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성문화재단 'H 아트랩' 입주 부부작가, 나나와펠릭스
하나의 주제로 둘이 만들어 가는 예술의 세계
장르가 아닌 예술가의 진실성 추구
관조적 기록, 냉소적 이상주의 , 우울의 미

'H 아트랩' 입주작가 나나와펠릭스
'H 아트랩' 입주작가 나나와펠릭스

 

[문화뉴스 김창일 기자] 태성문화재단은 지난해 12월 온라인 신청을 통해 ‘H 아트랩’ 1기 입주작가 신청을 받았다.

430여 명의 작가가 지원할 정도로 높은 관심을 보였고, 두 차례 심사를 거쳐 회화, 미디어, 아트 테크놀러지, 퍼포먼스, 이론가 등이 입주를 마쳤다. 입주작가들은 호반파크 내 개인창작공간, 전시실 이용, 입주 작가와 미술 이론가 매칭 등의 지원을 받게 된다.

‘H 아트랩’의 입주작가를 담당하는 태성문화재단 박선경 큐레이터는 “각자의 공간에서 작업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을 기본으로 서로 소통하고 교류하는 공간으로 만들어 나가려고 한다”면서 “초대작가로 모신 이강소, 김보희 선생님과 후배 입주작가, 이론가가 함께 교류하는 시간을 가지며, 향후 전시와 출판을 비롯한 유튜브 영상제작이나 VR기술을 이용하여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도 홍보하겠다”고 밝혔다.

'H 아트랩' 1기 입주작가 중, 한국과 핀란드 국적을 가진 부부 듀오 작가 ‘나나와펠릭스’를 만나 보았다.

 


 

‘나나와펠릭스’는 2011년 핀란드 헬싱키의 알토예술대학원에서 예술사진 석사 과정을 공부하면서 만났다고 한다. 2012년부터 서로 작업을 함께하다가 2013년부터 본격적으로 듀오로서 작업에 전념하고 있다. 둘은 한국과 핀란드 국적을 가진 부부여서 삶과 작업에 두 나라의 이야기가 얽혀 있다. 

나나는 영국 런던에서 서양화와 순수예술을 전공했고, 조형회화, 조형이미지, 설치 등의 작업활동을 했다. 펠릭스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사진학과 비쥬얼커뮤니케이션을 졸업하고 건축사진 및 도큐멘터리 방식의 사진 작업을 해온 경력이 있다.  

 

한국과 핀란드를 연결하는 나나와펠릭스
한국과 핀란드를 연결하는 나나와펠릭스

 

세상을 날 것 그대로 보는 시선

두분께서 추구하는 작품 세계를 말씀해주세요. 

전반적으로 봤을 때 저희의 작업은 가능한 최대한 세상을 날 것 그대로 보는 것에 대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세상을 우리가 보고 싶은 대로 또는 익숙한 방식으로 보는 것과는 반대로 세상을 보려는 시도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물론 이런 시도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할 수 있는데요. 그 이유는 우리가 사물을 바라보는 방식은 이미 사회적으로 성립된 가치 기준을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항상 이러한 방향으로 작업을 이끌어 나가려고 노력합니다. 

예를 들면, 현재 진행중인 ‘7시간의 미래’라는 장기 프로젝트를 가지고 설명드릴 수 있는데요. 이 프로젝트의 제목은 서울과 헬싱키의 시차를 반영합니다. 제목은 일종의 큰 테마로서 이해하시면 되고, 큰 테마 아래 여러 다른 소-프로젝트로 이루어진 작품들로 구성됩니다. 

소-프로젝트들의 예로, 2020년 366일 동안의 서울과 헬싱키의 공기질을 732점의 회화시리즈로 만든 ‘SEL2020HEL’, 끊임없는 재건축과 자발적 감시체계 속의 도시를 표현한 35점의 드로잉설치작품인 ‘향수병’, 독점경제로 잠식된 나라의 풍경을 도큐먼트 사진과 우편엽서그림으로 해석한 총 204점의 평면작업인 ‘아베쎄 휴게소’ 등 여러 다른 분야와 시리즈로 작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모든 소-프로젝트를 관통하는 전체적인 맥락은 인간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문화적 풍경을 여러가지 방식으로 표현해내는 데에 있는데요. 각각의 작업들은 한국과 핀란드라는 각각의 사회가 생각하는 ‘자연스러운 풍경’을 해석하는 이상적 가치에서 출발합니다. 

작업 진행과정에서 우리는 미술사에서 잘 알려진 이미지들 또는 동시대적 요소들을 자주 차용하고, 우리를 둘러싼 풍경에서 종종 찾아볼 수 있는 민족주의적 색채가 짙은 이상적 가치 또는 글로벌 경제라는 쳇바퀴가 만들어내는 가치 위에 입히기도 합니다. 

 

​나나는 장르가 아닌 예술가의 진실성으로 작품을 표현한다고 전했다.
​나나는 장르가 아닌 예술가의 진실성으로 작품을 표현한다고 전했다.

 

 
미디어아트, 설치미술, 미술 등 다양한 분야의 작품을 창작하고 계신데 주력하는 분야가 있으신가요?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합니다. 분야나 장르를 구분해서 대답하면 솔직히 저희의 작업방식을 명확히 표현하기엔 좀 부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동시대 많은 작가분들도 아마 비슷한 생각을 하고 계실 거라 생각하지만, 오히려 한 주제를 가진 미술전시를 만드는 게 저희의 분야라고 대답하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또 어떻게 보면, 한가지 장르에만 주력한다고 말할 수 있는 부분이 있기는 있는데요, 그건 하나의 매체를 말하는 게 아니라, 예술적 추구, 예술가적 진실성, 심지어 예술의 도덕성에 주력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서로 굉장히 다른 배경과 교육 및 기술들을 가진 2인인데요, 같이 작업을 하면서 각자가 가진 다른 기술들을 합칠 수 있을 뿐 아니라, 여러가지 옵션이 배가 되어 늘어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과정은 하나의 매체를 통해서 관심있는 주제나 테마 또는 관점 등에 접근 한다기 보다는, 하나의 아이디어에서 시작해서 그 아이디어를 표현하기에 가장 알맞은 매체를 찾을 때까지 여기저기로 팽창하는 가능성을 제공합니다. 

좋은 예로, 앞서 잠깐 언급한 732점의 회화작업 ‘SEL2020HEL’의 경우엔, 2018년 초기 계획단계에서는 ‘공기오염도가 색으로 표현될 수 있는 점을 작품으로 만들어내면 좋겠다’라는 아이디어만 가지고 시작을 했는데요. 그 후 2년동안 우리는 그래픽과 사진매체부터 시작해 영상, 라이트 및 대기 설치작품 등의 다양한 매체를 고려하면서 조사와 계획을 해왔어요. 결국 주제를 가장 존중하면서 동시에 작업 행위에 대한 궁극적인 이유를 잘 뒷받침할 수 있는 매체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특정 주제에 맞는 매체를 찾아내는 방식은 저희 작업방식의 중심이 되는데요. 나아가 이런 작업 형태는 같이 작업하는 데 있어서 작업의 스타일이 고여 있게 되거나 식상해지거나 지루해지는 현상을 예방한다고 생각합니다.  

 

밤에 걸어도 안전해서 좋다는 펠릭스. 나나와 함께 4~5시간 산책을 즐긴다고 했다.
밤에 걸어도 안전해서 좋다는 펠릭스. 나나와 함께 4~5시간 산책을 즐긴다고 했다.

 

 

걸으며 사색하고 작품으로 이어집니다.

작품의 영감은 어디서 얻으시나요? 

항상 저희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 또는 사회, 즉 매일 부딪히게 되는 문제들에서 출발하는데요. 하지만 작업 방향에 대한 영감, 아이디어의 발전 그리고 모든 대화, 논쟁, 창의적인 다툼 등은 아주 장시간의 긴 산책에서 나옵니다. 산책 없이는 작업이 절대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작품의 영감이 한번에 두 손에 쥐어진다기 보다는 시간을 두고 서서히 알아가는, 마치 제임스 터렐 작품처럼 어둠속에서 눈이 점점 익숙해지면서 빛의 형체를 알아보게 되는 방식으로 영감이 오는데요. 우리 두사람이 아이디어를 주고받으면서 영감의 형체가 또렷해진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작년 한 해는 코로나19로 많은 전시가 취소됐었습니다. 작년 한 해 활동은 어떻게 하셨나요? 

2020년 1월1일부터 일일회화시리즈로서 하루에 2점의 회화를 제작해야 하는 ‘SEL2020HEL’을 시작했는데요. 프로젝트 계획단계에서부터 일일회화를 시작하면 병가나 휴일없이 366일 매일 작업해야 했기 때문에, 1년간은 거의 모든 만남이나 모임, 가족적 의무, 책임 등을 못하고 스튜디오에 처박혀서 작품만 계속 만들었어요. 

그래서 솔직히 전세계적 팬데믹의 여파를 못 느꼈다고 할 수 있는데요. 농담삼아 정말 이 말 많이 했어요. ‘전세계가 우리처럼 실내에 처박히는 거 따라하고 있는 것 같다’고요.

 

서울과 헬싱키의 공기질을 표현한 'SEL2020HEL'
서울과 헬싱키의 공기질을 표현한 'SEL2020HEL'

 

 

한국과 핀란드를 연결하는 두 작가

 

나나와펠릭스를 대표할 수 있는 말은? 표현은 무엇이 있을까요? 

행동력이 없이 무관심하게 보거나 수수방관하는 것이라는 의미로 관조적 기록, 냉소적 이상주의, 우울의 미(melancholic beauty) 등을 들 수 있습니다. 

입주작가 아트랩에서 하고 싶은 작품이나,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현재 저희는 두가지 다른 소-프로젝트를 진행 중인데요. ‘7시간의 미래’라는 큰 프로젝트의 일부입니다. ‘카메라, 담배, 위스키 그리고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라는 제목의 작품은 수백점의 사진과 백여 점의 버려진 액자들이 모일 설치 작품인데요. 이 작품에 쓰일 모든 사진들은 이미 몇 년 전에 모두 디지털 상으론 정리된 상태이고요. 버려진 액자들을 주우러 서울의 동네방네 돌아다니며 모을 예정입니다.  

이번해에 중심이 될 작업은 가제 ‘스트림-라인’으로서 여러 영상매체를 사용한 영상-설치 작업이 될 예정입니다. 현재 저희는 서울 곳곳을 흐르는 강과 하천을 조사하고 도큐먼트 할 전체적 계획을 짜고 있습니다. 

이번 작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는데요. 하나는 하천을 따라 흐르는 시각 여행이고, 다른 하나는 강둑을 따라 들리는 사운드의 녹음입니다. 설치는 이것들의 알맞은 융합과 배치가 될 것 같습니다.

올해 전시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5월4일부터 8월 8일까지 청주시립 대청호미술관에서 개인전 ‘SEL2020HEL’을 선보입니다. 2020년의 366일의 서울과 헬싱키의 대기질을 300가지의 색을 통해 한번에 펼쳐 보이는 전시가 될 예정입니다. 내년 2022년 1월에 포스코 미술관에서 개인전이 잡혀 있습니다.

 

<나나와 펠릭스(Nana & Felix) 주요이력>

▲ 김환희 Kimhwanhee (b.1980) 
2011-2014 핀란드 헬싱키 알토예술대학원 예술사진학과 석사 졸업
2003-2004 영국 런던 첼시대학원 미술학과 석사 졸업

▲ 펠릭스 뉘베리 Felix Nybergh (b.1985)
2011-2014 핀란드 헬싱키 알토예술대학원 예술사진학과 석사 졸업
2007-2011 스페인 바르셀로나 IDEP-AbatOlibaCEU대학교 사진학&비쥬얼커뮤니케이션과 학사 졸업

■ 주요 개인전
2021    SEL2020HEL Diary, einBuch.haus, 베를린, 독일
2017    위스트WEAST, 갤러리도올, 서울, 한국
    
■ 주요 그룹전 외
2021 제6회 포스코미술관 신진작가 공모전, 포스코 미술관, 서울
2020 Glogau Open Studio Exhibiiton_Virtual Edition, Glogau 레지던시, 베를린, 독일 
2018 Petites Anotacions Sobre El Retrat, Centre Cívic Ateneu Fort Pienc, 바르셀로나, 스페인
2017 291 레포트, 공간 291, 서울, 한국
2015 비평행적 진화, 인천아트플랫폼, 인천, 한국
2015 Relational Extravaganza & Arbitrary Dreams, Lacey Contemporary Gallery, 런던, 영국

■ 주요 수상
2021    제6회 포스코미술관 신진작가상 수상, 포스코미술관, 서울
2017    핀란드 코네재단 예술가 창작지원 6개월
2015    Highly Commended 수상, The Woollarha Small Sculpture Prize, 더블 베이, 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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