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도 챔피언을 꿈꾸는 이집트 소녀들의 이야기

사진=전주국제영화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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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뉴스 조희신 기자] 아랍권, 이슬람교 등의 단어를 생각하면 순종적이고 보수적이며 자신들의 권리를 내세우지 못 하는 여자들을 떠오르듯 하다. 하지만 전주국제영화제 기간에 상영되고 있는 ‘세상을 드는 소녀들’에서는 역도 챔피언을 꿈꾸고 있는 소녀들이 묵묵히 무거운 역도를 들며 기록을 세우고 있다.

마이 자예드 감독은 “이 영화가 중동 여성에 대한 선입견을 없애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의 황폐한 공터에서 훈련하기부터 올림픽 경기에 출전하기까지, ´건포도´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14살 제비바는 유년기와 역도 챔피언 사이에서 갈팡질팡한다. 헌신적이지만 냉정한 스승인 라마단의 코칭과 제비바 자신의 재능만이 길을 인도할 뿐이다. 

사진=전주국제영화제 제공

 

그녀는 도약할 수 있을까? 

이집트 알렉산드리아 시내 한 귀퉁이에는 철조망으로 둘러싸인 황폐한 공터를 야외 체육관으로 만든 곳이 있다. 경적소리와 흙먼지로 뒤 덮인 이곳에는 2003년 불과 15세의 나이로 이집트 최초로 여성 역도 챔피언이 된 나흘라 라마단을 키우고, 이집트 여성 역도 사상 최초로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된 아비르 압델라만을 키운 곳이기도 하다. 

나흘라 라만단의 아버지인 감독 라마단은 수다스러우며, 경기에서 살짝 삐긋해도 꾸지람을 짓는 사람이다. 이런 교육 방식 때문인지 제비바의 의지가 낮아지는 것도, 서로 갈등이 생기는 일도 종종 생긴다. 그렇지만, 감독 라마단은 담장과 천막을 만들기 위해 연금까지 털정도로 열정이 가득하며 소녀들을 역사에 남을 챔피언으로 만들기 위해 독하게 키운다.

사진=전주국제영화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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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제비바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연습으로 단련해 느리지만 빠르게 성장해 가는 소녀들의 이야기이며, 중동 여성은 ‘남성스러운’ 스포츠는 못할 것이라는 편견을 깨트리기 위한 영화로 생각한다.

또, 다큐멘터리 장르로서 현실감이 넘친다. 흔들리는 카메라로 보여주는 풍경, 주변의 경적소리, 소녀들의 경쟁의식 등도 느껴볼 수 있다. 그 중 역도를 하는 여성들을 안 좋게 보는 사람들이 체육관을 지나가면서 좋지 못한 시선을 보내거나, 심하면 모욕적 발언을 하고 가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런 불편함을 느끼는 관객을 대변하듯이 감독 라마다는 돌을 던지면서 욕하는 사람들에게 화를 낸다. 그런 장면에서 중동 여성의 인권에 대한 생각과 누구나 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했다.

사진=전주국제영화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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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액션영화처럼 역동적인 장면이 없어 자칫하면 지루할 수 있다. 하지만 ‘거리의 챔피언’이라고 불릴 정도로 고루 갖춰지지 못한 환경에서도 꿋꿋이 무거운 역기를 들어 올리며, 챔피언이란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소녀들의 성장은 관객들 마음에 잔잔한 여운으로 다가 올 것이다. 

이 영화는 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 상영 작품으로 오는 8일까지 OTT플랫폼인 웨이브에서 찾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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