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자산어보', 3월 31일 개봉
이것은 분명히 거랩니다, '자산어보'
정약전과 창대의 신분 초월 브로맨스

사진=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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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뉴스 박한나 기자] '자산어보'는 정약전의 눈으로 보고 창대의 손끝으로 느끼는 조선의 모습을 전한다.

'자산어보(이준익 감독)'는 세상의 끝 흑산도로 유배된 '정약전'과 섬 토박이 청년 어부 '창대'가 만나 '자산어보'를 지필하는 과정을 그렸다. 신유박해로 흑산으로 유배된 정약전은 무슨 일인지 책보다 바다가 더 궁금해진다. 그때 마침 정약전에 눈에 든 청년 어부 창대는 누구보다 바닷속 생물들에 훤한 지식을 갖고 있다. 정약전은 어류학서를 쓰겠다며 창대를 찾아가 도움을 청한다. 그러나 창대는 성리학이 아닌, 서학을 따랐다는 정약전이 탐탁지 않아 이를 거절한다. 이때 정약전은 창대에게 묘수를 던지는데, "내가 아는 지식과 너의 물고기 지식을 바꾸자. 이건 거래다"

사진=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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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 인물을 통해 현시대까지 관통하는 가치를 전하는 이준익 감독이 이번에는 조선시대 학자 '정약전'을 조명한다. 또한 정약전과 더불어 '자산어보' 서문에 등장하는 '창대'라는 인물을 통해 시대를 꿰뚫는 통찰력을 선사한다. '자산어보'는 사실과 허구가 공존하는 이야기이다. 실존 인물인 정약전과 정약용의 이야기에 '창대'라는 이름뿐인 인물을 창작한 것이다. 

"홍어 댕기는 길은 홍어가 알고, 가오리 댕기는 길은 가오리가 안다" 바다밖에 모르는 창대와 글밖에 모르는 정약전의 거래는 시작부터 경계를 허문다. 조선이라는 시대적 배경에도 불구하고 정약전은 창대와 수직적인 방식이 아닌, 수평적인 쌍방향 대화를 나눈다. 이와 같은 연출은 추후 "성리학이든 서학이든 좋은 건 다 갖다 써야지"라는 정약전의 대화와 선을 긋듯이 일직선으로 만나게 된다. 

사진=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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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어보'는 매력적인 소재와 달리 스토리는 진부함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그러나 설경구, 변요한, 이정은 등 배우들의 맛깔나는 해석으로 러닝타임 내내 저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했고, 진부함을 해소시키는 장치가 됐다.

그 중 설경구가 표현한 '정약전'은 새로웠다. 여타 사극에서 표현되는 고정적인 학자의 모습을 탈피한 '정약전'이라는 캐릭터 자체도 매력적이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설경구는 첫 사극이라고 느끼기 어려울 만큼의 완벽한 캐릭터 싱크로율을 구현해 냈기 때문이다. 또한 정약전의 학자로서의 깊은 고민과 이상향이 스크린을 통해 그대로 전달되었기에 더욱 눈길이 갔다.

사진=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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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어보'는 흑백영화로 관객들에게 선보인다. 물론 작품 중 감독의 연출 의도에 따라 부분적으로 컬러감을 주기도 하지만, 자산어보가 그리는 조선은 흑백이다. 그러나 흑백이라고는 느껴지지 않는 선명함은 컬러영화가 지닌 다채로움을 넘는 묘한 에너지가 있었다. 

또한 하늘에 수를 놓은 듯 펼쳐지는 시와 수묵화를 연상시키는 자연은 그야말로 조선 시대를 그대로 재현한 듯 생생하게 전달되었다. 이에 더해 흑백의 영상은 작품 속 각 인물들에 더욱 집중하게 만들었다. 다양한 색감으로 시각을 자극하지 않았기에, 배우들의 표정과 행동들에 더욱 집중하도록 작용한 것이다.

'자산어보'는 정약용의 형에서 학자 '정약전'에 대한 집중을. 학자 정약전에서 조선을 바라볼 수 있는 통로가 되는 작품이다.

사진=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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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자산어보'는 오는 31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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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자산어보', 정약전을 통해 보고 창대를 통해 느끼는 조선의 수묵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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