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백현석 기자)  두산아트센터 두산갤러리에서 8월 6일부터 9월 13일까지 두산 큐레이터 워크숍 기획전 《녹색 섬광》이 열린다.

제14회 두산 큐레이터 워크숍(DCW) 참여자인 김여명, 김진주, 신재민이 공동 기획한 이번 전시는 하나의 제목 아래 세 개의 개별 전시가 나란히 펼쳐지고, 또 서로 포개어지는 구조를 갖는다.

지난 1년간 세 명의 큐레이터는 DCW 프로그램을 통해 다양한 세미나와 멘토링, 그리고 한산도를 거점으로 한 2박 3일간의 필드트립을 함께하며 동시대의 정서와 현실에 응답하는 고유한 큐레토리얼 실천을 탐색하고 질문해왔다. 《녹색 섬광》은 그 여정의 응축된 결과이자, 각자의 사유를 교차하며 구성한 전시의 집합이다. 

전시의 제목인 ’녹색 섬광’은 일출 직후나 일몰 직전, 수평선 가까이에서 태양의 가장자리에 희미하게 일렁이는 녹색 빛의 광학 현상을 가리킨다. 극히 짧고 드물게 나타나는 이 현상은 찰나의 가능성을 포착하려는 예민한 감각과 집요한 인내를 요구한다.

세 큐레이터는 이러한 희소한 순간과 그것을 붙잡으려는 태도를 빌려, 일상의 리듬을 점검하고 재구성하는 것을 시도한다. 전시는 반복되는 과거와 불투명한 미래 사이 틈에 존재하는 현재의 시간을 비추며, 자신만의 균형을 회복하고 서로를 마주할 수 있는 시공간을 제시한다.

하늘과 바다, 낮과 밤이 교차하는 경계에서 나타나는 '녹색 섬광'처럼, 세 개의 전시는 한 공간에서 마주치며 접면을 형성한다.

 

두산 큐레이터 워크숍 기획전 '녹색 섬광' 개최
두산 큐레이터 워크숍 기획전 '녹색 섬광' 개최

《세션들》은 노동과 휴식으로 양분된 삶의 형식 안에서 불연속적으로 연쇄되는 시간들을 '세션'이라는 단위로 호명하고, 그로부터 미래를 상상하는 방식을 모색한다. 《이 해 바다》는 개인의 감정과 기억이 ‘우리’라는 이름으로 포개지는 미완의 흐름 속에서, 공동체를 고정된 실체가 아닌 유예된 접촉의 감각이자 비결속적 연대로 제시한다.

《점멸하는, 혹은 그렇지 않은》은 단일한 감정으로 환원되지 않는 애도의 복합적인 층위를 따라가며, 타자의 고통에 완전히 도달할 수 없다는 인식—즉, 공감의 불가능성에서 비롯된 감각이—사회적 애도와 공동의 기억으로 발화되는 경로를 탐색한다.

이처럼 사적인 동시에 구조적이며, 사소하면서도 불가피한 장면들로 구성된 전시/전시의 집합(은)는 명명되지 않은 감정들이 체류할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하고, 오늘의 리듬이 감당하지 못하는 어떤 ‘사이’를 드러낸다.

그리고 그 안에서 작동하는 질문하기, 점검하기, 지연시키기, 우회하기와 같은 접근은 우리가 함께 다른 삶을 상상할 수 있도록 이끈다. 《녹색 섬광》은 삶의 경계 어딘가에서 번쩍이며 사라지는, 그러나 분명 존재하는 가능성의 빛을 응시한다.

한편, '두산 큐레이터 워크숍(DCW)’은 큐레이터를 발굴하고 지원하기 위해 두산아트센터에서 2011년부터 운영해 온 프로그램이다. 매년 공모를 통해 3명의 참여자를 선정하며, 1년 동안 유연한 형태의 세미나, 워크숍, 멘토링, 필드트립(아시아—태평양 지역), 공동 기획, 공동 출판 등을 지원한다.

문화뉴스 / 백현석 기자 bc70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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