(CC)TV 관제센터 모니터링도 강화할 방침이다.

윤 청장은 "흉악범죄로 국민의 평온한 일상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며 "시·도경찰청장은 비상 상황임을 인지하고 역량을 집중해 더 이상 유사한 범죄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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