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다르고, 특별하고, 소중한 존재입니다"
국립극단, SETUP202 막 오르다

공연사진 (사진=국립극단 제공)
공연사진 (사진=국립극단 제공)

 

[문화뉴스 김창일 기자] 타인의 중력이 잡아당길 때가 있죠. 아니라고 하지만 자꾸만 이끌리고 다가가게 됩니다. 상대방을 향한 마음이 내 안에 가득차면 고백을 하게 되고, 세상이 아름답게 보이는 마법도 생깁니다. 보통 이런 현상을 사랑이라고 표현합니다. 누구나 축복받아야 하지만 ‘성소수자’는 자신의 사랑을 드러내며 살고 있지 못합니다.

국립극단에서 5월 10일까지 공연하는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는 ‘성소수자’를 소재로한 박상영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성소수자’는 일상이 무겁고 아픔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극은 유쾌하고 즐겁습니다. 인격적으로 존중받아야 하는 자연인 중, 누구도 타인의 인격을 모욕할 순 없습니다. 하지만 ‘성소주자’는 이것조차 허용되지 않고 있습니다. 

 

 

다양한 프레임으로 세상을 보라

공연사진 (사진=국립극단 제공)
공연사진 (사진=국립극단 제공)

 

극은 관객에게 다양한 프레임으로 세상을 보라고 권유하고 있습니다. 관람객은 무대 위 360도 회전의자에 앉아 내가 원하는 대로 프레임을 정할 수 있습니다. 나의 시선과 중첩되는 타자의 프레임, 타자의 프레임도 어느덧 나의 프레임이 되곤 합니다. 어쩌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각자 다르지만, 그렇게 다르지 않다고 말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극중 '나'와 '왕샤'는 노래방에서 도우미를 부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멸시를 받습니다. 노래방 주인의 차별은 이성애와 동성애의 차별이었을까요? 도우미를 부르는 것은 당연하지만 남자 둘이 노래를 하는 것은 비상식적이라는 의도였을까요? '나'와 '왕샤'는 동성애자들의 품격을 보여주자고 당당히 말합니다. 합법과 불법, 상식과 비상식, 이성애와 동성애는 대립점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극히 경계가 모호한 인간의 행태라고. 

 

공연사진 (사진=국립극단 제공)
공연사진 (사진=국립극단 제공)

 

우린 항상 행복하자고 말합니다. 친구에게 고민을 털어 놓으면 ‘네가 행복했으면 좋겠다.’라는 응원의 메시지를 받습니다. 내가 ‘나’로서 행복하려고 하는데, 왜 세상은 내가 행복하면 안된다고 말하는 것일까요?

내가 ‘나’로서 살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할까요? 태어나면 출생신고를 하고, 만 18세가 되면 주민등록증을 만듭니다. 내가 나를 증명할 수 있는 증거가 있어야 사회는 ‘나’를 ‘나’로 받아들입니다. 사회적인 허가가 있어야 나는 내가 될 수 있나 봅니다.

 

이해와 오해의 간극

'나'는 여전한 이방인

공연사진 (사진=국립극단 제공)
공연사진 (사진=국립극단 제공)

 

인권영화제에서 ‘나’는 ‘성소수자’라고 밝히지 않았습니다. 나의 작품보단 ‘성소수자’를 모르는 사람이 ‘성소수자’를 오해하며 담은 작품이 호평을 받습니다. ‘나’의 영화는 지극히 평범한 일상인데 반해, 타자의 작품은 한이 서려 있습니다. ‘성소수자’를 이해하지 못했지만, 세상은 이해했다고 생각합니다. ‘성소수자’의 입장에선 오해이지만, 사회는 이해라고 표현합니다. 이해와 오해의 간극에서 ‘나’는 여전히 이방인일 뿐이었습니다.

그리고 유채영. 뜬금없이 나온 故 유채영의 이름처럼, 극 중 유채영의 노래를 아주 흥겹게 부릅니다. 툭 하고 튀어나온 댄스와 노래에 관객도 노래를 따라 부르게 됩니다. 

극은 따분하거나 진부하거나 파격적이지 않습니다. 우리의 일상처럼 말이죠. 곳곳에 재미 있는 요소가 있어 무겁게 즐기지 않아도 되는 극이었습니다. 

 


 

국민로봇배우 1호 공연사진 (사진=국립극단 제공)
국민로봇배우 1호 공연사진 (사진=국립극단 제공)

 

한편, 국립극단은 새로운 도전을 통해 관습적 선택에 질문을 던지는 'SETUP 202'로 4개의 공연을 동시 개최한다. 4월 16일부터 5월 10일까지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 4월 16일부터 4월 25일까지 소극장 판에서 ‘액트리스 원 : 국민로봇배우 1호’이 공연된다.

5월1일부터 5월 10일까지 ‘액트리스 투 : 악역전문로봇’, 5월 1일, 2일, 8일, 9일 야외마당에서 ‘당클매다’가 관객들을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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