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국정자원 전산실 화재 발생, 10시간 만에 초진
부처 홈페이지·공무원 메일링 시스템도 접속 장애
우체국 전산 마비, 추석 앞두고 택배·금융 차질 우려
장애 대응 상황판단회의 개최…네이버에 국민행동요령 게시

 

​26일 오후 대전 유성구 화암동 국가정보자원관리원에서 리튬배터리 폭발로 인한 화재를 진압하고자 소방차가 출동하고 있다. 대전 연합뉴스​
​26일 오후 대전 유성구 화암동 국가정보자원관리원에서 리튬배터리 폭발로 인한 화재를 진압하고자 소방차가 출동하고 있다. 대전 연합뉴스​

(문화뉴스 이기철 기자) 대전 유성구에 위치한 국가 전산망 '심장부'인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에서 리튬이온 배터리의 폭발로 인한 화재가 발생해 정부 전산 시스템이 대규모로 마비됐다. 이로 인해 정부24, 국민신문고, 모바일 신분증 등 주요 온라인 행정 서비스는 물론 우체국 금융·우편 서비스까지 중단되면서 추석 연휴를 앞두고 국민 불편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화재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 위기상황대응본부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로 격상했다가 27일 밝혔다.

대전소방본부에 따르면 26일 오후 8시 20분쯤 국정자원 5층 전산실에서 UPS(무정전 전원장치)용 리튬이온 배터리가 폭발해 불이 났다. 불은 약 10시간 만인 27일 오전 6시 30분경 큰 불길이 잡혔다. 그러나 전산실 내부 배터리팩 192개 대다수가 연소됐고, 배연 작업과 잔불 정리가 지연됐다.

화재 당시 전원 차단 작업을 하던 직원 1명이 얼굴과 팔에 1도 화상을 입었으며, 건물 내 직원 100여 명이 긴급 대피했다.

소방 당국은 화재 초기부터 인력 170여 명과 소방차 등 장비 63대를 투입했지만, 리튬이온 배터리 특성상 화학 반응이 끝날 때까지 불길이 쉽게 잡히지 않아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서버와 데이터 훼손을 우려해 대량의 물 대신 가스 소화설비와 소량의 물만 투입하면서 진화 속도가 더욱 늦어졌다.

이번 화재로 국정자원이 관리하는 정부 전산망 647종 가운데 70여 개 시스템의 서비스가 중단됐다. 정부24와 국민신문고, 각 부처 홈페이지가 마비됐고 공무원들이 사용하는 메일링 시스템도 접속 지연이 발생했다.

행정안전부는 "1등급 중요 시스템 12개, 2등급 58개 등 총 70개 서비스가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다.

26일 오후 전 유성구 화암동 국가정보자원관리원에서 리튬배터리 화재가 발생, 소방당국이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대전 연합뉴스
26일 오후 전 유성구 화암동 국가정보자원관리원에서 리튬배터리 화재가 발생, 소방당국이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대전 연합뉴스

특히 우정사업본부가 운영하는 인터넷우체국, 우체국 뱅킹서비스도 모두 중단됐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소포 배송과 금융 거래 수요가 급증하는 시점이라 우편 대란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우체국은 일부 소포 배달을 오프라인 체계로 전환해 운영 중이지만 복구가 지연될 경우 접수와 배송 전반에 큰 차질이 불가피하다.

국정자원은 2005년 정부통합전산센터로 출범해 현재 정부 전산망의 핵심 기관 역할을 맡고 있다. 그러나 2023년 11월 행정전산망 대규모 마비 사태에 이어 이번 화재까지 겹치면서 관리 부실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행안부는 화재 진압 후 정확한 피해 규모와 원인을 조사하는 한편, 조속한 복구를 위해 가용 자원을 총동원한다는 방침이다.

행정안전부는 이날 오전 윤호중 장관 주재로 국정자원 화재로 발생한 행정정보시스템 장애 대응 상황판단회의를 개최하고, 이같이 결정했다. 또 '행정정보시스템 재난 위기관리 표준매뉴얼'에 따라 위기경보수준을 '경계'에서 '심각'으로 상향했다.

행안부는 장애로 인해 다수 행정서비스 이용이 제한되고 있다며 포털사이트 네이버 공지(https://m.naver.com/notice)를 통해 국민 행동요령을 안내했다. 이는 행안부 홈페이지와 정부24 등 정부 서비스 홈페이지가 국정자원 화재로 접속 장애를 보인 탓이다.

정부는 민원서류 처리와 발급 등을 위한 대체 서비스 사이트로 전자가족관계등록시스템(http://efamily.scourt.go.kr), 교통민원24(https://www.efine.go.kr), 세움터(https://www.eais.go.kr), 홈택스(https://www.hometax.go.kr), 국민건강보험(https://www.nhis.or.kr), 농업e지(https://nongupez.go.kr) 등을 안내했다.

윤호중 장관은 "정부는 이번 사태의 조속한 복구를 위해 모든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으며, 국민 불편을 최소화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문화뉴스 / 이기철 기자 leekic2@gmail.com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