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있는 날·예술이 있는 삶을 빛냅니다…문화뉴스] 발레에 대한 일반인들의 고정 관념이 있다. "고상하고 지루하기만 한데 비싼 돈만 내고 졸다가 오는 것 아닌가?"

이런 고정관념을 조금은 무너뜨릴 수 있는 연극이 공연됐다. '발레선수'는 1990년대 초를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꿈을 이루고자 하는 이들의 성장기와 로맨스가 발레 공연과 함께 담겨있다. 날마다 사고를 치고 다니는 구제불능의 19살 '우용근'. 어느 날, 그의 어머니는 대학을 가기 힘들다는 담임 선생님의 말에 깜짝 놀란다. 그리고 용근이 유일하게 대학에 갈 방법이 성적이 아닌 예체능, 그것도 무용으로 진학하는 길밖에는 없다고 담임 선생님은 조언한다. 결국 용근은 어머니의 간절한 부탁 끝에 목포에서 서울로 무용을 배우러 간다.

고향 친구들, 특히 죽마고우 '최정훈'을 두고 비밀을 지키기 위해, 서울로 상경한 우용근. 그는 무용학원에서 세계적인 발레리나를 위해 연습에 매진하는 '김주희'를 만나게 된다. 그러나 주희에게 용근은 까다롭게 대하며, 혹독한 훈련을 시킨다. 하지만 그런 모습에 용근은 한눈에 반하게 되면서 이들의 '썸'이 시작된다. 어느 정도 익숙한 사랑 이야기라는 점은 별다를 것이 없다.

   
▲ '김주희'(장정윤, 왼쪽)가 '우용근'(박한근, 오른쪽)에게 무용 지도를 하고 있다. ⓒ 아시아브릿지컨텐츠

그래서인지 다른 로맨틱 코미디 연극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해 이 작품에서 중점으로 둔 테마는 크게 두 가지다. 당연하게 첫 번째는 '무용'이다. Mnet '댄싱 9'의 댄싱마스터 우현영 단장이 안무와 예술감독을 맡은 이 작품의 무용 장면은 무용을 잘 모르는 일반 관객이라도 매우 쉽게 즐길 수 있도록 등장한다. 용근이 각종 무용 동작을 상황에 따라 설명하는 장면에선 폭소가 나오며, 콩쿠르 장면에선 주희의 환상적인 독무대를 감상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작품의 '갈라쇼'라고 할 수 있는 마지막 장면에선 실제 무용수인 신현지와 이선태가 어른이 된 용근으로 출연해 실제 무용을 전공한 주희와 아름다운 '파드되'(Pas de deux, 발레에서 두 사람이 추는 춤)를 선보인다.

두 번째는 '복고' 키워드의 사용이다. 최근 들어 복고는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 시대의 낭만과 추억을 기억하고 있는 이들이 많다는 방증이다. 청바지와 청재킷과 더불어 90년대 패션의 아이콘 중 하나인 '게스 티셔츠'도 이 작품에 등장한다. 극 중 배우들의 의상뿐 아니라 노래로도 90년대의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용근이 주희에게 녹음테이프 선물을 위해 부르는 변진섭의 '숙녀에게'가 그 명장면 중 하나다. 심지어 미성년인 용근과 정훈이 몰래 마시는 소주 역시 그 당시 판매된 소주의 라벨이 부착되어 있다.

로맨틱 코미디물이기 때문에 코미디적인 요소도 충분히 가미되어 있다. 그 대표적인 캐릭터는 용근의 막역지우 정훈이다. 정훈은 서울에 놀러 오면서 '시골 촌놈' 티를 내는 행동들을 보여 관객들의 웃음을 산다. 특히 관객과 대화를 거는 장면이 일품이다. 서울에 올라온 정훈은 연극을 배우는데, 용근과 주희에게 본인은 '소련'의 작가라고 생각하는 셰익스피어의 '햄릿' 장면을 보여준다. 그때 나오는 '메소드', '페르소나' 등 그 장면과 전혀 상관없는 연극 용어들을 읊는 장면에선 배경지식이 있는 관객들은 '풋'하며 웃을 것으로 보인다.

   
▲ '롯데월드'에 놀러간 장면을 배우들이 무용으로 표현하고 있다. 27일 공연전 리허설 모습. ⓒ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이 외에 롯데월드에 놀러 간 이들이 놀이기구를 타는 장면을 무용으로 보여주는 대목에선 참신함도 느껴진다. 작품 프로듀서인 김수로의 카메오 목소리 출연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거울과 유리창뿐 아니라 대형 무대로도 변신하는 무대 연출도 칭찬할 수 있다.

그러나 거의 두 시간이 가까운 공연 시간의 중후반부가 초중반부 '청룡열차'를 탄 빠른 전개와 비교하면 약간 호흡이 늘어진다는 점은 아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의 추억, 그리고 무용을 쉽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는 점에 이 작품은 색다른 시도를 선보이며 관객들에게 큰 인상을 줬다.

  * 연극 정보
   - 제목 : 발레선수
   - 공연날짜 : 2014. 11. 18. ~ 2015. 2. 15.
   - 공연장소 : 대학로뮤지컬센터 4층 공간피꼴로
   - 작˙연출 : 김명균
   - 출연배우 : 채동현, 박한근, 임형준, 윤경호, 안두호 등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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