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묵화 같은 미장센이 소리꾼과 무용수 빛내
국립무용단 훈련장 장현수의 무용이 더 해져, 입체감 배가

춘향과 몽룡이 무대 위 설치된 그네를 타는 장면 (사진=국립극장 제공)
춘향과 몽룡이 무대 위 설치된 그네를 타는 장면 (사진=국립극장 제공)

 

[문화뉴스 김창일 기자] 2년 전,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초연된 창극 ‘춘향’이  해오름극장으로 무대를 옮겨 지난 4일부터 8일까지 관객을 만났습니다. 

배우, 각본가, 연출가 등 여러 방면에서 활동하는 김명곤이 극본과 연출, 지난 3월까지 국립창극단 예술감독을 지낸 유수정 명창이 작창, 초연 시 작곡을 맡았던 김성국 작곡가의 작곡, 국립무용단 훈련장 장현수의 안무 등이 더해져 풍성한 볼거리가 가득했습니다. 

공연 시작 전, 무대 위 커튼에는 영상으로 표현한 꽃 한 송이가 5월의 싱그러움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1막이 끝나고 중간휴식 시간의 커튼 위 꽃은 조금 더 활짝 핀 모습이 있었습니다. 공연 전과 중간휴식 시간에도 볼거리를 놓치지 않은 디테일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사랑가'는 어느 오페라의 아리아보다 아름다웠습니다. (사진=국립극장 제공)
'사랑가'는 어느 오페라의 아리아보다 아름다웠습니다. (사진=국립극장 제공)

 

막이 오르고 극이 진행될수록 웃음이 나고 추임새가 새어 나오는 모습을 보며, ‘창극은 관객과 호흡하는 공연이구나!’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또한 시대가 달라도 춘향의 스토리에 공감할 수 있는 건, 사랑은 시대에 따라 표현하는 방법은 다르지만 감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었습니다. 

극의 몰입도를 높여준 다른 하나는 무대의 미장센이었습니다. 불필요한 무대장치를 걷어 내고, 꼭 필요한 순간에 조명과 영상을 통해 극의 이해도를 높여줬습니다. 

 

매질을 당하며 '십장가'를 부르는 춘향 뒤로 몽룡의 과거시험을 한 무대에서 구현했습니다. (사진=국립극장 제공)
매질을 당하며 '십장가'를 부르는 춘향 뒤로 몽룡의 과거시험을 한 무대에서 구현했습니다. (사진=국립극장 제공)

 

몽룡과 춘향의 방에서는 주위를 어둡게 하고 핀조명을 통해 인물을 극대화했으며, 춘향과 몽룡이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며 노래하는 ‘사랑가’에서는 별빛이 쏟아지는 듯한 몽환적인 장면을 연출했습니다.

또한 춘향이 매질을 당하며 ‘십장가’를 부르고 몽룡이 과거 시험을 동시에 그려낸 장면은 창극(唱劇) ‘춘향’의 미장센을 극대화한 장면이었습니다. 

극이 진행될수록 이번 무대는 수묵화의 아름다움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검은 먹으로 그리는 수묵화에서 달을 표현하려면, 주위를 어둡게 해 달의 형상을 표현해야 합니다. ‘춘향’의 미장센은 영상과 조명을 통해 무대 위의 소리꾼과 무용수를 더욱 밝고 빛나게 해 관객의 불필요한 시선을 최대한 억제했습니다. 

 

국립무용단의 무용은 창극 '춘향'의 입체감을 더했습니다. (사진=국립극단 제공)
국립무용단의 무용은 창극 '춘향'의 입체감을 더했습니다. (사진=국립극장 제공)

 

창극 ‘춘향’은 국립무용단의 무용이 더해져 극의 입체감을 높였습니다. 

마을 사람들의 단오 축제를 그린 ‘광한루’ 장면, 남원 농부들이 모를 심으며 노래 부르는 ‘농부가’, 변사또의 신연맞이 장면과 기생들의 춤 등은 시각적인 효과를 넘어 극의 역동성을 배가시켰습니다. 

춘향이 변사또의 수청을 거절해 매질을 당하기 전, 무용수가 마른 나뭇가지를 들고 춤을 추는 장면은 마치 ‘몽룡을 기다리다 말라 비틀어진 마음, 더이상 흔들릴 마음이 없다’라는 춘향을 마음을 대변하는 듯했습니다. 

변사또에게 매를 맞으며 부르는 춘향의 ‘십장가’, 이후 몽룡의 ‘암행어사’ 출두 장면은 감정의 변곡점을 지나 카타르시스에 도달하기 충분했습니다.

 

공연이 끝나고 관객과 교감하는 출연진
공연이 끝나고 관객과 교감하는 출연진들

 

창극 ‘춘향’의 씬스틸러는 단연 향단과 방자가 아닐까 합니다. 춘향과 몽룡의 사랑을 전달하는 메신저부터 대사와 몸짓을 통해 관객에게 웃음을 선사한 배역이었습니다. 

창극 ‘춘향’은 창극 대중화와 글로벌 한류 콘텐츠로서의 ‘창극’의 가능성을 보여준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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