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주진노 기자) 문재인 정부의 초대 청와대 대변인에서 현재 더불어민주당의 수석 대변인으로, 박수현 의원의 직함은 바뀌었지만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서울과 공주를 오가는 그의 출퇴근길을 묵묵히 지키는 ‘고속버스’다.

누군가는 비효율적이라 하고, 어떤 이는 바보 같은 고집이라 할지 모른다. 그러나 그의 고속버스는 이동 수단을 넘어, ‘사람’을 향하는 정치 철학의 상징이다.

 

이름을 불러준다는 것, 사람과 사람으로 마주 서는 일

 

필자가 박수현  수석 대변인을 처음 만난 것은 문재인 정부시절 초대 청와대 대변인 때 비공식 대표단과 만나는 자리였다. 30명 남짓한, 대부분이 초면인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그는 필자를 향해 “주진노 대표님, 만나서 반갑습니다”라며 정확히 이름을 불렀다. 비단 필자뿐만이 아니었다. 그는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이들의 소속과 이름을 이미 숙지하고 있었다.

암기력의 과시가 아니었다. 소통하겠다는 놀라운 ‘노력’의 증거였다. 훗날 “어떻게 그 많은 사람을 다 기억하느냐”는 질문에 뼈있는 농담을 던졌다. “선거에서 한번 떨어지고 나면 모두 외워져유~” 좌중은 웃었지만, 그 말속에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소중함을 뼈저리게 느낀 정치인의 진심이 담겨 있었다.

관료와 민원인, 정치인과 언론인이 아닌 ‘사람과 사람’의 관계는 서로의 이름을 불러주는 그 작은 존중에서 시작된다. 그가 보여준 것은 바로 그 시작점이었다.

 

‘초심’을 싣고 달리는 고속버스, “산 표를 만들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현재도 ‘사람을 향한 노력’은 지금도 고속버스 안에서 계속되고 있다.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고속버스 이야기’를 연재하며 시민들과의 만남을 기록한다. 5년째 이어지는 고속버스 출퇴근은 ‘초심’ 그 자체다. “힘들다고 나태해지지 않기 위해 공개적으로 ‘약속’드리는 뜻도 있다”며 스스로를 채찍질한다.

진심은 공주 버스터미널에서 한 시민의 고백을 통해 빛을 발했다. 20여 년간 타지에서 살다 공주로 이사 온 한 시민은 박 의원에게 “'산 표'를 만들어 주셔서 고맙습니다”라고 말했다. 생전 처음 듣는 ‘산 표’라는 말의 의미는 이러했다.

“20년 만에 처음으로 우리 가족이 찍은 사람이 국회의원이 되었어요. 먼저 살던 곳에서 찍었던 표는 ‘죽은 표’가 돼 버렸는데, 공주에서 ‘산 표’를 만들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런데 더 기쁜 것은 내 표를 살린 국회의원이 저와 함께 고속버스를 탄다는 겁니다. 버스 타는 의원님을 볼 때마다 미소가 절로 지어집니다.”

 

자신이 던진 한 표가 세상을 바꾸는 살아있는 힘이 되고, 그 힘의 주인공이 나와 같은 공간에서 숨 쉬고 있다는 사실. 이것이야말로 대의민주주의가 시민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효능감이자 감동일 것이다.

박수현 의원에게 고속버스는 교통수단을 넘어, 시민들의 ‘죽은 표’를 ‘산 표’로 만드는 희망의 증거가 된 셈이다.

정치인은 더 높이 올라갈수록 더 낮은 곳을 바라봐야 한다고들 말한다. 박수현 대변인의 고속버스는 그 말을 몸소 실천하는 움직이는 의정활동 보고서다.

 

박 의원의 고집스러운 출퇴근길은 ‘천생 정치인’의 길이 어떤 것인지를 우리에게 보여준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가 아닌, 시민들의 소박한 미소 속에서 자신의 존재 이유를 찾는 것. 그의 고속버스는 오늘도 정치의 ‘초심’을 싣고 묵묵히 달리고 있다.

사진=박수현 의원 SNS

문화뉴스 / 주진노 기자 evelev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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