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인 식민지건축과는 다른 르네상스 양식의 근대 건축물
문화재 지정에 대한 양면성, 관광 자원으로서의 식민지건축
[문화뉴스 임나래 기자] 우리나라의 근대건축에서 일제강점기 건축은 빼놓을 수 없다. 지금도 일제강점기 건축물은 “보존 대상” 또는 “철거 대상”으로 논란의 중심에 있다. 일제강점기 건축도 보존 대상으로 볼 때는 일제강점기도 우리나라 역사의 일부로서 그 가치를 인정해야 한다고 보는 한편, 후자의 경우에는 ‘네거티브 문화재’, 즉 남아 있는 일제의 흔적이기 때문에 철거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1995년 조선총독부 철거를 계기로 우리나라 전역에 펼쳐져 있는 일제강점기 건축물들은 ‘철거의 대상’이 되었다. ‘역사청산’이라는 이유로 일제강점기 건축물들은 훼손, 파괴하기는 물론 철거시키기 시작한 것이다. 이를 일본 잔재의 제거 과정이라고 하지만 한편으로는 우리나라의 근대건축 36년을 도려내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시간이 흐른 지금, 일제강점기 건축물에 대한 보존 또는 철거 논의는 더욱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논의하고 결론이 도출되고 있다. 시간이 흐른 만큼 시민의식도 성장하여 지난 과거를 철거하고 외면하기보다 받아들이고 극복해 나아가려는 시민의식도 생겨나고 있다.
심지어 일제강점기 건물의 역사적인 배경을 완전히 배제한 체 건축물 자체만을 바라보며 ‘이국적이다’라는 평을 하는 사람들도 종종 찾을 수 있다.
일제강점기 시대 대표적인 식민지 건축물로서 한때는 철거 위기에 처했었고, 또 존재 자체만으로도 이슈를 일으킨 적도 있지만, 현재는 등록문화재로 지정되어 사람들의 발길이 활발히 이어지는 건물이 있으니 바로 경성역사(현 문화역서울 284), 경성부청(현 서울 도서관), 조선은행(현 한국은행 화폐박물관)이다.
서양의 르네상스 양식의 건물들
경성역사(현 문화역서울 284), 경성부청(현 서울 도서관), 조선은행(현 한국은행 화폐박물관)을 비롯한 일제강점기 근대건축의 특징 중 하나는 바로 르네상스 양식의 건물들이라는 것이다.
19세기 말부터 약현성당, 명동성당, 정동교회, 영국 공사관, 덕수궁 석조전 등과 같은 일본과 서구의 외교시설, 상업시설과 선교 계통의 종교, 의료시설 등이 우리나라에 지어지면서 일제강점기 건물들이 우리나라의 첫 서양식 건축물은 아니다.

하지만 일반 대중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자리에 위치함으로써 많은 사람에게 일제강점기 근대건축의 르네상스 양식의 건물은 큰 변화이자 낯선 풍경이었다.
일제강점기 르네상스 양식의 건물들을 더 큰 범위인 식민지 건축양식에서 바라보면 이 또한 낯설다. 정의에 따르면 식민지 건축(Colonial Architecture)은 ‘식민지의 주민이 모국의 건축을 본떠 세운 건축양식‘으로 식민지의 풍토, 재료, 기술 수준, 생활 수준에 따라 변화를 주어 그 나라에 맞게 적응, 변화한 특색 있는 건축물들을 가리킨다.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라오스의 루앙프라방의 거리에서는 손쉽게 전통 라오스 건축양식과 혼합된 프랑스 식민지건축이 있고, 필리핀 마닐라에서는 스페인 식민지 건축양식이, 그리고 싱가포르와 중국 상해에서는 영국 식민지건축을 찾아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일제강점기 주요 건물들이 일본식 건물이 아닌 르네상스 양식의 건물인 이유는 당시 일본 정세에서 찾을 수 있었다. 시기적으로 경성역사, 경성부청, 조선은행 등과 같은 주요 건물들은 일본이 서구 문화들을 대거 수입했던 메이지유신 무렵 혹은 그 이후에 건축된 건물로 일본의 서구화에 영향을 받은 것이다.

실제로 메이지 시대 이후 일본제국 시절 공공 건축물들은 일본식 건축물이 아닌 서양식 건축, 특히 유럽의 건축양식을 모방하여 건축되었었다.
문화재 지정의 양면성
현 한국은행 화폐박물관은 국가 중요문화재 사적 제280호, 현 문화역서울 284 구서울역사는 사적 제284호, 그리고 서울 도서관은 등록문화재 제52호로 모두 문화재로서 그 역사성과 건축적 가치를 인정받아 보존되고 있다.

하지만 문화재로 인정받아 보존되는 근대 건축물은 일부일 뿐, 그 외의 많은 일제강점기 건축물들은 아직도 보존과 철거 사이에서 줄다리기하고 있다.
과거에는 건축물의 역사성에 집중된 철거 혹은 보존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지만, 현재는 역사성에 더불어 환경문제, 재개발, 일제강점기의 증거와 같은 복합적인 이유가 더해져 더욱 어떤 결정을 내리기까지 많은 시간과 과정들을 거친다.
문화재로 등록되지 않은 근대 건축물의 경우 문화재청을 비롯한 전문가, 시민단체들은 보존을 권고만 할 수 있을 뿐, 실질적인 시행령을 갖고 있지 않아 철거를 주장하는 이들이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더는 보존될 수 없는 것이다
. ‘문화재 지정’이란 지정된 근대 건축물들에는 안전한 보호 장치가 되지만, 아직 지정되지 않으면 그 건축물의 역사성이나 가치 유무와 관계없이 철거 가능성에 무방비하게 노출되고 있다.
일본의 경우에는 1960년대 들어서 근대 건축물의 국보 지정과 문화재 지정이 눈에 띄게 증가한다. 근대 건축물의 개발과 철거 사이에서 팽팽히 맞서다 철거 후에 비로소 그 건물이 지닌 역사적 중요성에 대해 깨닫게 된 것이다.

현 미쓰비시 일호관 미술관의 철거와 복원을 계기로 근대 건축물의 중요성을 비롯해 보존의 중요성도 제기되며, 만일 본래 자리에서 보존이 어렵다면 이전 복원이라도 이루어져 보존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갖고 있다.
한 건축물의 가치는 건축물 자체만으로 평가되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건축물을 포함한 주변 환경과 배경을 포함한다. 하지만 일본의 경우에는 예부터 신사를 20년마다 재건축하는 문화적 전통을 갖고 있다. 건축물의 가치는 건축물의 구성요소 및 재료로부터만 오는 것이 아닌 재건축하는 과정 하나하나에도 깃들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전 복원함으로써 그 건축물의 가치나 진정성(authenticity)이 사라진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따라서 일본은 오히려 메이지 시대 이후의 근대건축을 이축 보존하고자 야외 박물관인 “메이지무라 박물관”을 개관하여 67건의 근대 건축물의 원형을 전시 및 보존하고 3만 점이 넘는 역사자료를 보유하고 있다.
관광 자원으로서의 식민지건축

중국 상해의 와이탄은 관광객들이라면 꼭 한번 들리는 상해 최고의 명소이다. 강변 산책로와 더불어 황푸강 거리를 따라 늘어선 유럽풍의 건물들이 이국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며 대표적인 관광지로 거듭났다.
하지만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이 길게 늘어선 유럽풍의 건물들은 1842년 아편전쟁에서 패한 중국이 난징조약을 맺게 되면서 상해를 포함한 5개 항구를 개항하게 되는데, 이때 영국을 비롯한 서구 열강들에 의해 지어진 일종의 식민지 건축물들이다.
당시 외국인들이 지은 건물이 현재 와이탄의 토대가 되어 독특한 건축양식의 밀집 지역으로 ‘세계의 건축 박물관’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중국은 처음부터 와이탄 일대를 관광지로써 보존한 것은 아니었다. 도시의 주요 지역에 위치하다 보니 개발의 시도도 있었고, 또 외세의 잔재를 지우고 중국만의 새로운 랜드마크를 만들려는 시도도 있었다.
하지만 지역 관계자들은 와이탄의 유산으로서의 가치와 미래의 관광지로서의 영향 등에 집중하였고, 1989년 이후 수백 개의 역사적 가치를 지닌 건물들에 대해 보호 조치를 내렸다.

이 외에도 싱가포르는 급격한 인구증가와 도심의 비즈니스 지역의 확장으로 인해 땅 부족 현상을 겪음에도 불구하고 래플스 호텔, 현 풀러튼 호텔, 시청, 옛 대법원 (현 국립 미술관), 국립박물관 등 영국 식민지 건축물들을 보존하고 있다.
또, 미얀마의 양곤 역시 영국 식민지 건축물들이 포함하고 있는 미얀마의 건축적, 문화적 랜드마크 역사를 보존하고자 1996년 약 200여 개에 달하는 식민지 건축물들을 문화재로 지정하여 더는 훼손되지 않도록 보존하고 있다.
식민지건축은 한 나라로서 기억하고 싶지 않은 아픈 역사이고,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일제강점기가 그렇다.
그리고 지금도 한 지역에서는 일제강점기 건축물들이 문화재 지정을 받고, 한 지역에서는 철거 계획 또는 철거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를 둘러싸고 다양하고 복합적인 이해당사자들의 의견들이 있지만, 분명한 것은 일제강점기 건축물들도 우리나라의 근대 건축물의 일부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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