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고궁박물관 개관 20주년 맞아 창덕궁 내 3곳 장식한 벽화 전례 없는 공개
희정당·대조전·경훈각 대표 대작…미디어아트·전문가 해설부터 체험까지

‘조선왕실 마지막 궁중회화’…창덕궁 벽화 6점 최초 공개 / 사진=국가유산청
‘조선왕실 마지막 궁중회화’…창덕궁 벽화 6점 최초 공개 / 사진=국가유산청

(문화뉴스 이지민 기자) 국립고궁박물관이 박물관 개관 20주년을 맞아 창덕궁 내전의 희정당과 대조전, 경훈각을 장식했던 대형 벽화 네 점과 초본, 총 7점을 일반에 처음 공개한다.

이번 특별전 ‘창덕궁의 근사(謹寫)한 벽화’는 오는 14일 부터 10월 12일까지 박물관 2층 기획전시실에서 개최되며, 공개되는 벽화 6점은 높이 180~214cm와 너비 525~882cm에 이르는 등, 유례를 찾기 힘든 규모를 자랑한다.

창덕궁 벽화들은 지난 1917년 화재로 소실된 후 1920년 재건된 내전을 장식하기 위해 제작됐다. 비단 위에 그려 종이로 배접 후 벽에 부착하는 부벽화 형식으로 제작된 것이 특징으로, 희정당·대조전·경훈각 각 공간의 대청 벽 상단을 가득 채우며 위엄과 미적 가치를 더했다.

국립고궁박물관 개관 20주년 특별전 '창덕궁의 근사(謹寫)한 벽화' 포스터
국립고궁박물관 개관 20주년 특별전 '창덕궁의 근사(謹寫)한 벽화' 포스터

벽화는 해강 김규진을 비롯해 정재 오일영, 묵로 이용우, 이당 김은호, 심산 노수현, 청전 이상범이 그려 우리나라 근대 화단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전통적인 청록산수화 기법에 근대적 자각을 더해 ‘근사’와 화가 본인의 이름을 남긴 점이 눈길을 끈다.

100년 가까이 내전에 설치돼 있던 벽화는 오랜 세월로 인해 안전한 보존의 필요성이 커졌으며, 이에 따라 지난 2014년 대조전, 2016년 희정당, 2023년 경훈각의 벽화 보존처리가 각각 마무리됐다.

원본은 현재 국립고궁박물관이 보관하고 있으며, 창덕궁 내에는 복제본이 설치돼 있다. 이번에 공개되는 창덕궁 벽화 6점은 모두 국가등록문화유산에 등재돼 있다.

특별전 1부에서는 희정당, 대조전, 경훈각에 설치되었던 각각의 벽화가 별도 공간에서 관람객을 맞는다.

김규진의 총석정절경도와 금강산만물초승경도는 작가가 금강산을 직접 답사하며 그린 밑그림을 바탕으로 완성된 작품이다.

금강산은 당시 궁중회화에서는 드문 소재였으며, 일제가 금강산을 관광지로 개발하던 시대상을 담고 있다.

국립고궁박물관 개관 20주년 특별전 '창덕궁의 근사(謹寫)한 벽화' 전시장 내부
국립고궁박물관 개관 20주년 특별전 '창덕궁의 근사(謹寫)한 벽화' 전시장 내부

대조전에는 오일영과 이용우의 합작 봉황도, 그리고 이당 김은호의 백학도가 나란히 전시된다. 봉황과 백학은 각각 태평성대, 부부 화합, 그리고 장수를 상징하는 전통적인 궁중 소재다. 김은호가 백학도를 완성하기 전 그린 초본도 전시를 통해 처음 공개된다.

경훈각을 장식하며 이번에 최초로 선보이는 노수현의 조일선관도와 이상범의 삼선관파도는 신선의 세계, 장수와 평안을 주제로 그려져 황제 부부의 건강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았다.

2부는 미디어아트 ‘근사한 벽화, 다시 깨어나다’가 마련돼 있다. 이 공간에서는 금강산 절경, 봉황과 백학, 신선의 날갯짓을 관객의 움직임에 반응하는 몰입형 실감영상으로 재해석해 체험할 수 있다.

전시 기간 동안 오전 11시와 오후 3시에는 전문 안내원이 참여하는 전시해설 프로그램이 매일 진행된다. 이와 함께 ‘왕실문화 심층탐구 강연’, 초등학생 및 보호자 대상으로 한 체험 활동과 현장답사 프로그램 등 다채로운 교육 행사가 준비된다.

한편, 국가유산청 국립고궁박물관 측은 이번 특별전이 조선왕실의 궁중회화와 근대미술의 예술적 가치를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며, 앞으로도 왕실유산의 의미와 가치를 알리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전했다.

 

사진=국가유산청

문화뉴스 / 이지민 기자 ijimin26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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