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문화뉴스 아띠에터 해랑 rang@mhns.co.kr 대중문화칼럼 팀블로그 '제로'의 필자. 서울대에서 소비자정보유통을 연구하고 현재 '운종을 좋아하는 연기자 지망생의 여의도 입성기'를 새로이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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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을 보는 내내 걱정되었다. 이곳에서 느낀 이 행복감을, 즐거움을, 충만감을 어떻게 글로 전달할 수 있을까? 어떻게 온전하게 이 느낌들을 전달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사실 공연을 보면서 내가 글을 써야 한다는 사실을 여러 번 망각했다. 공연에 몰입했기 때문이다. 여타 클래식 공연이나 크로스오버 공연을 방문해도 나에게 이런 행복감을 전해주는 공연은 많지 않다. 음악과 악기 선율, 가수의 목소리의 아름다움이 나에게 큰 감동을 전달해주기는 해도 뭔가 마음 가득 행복을 전달해주는 공연은 드물다. 그러나 피아노가이즈의 공연은 행복했다. 피아노가이즈도 그리고 관객들도 모두 행복했다. 피아노가이즈는 무대에서 연주할 때 자신들의 행복을 그리고 즐거움을 숨기지 않았다. 물론 그들은 여태껏 뮤직비디오에서도 그들의 즐거움을 감춘 적이 없다. 그것이 그들의 매력이기도 했지만, 긴장할 수 밖에 없는 커다란 라이브 무대에서도 그러한 즐거움이 넘쳐나는 그들의 모습에서 관객들은 그들과 함께 행복을 느꼈다. 그들이 관객에게 전달한 즐거움과 행복은 그들 내부에서 넘쳐 흐르는 것들이었다. 그들을 가득 채우고 무대 밖으로 흘러넘쳐 관객석까지 전달된 것이다.

   
   
 

사실 최근에 나온 동적인 뮤직비디오에 비해 무대구조가 매우 평면적이어서 공연 시작 전에 실망감을 감출 길이 없었다. 관람한 지인 역시 공연 시작 전 이 부분을 지적했다. 그런데 피아노가이즈의 태생이 뮤직비디오라는 것을 나는 왜 잊고 있었는가. 무대의 평면성을 카메라로 해결했다. 다만 아쉬웠던 것은 무대의 배경이 되는 메인 화면의 크기가 조금 더 컸다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도 해보았다. 물론 조명의 효과를 반감시킬 것을 우려한 것이었으나 화면의 크기가 작아 뮤직비디오 영상과 조화가 되는 느낌이 조금 덜했던 것은 사실이다.

공연은 시종일관 유쾌했다. 유튜브에서 보았던 그대로 그들은 연주할 때를 제외하면 시종일관 장난스러웠다. 한국공연을 위해 한국어도 꽤나 열심히 공부한 모양이다. 사실 외국 뮤지션들의 내한 공연에서 가끔 한국 관객들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을 때도 꽤 많다. 그러나 피아노가이즈는 (스티븐과 알의 이야기처럼 한국에서 잠시 살았는지는 아직도 의문이지만…) 한국말을 꽤 유창하게 구사했다. 그래서 이 사람들이 한국 공연을 위해 연주와 기획은 물론 다른 부분에서도 정성을 들였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앵콜곡은 예상을 했던 대로 아리랑이었다.

   
   
 

사실 그들은 클래식 분야에서 그 정통성이나 실력을 인정받은 사람들은 아니다. 조금 비딱한 시선으로 본다면 그들은 시대가 만들어낸 성공적인 마케팅의 결과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 중 가장 최고의 이유는 그들이 이 일을 정말 사랑하고, 이 일을 할 수 있는 그들의 상황을 감사하게 받아들이며, 또 행복하게 이 일을 해나간다는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 이유는 그들의 감각이다. 그들이 정통성을 인정받은 것은 아니지만, 그들의 연주를 들으면 그들은 편곡에 있어서 특징이 되어야 할 부분을 정확히 잡아낸다. 특히 어제 공연에서 보여주었던 동양적 편곡들, 아리랑, 아프리칸 편곡들을 보면 그들은 그들의 악기를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어떤 음색이 어울릴지, 악기의 어떤 새로운 부분을 이용해서 음악적 특징을 살려내야 할지를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특히 어제 공연에서 선보인 몇몇 곡들과 아리랑은 그들의 본능적인 감각을 증명해주었다.

공연을 보면서 음악가와 프로듀서로서의 피아노가이즈도 궁금했지만, 인간적인 이들의 발전에도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그들은 현재 자신들의 일을 통해서 행복을 느끼기 때문에 이러한 행복을 유지하기 위해 또 다른 음악적 시도를 할 것이고, 그 시도 안에서 음악적으로도 발전이 있을 것이다. 그들의 음악적인 영감은 종교와 가족, 그리고 자연 등등 그들의 삶에서 시작되는 것이기 때문에 그들의 삶에 대한 통찰 또한 점점 발전할 것이다. 결국, 나는 그들의 삶에 대해서 그들의 인간적인 성숙과 발전이 너무나도 기대된다.

   
   
 

공연을 보는 내내 나는 행복감과 동시에 감사함을 느꼈다. 이 공연을 볼 기회가 나에게 주어졌다는 것, 이 공연을 듣고 볼 수 있는 건강한 신체가 있다는 것, 이 공연을 마음으로 듣고 볼 수 있다는 감정이 있다는 것, 이 공연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태도가 나에게 있다는 것. 이 모든 것들 것 감사했다. 심지어 어릴 때 배우기 싫어했던 피아노를 억지로 가르쳤던 엄마에게도 감사했다. 아마 그때 억지로라도 배우지 않았다면, 나는 피아노가이즈 공연을 볼 기회도 없었을 것이며, 또 공연을 보아도 행복함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전혀 모르는 분야는 알고 싶지도 않고, 알려고 노력하지도 않으며, 알아도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단지 음악 공연이었는데 삶에 대한 감사함과 행복을 전달해 준다는 것에서 예술과 문화가 우리에게 주는 치유의 힘과 통찰의 힘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피아노가이즈의 내한공연에서 느꼈던 다양하고 충만한 감정들과 깨달음이 잘 전달되었는지 모르겠다. 이제는 그러한 감정들의 온전한 전달을 위해 글을 쓰는 연습을 더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대한민국을 행복하게 만든 피아노가이즈의 음악적, 인간적 발전이 매우 기대된다. 그래서 그들의 다음 앨범을 벌써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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