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장한 스케일의 무대, 화려한 영상미 등 볼거리 풍부
서사, 캐릭터는 상대적으로 아쉬움 남아
규현, 이지훈, 이정화 등 출연
11월 19일까지 LG아트센터 서울, LG SIGNATURE 홀
[문화뉴스 장민수 기자] 뮤지컬 '벤허'가 압도적 위용을 자랑하는 무대로 돌아왔다.
루 윌러스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벤허’는 유다 벤허의 삶을 통해 고난과 역경, 사랑과 헌신 등 숭고한 휴먼 스토리를 그린다. 왕용범 연출과 이성준 작곡가가 호흡을 맞췄으며, 2017년 초연과 2019년 재연에 이어 세 번째 시즌을 맞이했다.
무엇보다도 볼거리가 풍부한 작품이다. 홀로그램을 활용한 무대 영상, 작품의 백미로 꼽히는 전차 경주 장면 등이 눈을 사로잡는다. 무대 위에서 라이브로 선보이는 게 가능할까 싶을 정도의 압도적 스케일을 완성도 높게 구현했다.
음악은 때론 감미롭게, 때론 강렬하게 흐른다. 벤허의 우여곡절 가득한 인생을 음악의 흐름으로 녹여낸 듯해 인상적이다.
많은 뮤지컬 작품들이 그렇듯 '벤허' 역시 배우들의 영향력이 크다. 벤허 역 규현의 '골고다'는 파워풀한 기존 배우들의 노래보다는 한층 부드럽게 표현된다. 그러나 약함은 아니다. 풍부한 감성으로 채워져 새로운 매력으로 다가온다. 메셀라 역 이지훈의 '나 메셀라'는 여유롭게 뻗어나가는 고음이 강점. 두 배우의 비슷한 듯 다른 보컬이 갖는 오묘한 조화 역시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다.
무대를 채우는 앙상블의 역할도 돋보인다. 20여 명의 남성 배우들이 전투신부터 군무까지 다양한 매력을 과시하며 무대를 채운다. 다만 연출적으로 이들의 역할이 완전히 극에 녹아들었다고 보기는 애매하다.
무대 액션의 어쩔 수 없는 한계일 수 있겠으나, 영화와 같은 무대 비주얼과 달리 액션의 리얼함은 부족해 보인다. 화려한 군무신 역시 불필요하거나 늘어지는 경향이 있다. 지나치게 '보여주기'에 치중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극 전체의 속도감과 밸런스를 고려해 적절히 조절한다면 한층 몰입감이 높아지지 않을까 싶다.
마찬가지로 웅장하고 화려한 무대 때문인지 상대적으로 서사와 캐릭터의 입체성이 부족해 보인다. 러닝타임의 제한이 큰 무대극임을 감안하더라도, 벤허가 맞이하는 상황과 심경의 변화들의 연결이 썩 매끄럽지 못하다.
복수와 용서 등 생각할 거리가 많은 극이지만, 결말까지 쌓이는 에너지의 축적이 부족하니 감동이나 여운도 줄어드는 느낌. 벤허보다 메셀라에게 더 눈길이 가는 것도 아쉽다면 아쉬운 대목이다.
물론 이 같은 여러 아쉬움은 무대 세트와 비주얼이 높여 놓은 기대치에서 생기는 상대적인 것들이다. 객관적 기준으로 본다면 충분히 흥미롭게 볼 수 있는 극이다.
한편 '벤허'는 오는 11월 19일까지 LG아트센터 서울, LG SIGNATURE 홀에서 공연된다. 벤허 역 박은태, 신성록, 규현, 메셀라 역 박민성, 이지훈, 서경수, 에스더 역 윤공주, 이정화, 최지혜 등이 출연한다.
문화뉴스 / 장민수 기자 jms@mhn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