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무도 없는 곳', 3월 31일 개봉
김종관 감독이 전하는 누군가의 마음속 이야기, '아무도 없는 곳'
"지어낸 것이 더 솔직할 때가 많아요"

사진=엣나인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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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뉴스 박한나 기자] '아무도 없는 곳'은 새롭지도 놀랍지도 않지만, 마지막까지 꾹꾹 눌러 담아 매듭짓는 '김종관스러운' 작품이다. 

'아무도 없는 곳(김종관 감독)'은 7년 만에 서울로 돌아온 소설가 '창석'이 우연히 만나고 헤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현실인지 소설인지 모를 '창석'의 이야기는 시간을 잃은 여자 '미영', 추억을 태우는 편집자 '유진', 희망을 구하는 사진가 '성하', 기억을 사는 바텐더 '주은'과 만나 다른 모습으로 변하며 쌓아진다. 그렇게 모인 이야기들은 삶을 살아가며 마주하는 모든 감정들을 끌어내며 여운을 전한다. 

'아무도 없는 곳'은 제 20회 전주국제영화제 전주시네마프로젝트 선정작으로 영화제를 통해 관객들에게 첫 선을 보였다. 이 작품은 영화 '최악의 하루', '더 테이블', '밤을 걷다' 등의 연장선에 있으면서도 더욱 새로워진 구도, 소재, 캐릭터, 스토리로 호평을 얻고 있다. 여기에 탁월한 스토리텔링을 자랑하는 김종관 감독의 '김종관 유니버스'로 그의 또 다른 세계관을 관객들에게 선사한다.

사진=엣나인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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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중 창석이 걷는 이른 봄의 길은 '참 좋았던 추억이 있는 곳'이다. 그러나 창석은 "그때와는 다른 모습이었어"라며 되뇐다. 그렇게 현실인지 상상인지 모를 창석의 이야기는 여러 인물들과의 만남 속에 내적인 동요를 겪는다. 이에 대하여 김종관 감독은 "그간 다뤄왔던 상실의 심상, 그 끝자락에 있는 영화"라고 표현하며 'Shades of the Heart'(마음의 음영)'. 즉, 여기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없는 것 같은 상태를 그려냈다. 

상실의 마음은 저마다의 마음속에 '아무도 없는 곳'을 통해 채워지고 비워지는 과정을 거쳐 치유되고 위로받는다. 김 감독은 이러한 치유의 과정을 억지스럽게 그려내지 않았다. 빛과 그림자의 대비 속에서도 그림자의 영역 안에서의 대화로 채워 중심이 아닌, 오히려 벗어나 있는 장소에서의 비워짐을 그려내기 때문이다.

사진=엣나인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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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없는 곳'을 통해 그려지는 인물들의 대화는 어쩌면 가볍게 지나쳤을 누군가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게 하는 매력이 있다. 이 작품은 하나의 목적을 위해 달리거나, 추구하는 무엇인가를 말하려고 애쓰지 않는다. 그저 두 사람의 대화를 지켜보다 보면, 나도 모르게 그 대화에 귀 기울이게되고 참여하게 된다. 그러곤 나만의 생각을 계속 정리하게 만든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내 안에 있는 가득 차 있는 무엇인가를 비워내는 듯한 느낌을 받게 한다.

사진=엣나인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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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판타지스러운 경계를 자연스럽게 타고 온다면, 어느 순간 상실과 죽음, 시간이라는 테마들과 마주하지만 이전과는 사뭇 다른 관점을 갖게 된다. 앞에서 소개했듯 '아무도 없는 곳'은 "고통 속에서 어서 벗어나"라고 재촉하지 않기 때문이다. 되레 "그럴 수 있지"라는 위로가 되고 "너도 그래?"라는 동질감이 형성이 한다.

"어떻게 보면 지은 이야기는 없어요 다만 관점이 있어요"라는 극 중 대사처럼 분명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게 하는 묘한 장면들이 작품을 구성한다. 하지만, 왠지 지어낸 이야기는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건, 각 캐릭터들의 그림자의 정서를 통한 공감을 끌어냈기 때문이다. "지어낸 것이 더 솔직할 때가 많아요"

사진=엣나인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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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없는 곳'은 참 '김종관스러운' 작품이다. 어떤 것 하나 삐죽 튀어나오지 않고 꾹꾹 눌어 담아 매듭짓는 그의 솜씨는 감탄할만하다. 일관성이 있는 그의 대사 톤과 과감하지만 힘 있는 그만의 스토리는 삶의 어느 순간 문뜩 튀어나와 기억을 불러 일으킬 것 같다.

한편, '아무도 없는 곳'은 오는 31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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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어낸 것이 더 솔직할 때가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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