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보다 아쉬웠던 객석 열기 – 폭염과 일정 중복이 빚은 빈자리

베토벤·브람스·프랑크, 명곡 속에서 빛난 해석 – 기골찬 베토벤, 사색의 브람스, 품격 있는 프랑크

앨범과 맞닿은 선곡 철학 – 도이치 그라모폰 Violin Sonata와의 흐름

관객의 열기, 공연 성공의 또 다른 축 – 얀 리시에츠키 리사이틀

콘서트의 성공에는 무대 위 연주만큼이나 객석을 채운 관객의 열기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필자는 지난주 금호연세아트홀 ‘아름다운 목요일’ 시리즈에 출연한 바이올리니스트 최예은의 리사이틀, 그리고 8월 9일 토요일 오후 5시에 열린 SAC 2025 국제음악제에서 캐나다 출신 피아니스트 얀 리시에츠키의 단독 리사이틀을 통해 이를 다시금 확인했다.

최예은 정도의 연주 경력이라면 금호연세아트홀 객석이 가득 찼어야 했다. 그러나 이날 공연은 의외로 빈자리가 많았다. 여름휴가철 폭염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SAC 국제음악제로 인해 음악칼럼니스트나 동료 바이올리니스트들의 모습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2023년부터 독일 쾰른 음대에서 교수로서 후학양성에도 힘쓰고 있는 그녀의 건재를 확인할 수 있는 무대를 펼친 바이올리니스트 최예은. (사진: 바이올리니스트 최예은 페이스북)
2023년부터 독일 쾰른 음대에서 교수로서 후학양성에도 힘쓰고 있는 그녀의 건재를 확인할 수 있는 무대를 펼친 바이올리니스트 최예은. (사진: 바이올리니스트 최예은 페이스북)

 

2023년부터 독일 쾰른 음대 교수로 후학 양성에 힘쓰고 있는 최예은은 이날 무대를 통해 자신의 건재를 입증했다. 다만, 훌륭한 프로그램에도 불구하고 관객 열기 면에서는 다소 아쉬움이 남았다. 그는 크리스토프 에센바흐, 마리스 얀손스, 리카르도 무티, 앙드레 프레빈 등 세계적인 지휘자들과 무대를 함께해온 연주자다. 그럼에도 이날은 관객 수가 적어 열기 면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첫 무대는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3번. 세 개의 소나타 중 가장 웅대하고 자유로운 표현력을 지녔다고 평가받는 작품으로, 최예은은 단단하고 결연한 해석을 선보였다. 두 번째 곡 브람스 바이올린 소나타 3번은 전작의 기골찬 전개와 달리 평온하고 사색적인 흐름을 보였다. 단조 특유의 명상적 분위기와 우울 속 극적인 성격을 섬세하게 표현하며 전반부를 마무리했다.

도이치 그라모폰에서 발매한 자신의 앨범과 일견 상통하는 비중있는 바이올린 연주곡들의 연주를 펼쳐보인 바이올리니스트 최예은. (사진 금호연세아트홀)
도이치 그라모폰에서 발매한 자신의 앨범과 일견 상통하는 비중있는 바이올린 연주곡들의 연주를 펼쳐보인 바이올리니스트 최예은. (사진 금호연세아트홀)

 

후반부에는 ‘더 바이올리니스츠’ 레퍼토리로 세자르 프랑크 바이올린 소나타 A장조를 선택했다. 정경화가 애정했던 이 곡은 프랑크가 바이올리니스트 외젠 이자이의 결혼을 위해 작곡한, 역사상 가장 사랑받는 바이올린 소나타 중 하나다. 수많은 비르투오소들이 즐겨 연주하는 명곡으로, 최예은은 이를 품격 있게 풀어냈다.

이번 선곡은 그가 도이치 그라모폰에서 발매한 앨범 Violin Sonata와도 맥을 같이 한다. 해당 음반에서 그는 멘델스존 F장조 소나타를 활기차게, 슈베르트 A장조 D574를 부드럽게, 프로코피예프 F단조 1번을 어둡고 음울하게 연주하며 폭넓은 표현력을 보여준 바 있다. 이번 리사이틀에서도 그 다채로움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앞서 언급했듯, 관객의 열기는 공연의 중요한 축이다. 그러나 8월 9일 SAC 국제음악제에서 열린 얀 리시에츠키의 피아노 리사이틀 역시 전반부를 프렐류드로 채운 프로그램 구성 탓인지 1·2층만 채운 관객 수로, 예프게니 키신이나 임윤찬의 리사이틀에서 느낄 수 있는 열기와는 거리가 있었다.

글 | 음악칼럼니스트 여홍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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