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SM-5 도박중독 자가진단
도박 중독자의 비합리적 신념

[사진= EDAM 엔터테인먼트]
[사진= EDAM 엔터테인먼트]

[문화뉴스 이하경 기자] '라일락'으로 4년만에 컴백한 아이유. 일에 중독된 아이유 자신의 모습을 담기도 했다는 이번 앨범의 더블 타이틀 곡인 'Coin'을 시작으로 도박 중독에 대해 다뤄보고자 한다.

[사진= Coin M/V 캡쳐]
[사진= Coin M/V 캡쳐]

"Baby 알잖아 내가 한 번 미치면 어디까지 가는지. 마지막 게임이니만큼 후회 없는 실수를 저질러."

"Baby 알잖아 내가 지금 이 판에 도대체 뭘 거는지. 마지막 betting이니만큼 엉망으로 테이블을 어질러" 

-아이유 Coin 가사 중-

도박은 '불확실한 것에 가치 있는 무언가를 걸고 내기하는 행위'를 말한다. Coin 가사 속 중독자도 '가치가 정말 큰 무언가'를 걸고 마지막으로 게임을 하러 가는 듯 보인다. 그런데 과연 이번 판이 중독자의 이야기대로 '마지막 게임', '마지막 betting'이 될 수 있을까? 

아이유는 라디오 '별이 빛나는 밤에' 에 출연하여 "Coin은 맨 꼭대기와 가장 바닥을 맛본 중독자 캐릭터를 상상하며 노래를 부른다"고 이야기했다.

[사진= Coin M/V 캡쳐]
[사진= Coin M/V 캡쳐]

Coin 속 중독자는 도박의 '희열'을 느끼고, 큰 손해를 보았음에도 그것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병적인 도박 중독을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람들이 도박에 중독되는 이유 중 하나는 '우연한 승리의 기쁨'이다. 크게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훨씬 더 가치있는 것을 얻은 경험에서 오는 '희열'은 도박의 가장 무서운 요인이다.  도박 중독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여러 연구에서  '돈을 따 본 경험이 1번이라도 있는' 사람들이 더 쉽게 도박에 빠진다는 사실을 밝히기도 했다. 


도박 중독자 '뇌'의 모습

[사진= Pixabay 캡쳐]
[사진= Pixabay 캡쳐]

'중독에 대한 100가지 오해와 진실, 중독포럼, 2017'에서 몇 가지 실험을 통해 도박 중독자와 일반인 뇌의 활성화 정도, 반응 양상이 다르다는 것을 밝혔다. 

"합리적인 상황 판단 능력의 감소"

도박중독자와 정상인의 뇌를 비교하기 위해 '자기공명 동영상 검사'를 실시한 결과, 블랙잭 게임을 하면서 저위험 조건과 고위험 조건에서의 뇌 활성화 양상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블랙잭 게임을 하면서 저위험 조건과 고위험 조건에서의 뇌 활성화를 분석하자 일반인들은 저위험 조건에서 시상하부, 전두엽, 상측두엽의 활성화가 일어나는 반면, 도박 중독자들의 뇌는 고위험 조건에 더 큰 활성화를 보였다.

이는 도박 중독자들이 의사 결정 과정에서 정상인들과 같은 합리적인 판단을 하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실험이었다.

 "돈을 따거나 잃는 것에 대한 반응 기능 저하"

[사진= Coin M/V 캡쳐]
[사진= Coin M/V 캡쳐]

도박중독자와 일반인을 대상으로 과제를 수행할 때 '돈을 따거나 잃는 것을 기대하는 과정', '실제로 돈을 따거나 잃었을 때 뇌의 활성화를 분석'했다. 도박중독자들은 돈을 따거나 잃는 것을 기대하는 과정 뿐 아니라 실제 그 결과에 대해서도 정상 대조군에 비해 반응성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들은 돈을 따거나 잃는 것에 무감각해졌다. 

결국 도박에 대한 집착은 '잃은 돈을 만회'하기 위한 목적이나, '큰 돈을 얻기 위해'와 같은 이유 때문이 아니라 '도박행위 자체'에 대한 중독의 결과로 발생하는 것임을 알 수 있었다. 


도박 중독의 위험성

[사진= Pixabay 캡쳐]

도박 중독의 위험성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잠도 자지 않고 도박에 몰입하다 보니, '수면 부족', '불안', '우울' 등의 정신적 손상이 나타난다. 또한, 자극적인 것에 뇌가 적응하여 일상의 평범한 자극에는 반응하지 못하게 된다.

가족의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인한 '가정 불화', '이혼'이 발생하고 자신의 주위 인간관계나 일상 생활을 영위하지도 못할 정도로 도박에 몰입한다. 도박을 하기 위해 '범죄'를 저지르는 등 사회 부적응적인 행동을 할 수 있다. 

'주식 중독'과 '도박'의 상관관계는?

최근 이슈가 되는 '주식 중독'도 도박의 한 종류다. 시작은 호기심과 재미였으나 즉각적인 보상이 주어지는 주식에 빠져, 무리하게 돈을 대출 받기 시작한다. 

주식 투기는 뇌의 쾌락 호르몬인 도파민을 과다하게 분비하고, 보상회로가 자극되면서 뇌가 손상된다. 이는 욕구 조절의 어려움, 의사결정의 문제 등 뇌 기능의 문제도 유발 할 수 있다. 


도박 중독자들의 비합리적 신념

[사진= Coin M/V 캡쳐]
[사진= Coin M/V 캡쳐]

도박 중독은 초기에는 적은 금액으로 시작하기에 손실이 있어도 크게 타격이 없다. 손해를 입더라도 '더 큰 돈을 따서 수입을 만회할 수 있을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도박으로 돈을 따는 일은 우리의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도박 중독자들의 비합리적 신념은 다음과 같다.

1. "자기 도박기술의 과대 평가"

'나는 운이 좋은 사람이기 때문에 돈을 딸 것'이라고 생각하는 '자기 과신적 추론'과 '공부를 많이 하고 정보가 있으면 돈을 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기술 과대평가적 추론'이 있다.

2. "미신적 믿음"

"어제 좋은 꿈 꿨으니 오늘 로또 사라" 는 말로 이해 할 수 있다. 인지적 측면에서는 '꿈'이 가장 대표적이다. 특정 물건(부적)을 소유하거나 특정 행동을 하면 자신에게 행운이 온다는 믿음도 이에 포함된다.

3. "해석적 편향"

내부 귀인, 외부 귀인: 자기가 생각하기에 좋은 방향으로 상황을 생각하는 것이다. 돈을 따면 내 탓(내부 귀인), 돈을 잃으면 남 탓(외부 귀인)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도박 중독자의 오류: 지금은 돈을 잃어도 크게 한 번 따면 다 회복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추격 베팅: 더 자주, 더 많은 돈을 베팅하면 잃은 돈을 벌충(손실이나 모자라는 것을 보태어 채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사후해석 편향: 도박의 결과를 보고 자신의 선택을 나중에 평가하는 것이다. 돈을 따면 자신이 잘 선택했다고 해석하고, 잃으면 다른 사람 때문이라고 편향되게 해석하는 것이다. 

4. "시간의 중첩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돈을 딸 것이라는 생각으로, '돈을 딸 때가 가가워졌기 때문에 조금만 더 참고 기다리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5. "선택적 기억
돈을 잃었던 기억보다는 딴 사건을 더 잘 기억하는 것이다.


도박문제 공중건강 모형

[사진= 한국도박문제 관리센터 홈페이지 캡쳐]
[사진= 한국도박문제 관리센터 홈페이지 캡쳐]

도박은 '저위험 도박', '중위험 도박', '문제도박'으로 그 위험성이 나뉜다.

저위험 도박

대부분의 도박 경험자들은 저위험 도박자에 속한다. 도박을 하는 시간과 돈을 통제할 수 있고, 도박의 목적이 '오락'과 '친목'이다. 

중위험 도박 (전체 인구 중 4.2%)

도박이 삶에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도박자이다. 도박을 하는 시간과 돈을 제한하는데 어려움이 있으며 도박행동 및 결과를 숨기기 시작한다. 도박자 자신이나 가족, 친구, 동료 등 타인이나 지역사회에 사회적, 경제적으로 해로운 결과를 초래한다. 

문제도박 (전체 인구 중 1.1%)

내성, 금단증상, 통제력 감소가 나타나며 도박행동을 조절하는 능력이 심각하게 상실된다. 도박 때문에 중요한 활동을 포기하기 시작하며 도박 때문에 일상 생활과 역할에 심각한 손상을 경험한다. 


도박장애의 진단기준(DSM-5)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문제적 도박 행동이 임상적으로 현저한 손상이나 고통을 일으키고 지난 12개월 동안 다음의 항목 중 4개(또는 그 이상)가 나타난다.

1. 내성: 원하는 흥분을 얻기 위해 액수를 늘리면서도 도박을 하려는 욕구

2. 금단: 도박을 줄이거나 중지시키려고 시도할 때 안절부절 못하거나 과민해짐

3. 조절실패: 도박을 조절하거나 줄이거나 중지시키려는 노력이 반복적으로 실패함

4. 집착: 종종 도박에 집착함(과거의 도박 경험을 되새기고, 다음 도박의 승산을 예견해 보거나 계획하고, 도박으로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생각)

5. 회피성 도박: 괴로움(무기력감, 죄책감, 불안감, 우울감)을 느낄 때 도박을 함 

6. 추격도박: 도박으로 돈을 잃은 후, 흔히 만회하기 위해 다음날 다시 도박을 함

7. 거짓말: 도박에 관련도니 정도를 숨기기 위해 거짓말을 함

8. 부정적 결과: 도박으로 인해 중요한 관계, 교육적/직업적 기회를 상실하거나 위험에 빠뜨림

9. 경제적 도움을 받음: 도박으로 야기된 절망적인 경제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한 돈 조달을 남에게 의존함

[사진=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자가진단' 캡쳐]
[사진=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자가진단' 캡쳐]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한도관)' 홈페이지를 통해  누구든 '도박중독 자가진단'이 가능하다.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성인'들에게 합법적으로 허용하는 도박은 '경마', '경륜', '경정', '로또', '스포츠 토토', '카지노', '체육진흥 투표권' 등 7가지 뿐이다.

설날에 가족끼리 100원씩 걸고 하는 윷놀이나 고스톱, 학교에서 재미로 하는 동전 뒤집기도 '불확실한 것에 가치 있는 무언가를 걸고 내기하는 행위'라는 도박의 정의에 부합하기 때문에 도박의 한 종류로 구분된다. 

[사진= Coin M/V 캡쳐]
[사진= Coin M/V 캡쳐]

승부를 걸고 하는 모든 종류의 내기는 비록 가볍다 해도 모두 도박에 속한다.

청소년들이 자주 접하는 모바일 게임에서도 '도박'을 연상하게 하는 요소들이 있다. '랜덤박스' 개념의 아이탬이나 홀짝, 사다리 타기, 주사위, 확률형 아이탬 등 게임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다보니, 점차 도박에 무감각해진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이에 도박은 '오락', '친목' 등 긍정적인 측면도 가지고 있는 반면 중독의 위험성도 크기 때문에 적절히 조절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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