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를보는 '거리의 기술' 사진전
여관이란 독특한 전시 공간에서 펼쳐져
19명의 작가 시선으로 바라본 코로나19 일상

통의동 보안여관 입구

[문화뉴스 조희신 기자] '거리의 기술' 사진전은 1942년부터 2005년까지 많은 나그네들이 머물다가 간 공간에서 2007년부터 예술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는 ‘통의동 보안여관’에서 만나 볼 수 있다.

격식을 차려야 하는 다른 전시장은 부담감이 들 수도 있지만, 이 공간은 쉽게 찾아와 즐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실제로도 유동인구가 많은 경복궁역 쪽에 있어 지나가다 호기심에 들어오거나, 감성적인 빈티지를 좋아해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다.

통의동 보안여관을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최연하 큐레이터도 이 곳에 전시를 하면 작품 자체와 대화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 좋아한다고 밝혔다.

최연하 큐레이터는 “사진작가9명과 10명의 시민들의 눈으로 바라보는 이번 전시는 나와 내 친구의 이야기이며, 다른 사람들의 삶의 현장도 살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여관이라는 독특한 전시 공간에서 펼쳐지는 ‘거리의 기술’ 사진전 중 5가지의 작품을 한번 만나봤다.

 


■이희망 시민 작가 ‘COVID-19 On 20′s’
시민 작가인 이희망의 ‘COVID-19 On 20′s’는 20대들의 고통 이야기를 사진과 손글씨로 담은 시리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아르바이트에서 해고가 되거나 근무 시간이 단추 된 사연을 담고 있는 사진 속에는 근심 가득한 표정을 짓고 있는 20대 여성을 확인할 수 있다.

손글씨의 마지막 구절인 ‘나와 친구들은 오늘도 잘리지 않았음에 감사하며 열심히 서로를 다독인다’에서 팬데믹을 살아가며 언제 해고가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도 서로 다독이는 것이 마음에 잔잔한 여운으로 다가온다.

작가는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의 고통에 관해서는 여러 매체가 다뤘지만, 20대의 고통의 이야기는 접하기 힘들다는 생각에서 나오게 된 작품이라고 한다.

실제로 근무 시간이 변동된 친구의 일터에 찾아가 마스크를 쓰고 일하는 모습을 지켜보거나, 일하지 못하게 된 친구 집으로 찾아가 고통을 듣기도 했다고 한다.

‘COVID-19 On 20′s’는 갑작스러운 일자리 변화로 불안해하며 경제적·심리적 부담을 느끼고 있는 20대들의 삶을 살펴볼 수 있는 작품이다.

 

■최영진 작가 ‘경동시장’
서울의 경동시장은 6·25 전쟁 이후 생활이 어려운 시기에 경기 북부 지역과 강원도 일대 농민들의 터전이 됐다.

농민들이 직접 생산하거나 산과 들에서 채취한 각종 채소와 약재를 갖고 청량리역 주변으로 모여들면서 시장이 되었고, 1960년 6월 공식적으로 시장 개설 허가를 받게 되면서 지금의 경동시장이 탄생했다. 

이 사진에서는 코로나19로 밖에 나가는 것을 꺼려하지만, 살기 위해 시장을 나서는 사람들의 모습이 담겨 있다.

작가는 시장은 치열함과 절박함이 공존한다며, 누군가는 팔아야 살고 누군가는 사야만 생존할 수 있다고 말한다. 

코로나19의 위협 앞에서도 팔아야 하는 사람과 사서 먹어야 하는 사람의 긴장감이 담담하게 작품안에 담겨 있다. 

 

■고정남 작가 ‘인천월미도’

‘인천월미도’는 다른 작품보다 큰 사이즈로, 전시장 계단 벽에 앤틱 액자로 걸어져 있다.

최연하 큐레이터는 “언제 끝날지 모른 체 끝없이 돌고 도는 현시대가 회전목마와 닮아 있기 때문에 관람객이 이 작품을 통해 공감을 얻고 위로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큰 사이즈로 전시했다”고 말했다.

고정남 작가는 인천에 거주하며 사진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이번 사진전을 위해 집 근처에 있는 월미도와 자유공원을 주로 방문해 사진을 찍었다고 한다. 

고정남 작가의 이번 작품들은 최소한의 삶과 개인적인 활동에 중심을 뒀으며, ‘코로나’와 ‘우울감(blue)’을 합친 신조어 ‘코로나 블루’를 뜻하고 있다. 

'인천월미도’ 사진을 보고 있으면, 코로나19로 공공장소가 폐쇄되는 불편함과 거리 두기로 일상생활이 바뀌며 혼란스러운 나날을 보내는 우리들을 회전목마에 비유한 것을 느낄 수 있다.

 

■노순택 작가 ‘코로 나오는 풍경’ 

코로나19로 인한 비정규직 대량 해고에 반대하는 노동절 집회 노동자, 그런 집회를 막는 경찰의 사진은 더욱 처절해진 투쟁의 자리를 여과 없이 보여주고 있다.

작가는 온라인 기업이 사상 최대의 매출을 기록했지만, 택배 노동자들은 죽어 나간다며, 자본의 논리는 ‘코로나19 방패’를 얻어 더 강해졌다고 한다.

또한, 해고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의 목소리는 더 이상 세상 물정 모르는 생떼로 치부됐었다고 전한다. 

노동자들의 현실감 넘치는 표정이 사진에 고스란히 담겨 있어 현장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노동자들의 처한 환경과 고통을 다시금 되짚어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임안나 작가 ‘코로나19, 모아 유치원에서’
작가는 아직 사회에서도 극복하지 못한 코로나19 상황에 아이들은 유치원에서 어떤 환경으로 그 안에서 생활을 하고 있을지 궁금해 유치원을 찾아갔다고 한다. 

이에 탄생한 사진들은 두가지의 뜻으로 확인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코로나시대를 살고 있는 유치원 아이들의 모습과 달라진 환경을 기록하는 관찰자의 시선이다.

두 번째는 아이들이 평소에 갖고 놀던 장난감과 교구를 더미로 쌓거나 바닥에 깔아 일상적인 물건과 함께 공간으로 만들어 세상을 향해 무엇인가를 발언하는 아이들을 그려냈다.

작가는 이 사진들에 대해서 “힘든 시기에 새로운 에너지와 이야기를 안고 미래에서 찾아온 메신저 같다”고 밝혔다.

‘코로나19, 모아 유치원에서’는 유치원이라는 공간에서 아이들을 사진으로 담아내 희망의 실마리를 관람객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이외에도 밝은 미소가 가득해야 할 유치원 졸업식에 마스크를 쓴 채 진행하고 있는 사진은 왠지 모를 미안함이 몰려온다. 


 

 

코로나19가 끝나길 바라는 관람객들의 메세지가 여관 벽에 붙여져 있다.
코로나19가 끝나길 바라는 관람객들의 메세지가 여관 벽에 붙여져 있다.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의 이야기 말고도 코로나19로 어려움에 처한 이웃의 이야기도 느낄 수 있는 ‘거리의 기술’에 찾아와 위안과 공감, 소통의 장을 느껴 보길 바란다.

이번 전시는 오는 16일까지 서울 통의동 보안여관에서 무료로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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