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창극원의 박종철 극본 연출의 창작창극 눈꽃나비 雪花

 

 

[글] 문화뉴스 박정기 (한국희곡창작워크숍 대표)
pjg5134@mhns.co.kr 한국을 대표하는 관록의 공연평론가이자 극작가·연출가.

[문화뉴스] 한국창극원은 2001년 창단된 뒤 창극 <오유란전>, <노루목골 솟대>, <삼색유희>, <2015선객>, 국악뮤지컬 <성왕의 낙원>, <시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연희극 <유리벽 속의 왕>, <1974, 사라진 300일> 등 매년 1~2편의 창작창극을 제작, 공연하며 한국의 전통뮤지컬인 창극의 발전을 위해 노력해온 민간단체이다.

박종철<1952~)은 창극의 작가 겸 연출가다. 한국 창극원의 대표이자 연출가인 박종철은 원래 연극 배우였다. 그는 70~80년대 쯤 뮤지컬을 하며 의문이 들었다. 당시 한국에서 공연하는 뮤지컬은 대부분 외국 작품이었다.

박종철은 주장한다. "다 흉내 내기였죠. 당시에는 창극을 보기 힘들었어요. 전통 작품이 공연되지 않는 현실이 고민스러웠어요. 그러다 창극 역사에 공을 세운 선생님들을 만나게 됐고 작업을 같이 하면서 결심하게 되었어요. 창극은 발전할 가치가 있다고 확신하게 된 거죠."

창극의 시초는 판소리다. 고수 1인을 동반해 명창 혼자서 부르던 판소리는 20세기 초에 남창과 여창으로 나눠졌고, 도창(導唱)의 주도하에 각각의 배역을 나눠 부르는 대화창(對話唱)으로 발전했으며, 배우들이 노래를 부르고 연기도 하는 창극에 이르게 되었다.

일본의 다카라즈카처럼 여성단원으로만 구성돼 있는 여성 국극도 있다. 여성 국극은 창작극 공연으로 인기를 얻었고, 창극은 판소리 작품을 골조로 하여 다채롭게 제작 공연되었다.여성 국극과 창극 모두 국악전문 악단과 협연한다. 민족적 색깔을 확연하게 드러내면서 대중 친화적인 공연을 진행한다. 각 지방의 특색 있는 판소리로 공연하기 때문에 관객의 공감대를 얻는다.하지만 창극은 아직 대중화되기에 이르지는 못했다. 보편화되기 전 단계에 머무른 상태다. 오페라와 뮤지컬은 비싸도 관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외국의 전통 문화가 세계적으로 보편화되었기 때문이다. 반면 창극은 한국인에게도 사랑받지 못하고 있다. 한국으로 관광 온 외국인 관객들에게 인기가 더 많을 정도다.

그러나 박종철은 서두르지 않고 버틴다. "우리 색에 맞는 공연으로 오랫동안 대중들과 교감하는 것이 중요해요. 우리의 이야기를 우리 음악과 우리 극 형태로 만들어서 소극장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공연예술로 발전시켜야 해요. 외국작가의 작품을 번안해서 공연하는 것보다 창작창극을 하겠다는 의식이 우선이고 과제입니다."

박종철은 뮤지컬에서 발군의 실력을 뽐내는 스타 배우들이 있듯이 창극에도 유능한 스타가 있어야한다고 말한다. 그는 작은 창극단들이 외국의 공연기획자들에게 초청되고, 창극이 한국의 문화상품으로 등극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창작창극 <눈꽃나비 雪花>의 무대는 배경이 높은 산으로 둘러싸인 전원마을이다. 커다란 느티나무가 눈길을 끈다. 무대는 상단과 하단으로 나눠지고, 중간 망사막이 창극을 전반 후반으로 구분하고, 후반부에 높은 암벽으로 이루어진 첩첩산중과 백색의 눈꽃나무 설화목(雪花木)이 관객의 시선을 집중시킨다. 무대 하수 쪽 기러기 형태의 솟대 목에 길게 헝겊을 매달아 늘어뜨려 놓은 것도 상징성을 띈다. 배경 가까이에 연주석이 있어 타악기와 현악기 그리고 대금과 아쟁 연주를 해 극적분위기를 창출시키고 출연자의 소리에 음률을 실어 조화를 이룬다.

   
 

내용은 일제치하의 어느 산골마을, 양반가정이지만 자손이 없어 늘 상 자식을 점지해 달라고 치성을 드리며 지내는 중년의 정씨 부부에게 누가 업둥이를 대문 앞에 놓고 간다. 정씨 부부와 하인은 한가는 업둥이라는 사실을 숨기고 아기를 키운다.

업둥이가 열여섯 살이 되어 설화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어느 날 부근마을의 쩌렁쩌렁 울리는 대갓집 김 참판이 정씨 집을 방문하니, 정씨는 술상을 차려 정중하게 대접을 하게 되고, 그 자리에서 마침 정씨 집에 와 있던 설화의 사촌누이 벌인 명숙을 인사시키게 된다, 김 참판은 명숙의 자태와 행동을 보고, 극구 칭찬을 하며 정씨와 사돈이 되기를 원한다. 정씨는 김 참판에게 고마움과 기쁨을 느끼기도 하지만, 설화가 아닌 설화의 사촌 명숙을 며느리로 삼는 것이라 생각하고, 내심 떨떠름함을 감추지 못 한다. 그러나 며칠 후 김 참판에게서 온 서찰에서, 명숙이가 아닌 설화를 며느리로 삼자고 청혼하는 내용이라, 정씨 부부는 기쁨을 감추지 못 한다. 그러나 김 참판에게 인사를 드린 명숙은 그 일로 해서 마음에 깊은 상처를 입는다.

그런데 설화나 명숙에게는 경수라고 하는 마음에 둔 훤칠하고 잘생기고 제대로 대학공부를 한 젊은 청년이 있다는 설정이다. 두 처녀는 경수를 동시에 사랑기에, 경수를 두고 김 참판 댁으로 시집을 가야하는 설화는 마음에 병이 들어 시름시름 앓기 시작한다. 정씨는 양반가문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자존감에 차 있기에, 무당을 불러 설화의 마음의 병을 치료해 주고 싶지만, 양반가문의 체면과 도리가 아니라는 생각에 주저한다, 그러나 설화를 아끼는 하인 한가는 치료가 우선이라며 무당집으로 설화를 데려다 주고는 자책감인지 중벌이 두려워서 인지 자살을 하고 만다. 한편 경수는 설화의 병 소식을 듣고 마을에 등장하니, 명숙이 나타나 설화는 중병환자니 자신과 연을 맺자고 경수에게 애원한다. 그러자 경수는 명숙을 힘껏 밀어붙여 땅바닥에 쓰러뜨린다. 그 일로 해서 명숙은 부끄럽고 원통한 마음에 그만 호수에 빠져 자살을 하고 만다. 사람들이 무당집으로 설화를 찾아가 사촌언니 명숙의 자살소식을 알리니, 설화는 경수에 대한 마음을 접고, 김 참판 댁으로 시집가기도 거부하고, 설화자신도 무녀가 되겠노라 결심을 한다. 그런데 경수가 설화를 찾아와 자신도 박수무당이 되어 설화 곁에 머무를 뜻을 내보인다. 그러는 경수의 완강한 의지를 꺾기 위해, 또한 경수의 창창한 앞길을 열어주기 위해 설화는 스스로 목숨을 끊어버린다.

경수의 통곡과 함께 죽은 설화의 시신 위로 쏟아져 내리는 눈보라는 마치 눈꽃나비 같은 모습이 되어 관객의 가슴깊이 날아드는 장면에서 공연은 마무리가 된다.

이용길, 전예주, 정경화, 여무영, 반진수, 이옥천, 이계순, 김단아, 임 숙, 김양숙, 정의진, 김민중, 박상욱, 조원희, 김덕환, 허윤지, 서봉균 등 출연자 전원의 호연과 열연 그리고 열창은 관객의 시선을 집중시키고, 우레와 같은 갈채를 이끌어 낸다. 특히 공연 중 얼음산이 김민중의 줄타기 곡예는 관객의 환호와 탄성을 자아내고 우레와 같은 박수를 받는다.

   
 

가야금 임연희, 타악 유용재, 대금 김규환, 아쟁 성한여름 등 연주자의 연주가 극의 분위기 상승을 주도하고 관객을 감상의 세계로 인도한다.

창작지도 정철호, 무용지도 정명숙, 예술감독 여무영, 프로듀서 반진수, 총지휘 엄종섭, 제작지휘 병상문, 안무 유선후, 작·편곡 이원조, 제작감독 홍성일, 조명디자인 전상준, 음향감독 김현준, 영상제작 김태민(전통예술TV사장), 무대감독 윤정렬, 무대디자인 강영호, 의상디자인 이호준, 기획 박효진, 총진행 박미경, 제작진행 계동수, 총보 민수현·민수진 등 제작진과 기술진의 열정과 노력이 하나가 되어, 한국창극원의 박종철 작·연출의 <눈꽃나비 설화(雪花)>를 성공적인 공연으로 창출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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