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은 일제 강점기 때 여성독립운동가들이 춤꾼의 몸을 타고 우리 앞에 현신하다.”

< 작품 이야기>

예인무당, 소리춤꾼들로 <현신, 초망자 박강이굿>현신, 초망자 박강이굿

현신, 초망자 박강이굿 (한국의집 2023 ,10,20 19:00)
현신, 초망자 박강이굿 (한국의집 2023 ,10,20 19:00)

채 희 완 (예술감독)

1. 역사적인 미적 체험을 위하여

o 부산 기장 오구굿의 내용 중 망자가 무당을 통해 현신하여 살아생전에 못다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초망자굿’을 본떠, 일제 때 여성 독립투사 다섯 분의 몸과 혼을 모셔 들이는 현대판 총체연행을 펼친다.

o 등장인물의 소재는 원로화가 윤석남의 초상화 전시작품과 김이경 글, 윤석남 그림의 <<싸우는 여자,역사가 되다>>(한겨레출판사, 2022)이다.

o 일제시대 잘 알려지지 않은 항일 여성운동가들의 한살매를 시와 노래와 춤과 그림으로써 환생시켜낸다. 공연 현장은 예인 무당을 통해 인간, 신, 자연, 역사가 혼융된 엑스타시의 열광 속에서 관중의 역사적 예술적 접신체험장이 되게 한다.

o 이 시대의 예술가와 예술현장이란, 당대의 문제를 끌어안고 민중 삶의 아픔과 고통을 풀어주고 치유해주는 컨템포러리한 무당예술가로서 삶의 미적 힘을 불러 일으키는 예술사제자임을 스스로 확인하는 생체실험마당이다.

2. 극적 인물과 예인무당, 소리춤꾼

o 작픔제목 ‘현신,초망자 박강이굿’은 부산지역출신의 대표적인 여성독립군 박차정, 여성노동자로서 을밀대 지붕 위에 올라 고공투쟁을 한 강주룡, 그리고 부녀자인 몸으로 투쟁의 일선행을 결행하는 이화림 등 독립투사인 세 분의 성을 작품명으로 삼고, 죽은이들이 살아 현신하는 초망자굿이란 뜻이다. 이들은 무당의 몸을 통해 연행현장에서 살아있는 몸으로 우리에게 나타나 노래와 춤과 사설로 자신의 삶과 고난을 들려주고 보여준다

o 여기에 제주도 잠녀 김옥련과 시베리아 지역의 인민대표 김알렉산드라 등의 인물을 더하여 굿의 거리를 구성한다.

o 신적 존재자로 전이된 소리춤꾼, 연행자는 자신의 발언과 춤 행위를 배역으로 맡은 인물의 목소리와 몸짓으로 전달하되 일인칭 화자의 시각과 3인칭 전지적 시각을 2중교호적으로 얽혀들게 한다. 제 얘기하듯 남 얘기하듯 전지적이어서 카오스모스이고 혼돈적 질서이다.

o 신들림의 현장을 실제상황화하는 시공간적 장치(무가, 신들림음악, 무구, 의물, 무화, 의상, 탈, 조명)를 적극 활용, 구사한다.

3. 이번 작품은 다음과 같이 앞전거리(청신맞이), 본전거리(오신), 뒷전거리로 이루어진다.

o 앞전거리(청신맞이): 바리데기 서천행과 마고 신

부산 기장오구굿 중 ‘초망자굿’의 음악과 최태현의 <서천행>의 음악을 바탕 삼아 춤꾼들의 몸으로 항일 여성 투사들의 혼과 넋을 받아 현신한다. 죽은자를 살리는, 죽음의 역사를 되살리는 생명수를 찾아나선 자들의 서역 서천행의 험로, 길닦음이다. 그 마지막이자 최초의 길목에 생명의 어머니, 마고 신이 자리하고 있다.

사진제공 챵쟉 탈춤패 지기금지
사진제공 챵쟉 탈춤패 지기금지

o 본전거리(오신) : 현신, 초망자굿 3 거리

1. 강주룡, 을밀대 지붕 위

평양 평원 고무공장 노동자로 임금 삭감에 반대해 파업을 주도, 을밀대 지붕 위에서 고공 농성을 벌인다. “2,300명 우리 동무들의 살이 깎이지 않기 위해 내 한 몸뚱아리가 죽는 것은 아깝지 않습니다. 대중을 위해 싸우다 죽는 것이 위대한 일이니, 죽음을 각오하고 올라왔습니다.”

2. 김옥련, 한겨울 바당 물질을 하여서

”잠녀는 내 숨 길이만큼 물질을 해서 저승의 돈으로 이승의 자식을 먹여 살린다. 지금 이 고문의 고통도 물질할 때 숨 길이만큼만 참으면 되리라“

그 추운 한겨울 세화장터에서 700여명 잠녀들이 물질할 때 차림 그대로 물소중이, 물적삼만 입고 호미에 빗창들고 “너희들이 총칼로 대항하면 우리는 죽음으로 대항한다. 일본은 물러가라” 하고 외쳤다.

3. 이화림, 맹렬한 독립투사의 길

악사 : 여보시오 어린 것을 두고 어디로 간단 말이요.

이화림 : 나는 이미 이 길에 들어섰소!

악사 : 후회하지 않겠소?

이화림 : 후회할 이유도 없고 죽어도 후회하지 않겠소

4. 박차정, 여자 의열단의 총성

갓 스물에 중국으로 망명하여 근 15년을 최전선에서 싸운 나였다. 서른 넷, 짧다면 짧은 인생이나 여한은 없었다. 물러서지 않았고, 뜨겁게 연대했고, 두려움없이 싸웠다. ‘피가 말라붙은 적삼’, 내가 택한 내 삶이었다.

o 뒷전거리 : 세 소녀와 복동 할매

동래여중 3학년 생, 일본 조선여중 3학년 생, 일본여중 3학년 생, 세 소녀가 <현신, 초망자박강이굿> 공연 관람을 마친 후, 김복동 할매를 찾아 뵙고서는 종군위안부할미들과 함께 “김복동 노래패”를 결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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