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문화 1편 : 서서 마시는 커피를 즐기는 사람들

 
[글] 문화뉴스아티스트에디터 문희선 
heesun.moon2015@mhns.co.kr
르네상스의 요람 피렌체에서 혼자만 알고 있기 아까운 이탈리아의 비밀을 '서바이벌 이탈리아'를 통해 공유하고 싶은, 이탈리아 통신원 문희선입니다. Buon giorno

[문화뉴스] Un caffè?(운 카페?)

이탈리아어로 '커피 한잔 할까요'이라는 뜻이다. 커피 한잔을 하는 시간은 이탈리아 사람들에게 그 어떤 누구에게도 방해받고 싶어 하지 않는 굵고 짧은 소중한 순간이다. 

이탈리아에는 편하게 소파에 앉아 커피를 한잔시켜놓고 장시간 수다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의 개념인 커피숍이 없다. 이탈리아에서 커피를 마시려면 Bar라고 쓰여있는 곳을 찾아야 하며, 앉을 수 있는 넓은 공간을 확보한 Bar(바)들은 흔치 않으며, 주문하고 마시고 바로 자리를 피해 주어야 한다. 앉아서 마시는 커피에는 별도로 테이블 서비스 비용을 내야 할 때도 있다. 

이탈리아 사람들에게 커피란, 한국식 표현으로는 '에스프레소'를 말한다.

조그만 잔에 한 모금이면 마셔버릴 수 있는 양이기에 굳이 앉아서 마실 필요가 없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커피의 향과 맛을 즐기기 위해 맛있는 커피를 제공하며 나의 기분을 좋게 해주는 단골 바를 지정해 두고, 일과중 잠시 콧바람 쐬기 위해 그 바를 찾는다.

대부분 사람들이 혼자서도 가볍게 서서 마시는 커피인지라, 주문을 받고 동시에 커피를 만드는 바리스타는 물론 일단 커피를 맛있게 만들 줄 알아야 하며, 고객들에게 친근감을 줄 수 있는 자여야 하며. 또한, 단골들이 늘 마시는 커피를 기억에 두고 있다가, '일 솔리또(내가 늘 마시는 것)'를 외치며 들어오는 이 단골의 커피를 기억하고 있다가 만들어야 하는 기능까지 겸비한 자여야 한다.

   
필자의 단골 Bar의 바리스타 스테파노의 유머는 늘 나를 즐겁게 해준다. 

디테일에 민감한 이탈리아 사람들은 에스프레소 한잔에도 개인의 취향에 따라 물의 양, 그리고 우유의 거품의 양에 차이를 두고 선호하는 에스프레소의 종류가 다양하므로, 단골의 커피를 기억하는 것도 바리스타의 역할 중 하나이다. 바리스타의 외모도 커피 한잔의 여유속에 빼놓을 수 없는 요소 중 하나이다. 왜냐면 간혹 커피 맛보다도 바리스타가 맘에 들어서 단골이 되는 경우도 더러 때문이다.

하루에 4잔 이상 마시는 커피는 몸에 좋지 않다는 연구 결과에도 불구하고 하루에 다섯 잔 이상의 커피를 마셔도 끄떡없이, 숙면하는 이탈리아 친구들을 많이 보았다. 특별히 자주 가는 단골 바가 없는 사람들이나, 밖에 나가기 귀찮을 때는 집에서는 가정용 커피 기계로 마시기도 하는데 물론 바에서 마시는 커피와는 많은 차이가 있지만, 개인적으로 필자는 집에서 커피를 불에 올려놓고 기다리며 끓어 올라오는 순간의 커피 향을 느낄 수 있는 슬로우 커피도 아주 좋아한다.

   
필자의 모닝커피, 필자도 한국인(!)인지라 아침에는 커피양은 적게, 물의 양을 많이 한 아메리카노를 집에서 만들어 마신다. 

모카라고 불리는 이 커피 기계는 커피를 마시지 않는 사람들일지라도 이 손님맞이용으로 하나씩은 사이즈 별로 갖추고 있다. 이 기계로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 할만한 아메리카노를 맛있고 쉽게 만들 수 있다.

진정 커피 자체를 즐기며, 잠깐의 머리를 식히는 곳으로 바리스타와 간단한 농담 주고받기가 이루어지는 그들만의 공간인 Bar, 굳이 소파에 앉아 오랜 시간을 소비할 필요가 없는 이탈리아에는 커피숍이 없는 것이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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