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파일] "대학로에 '포켓몬 GO'라도 있다면 좋았을 텐데"
[문화파일] "대학로에 '포켓몬 GO'라도 있다면 좋았을 텐데"
  • 문화뉴스 양미르
  • 승인 2016.07.20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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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계와 게임계의 한숨, 진정한 대책은 있는가?
   
▲ '포켓몬 GO'

[문화뉴스] "극장 인터미션 시간에 포켓몬이라도 잡을 수 있다면, 관객들이 더 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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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공연관계자는 기자에게 최근 강원도 속초를 중심으로 진행된 '포켓몬 GO' 열풍에 관해 푸념을 늘어놨다. 그가 말한 내용을 좀 더 꾸며보면 다음과 같다. 우여곡절 끝에 '포켓몬 GO'가 정식으로 발매가 되며, 서비스를 전국적으로 시행한다. '포켓몬 GO' 이용자들은 '포케스탑' 등을 주로 찾게 된다. '포케스탑'에선 포켓몬 사냥에 필요한 좋은 아이템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속초 같은 경우엔 엑스포공원, 설악산국립공원 십이선녀탕, 심지어 월학3리 마을회관 등이 '포케스탑'이 되어 많은 유저들이 찾아다니고 있다. 한편, '포켓몬 GO'의 열풍 진원지인 미국 같은 경우는 체인점 카페, 자동차 렌탈 업체, 약국 등이 돈을 내고 이러한 '포케스탑'을 유치하기도 한다. '포켓몬스터'의 원작사인 일본 닌텐도와 함께 '포켓몬 GO'를 만든 나이앤틱은 이러한 방법으로 게임의 수익모델을 구상 중이다.
 
뉴욕포스트 기사엔 "뉴욕 퀸즈의 한 피자 레스토랑이 포켓몬 캐릭터 10여 마리를 불러오는데 10달러를 쓰니 주말 매출이 75%나 올랐다"는 내용이 소개되기도 했다. 한국이 이러한 '포케스탑'을 놓칠 리 없다. 카페, 주유소, 심지어 축구장이나 야구장 같은 프로스포츠 경기장 등 주요 '스폰서 장소'들이 '포케스탑'으로 생겨난다.
 
그리고 대학로에도 이러한 '포케스탑'들이 탄생한다.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일부 소극장에선 관객이 10명도 차지 않는 상황이 일어나고 있다. 관객 유치를 위해 이러한 소극장에선 '포켓몬 GO'를 즐길 수 있는 '스폰서 장소'를 계약하게 된다. 단, 공연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며 인터미션 시간이나 공연이 끝난 후에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있게 한다. 이 시간에 '포켓몬 GO'를 극장 안에서 플레이하면, 좋은 포켓몬이나 아이템을 얻을 수 있다.
 
 

▲ '포켓몬 GO' 공식 트레일러 영상 ⓒ '포켓몬 GO' 공식 유튜브
 
물론 지금까지의 망상은 그저 '현재 대세'라 할 수 있는 '포켓몬 GO'가 얼마나 사람들이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는지를 보여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대학로 공연계가 침체한 분위기에서 나온 공연관계자의 푸념을 무심하게 웃어넘길 순 없었다.
 
'포켓몬 GO'와 관련된 게임계 소식을 먼저 소개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18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8차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소통과 공감의 게임문화 진흥계획'을 발표했다. 게임마이스터고 설립, 인디게임,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등의 신규 콘텐츠 개발과 유통 활성화 프로그램 마련 등을 발표한 가운데, 게임 산업 발전을 위해 '인터넷 게임 시간 이용제한 규제'인 이른바 '셧다운제'를 '부모선택제'로 완화하겠다는 것이 가장 눈에 띄었다.
 
현재 '셧다운제'는 만 16세 미만 청소년의 게임 이용을 심야시간대인 오전 0시부터 오전 6시까지 금지하는 정책이다. 이 때문에 과거 만 16세 미만 청소년 프로게이머가 셧다운제로 인해 경기를 포기해야 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에 정부는 부모의 요청이 있으면 강제적 '셧다운제'를 '부모선택제'로 개선하려 한다. 친권자 등이 요청하면 청소년의 게임을 허락해주는 것이다. 그러나 게임업계나 네티즌의 반응은 냉담했다. 이 정책이 본질적인 게임산업 발전의 해결안이 될 수 없고, '포켓몬 GO'의 인기에 편승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다.
 
   
▲ 지난해 6월, 마스크를 착용한 관객들이 공연을 관람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 문화뉴스 DB
 
 
공연계에도 비슷한 대책이 최근에 나온 바 있다. 지난해 메르스로 인해 대한민국이 전반적으로 침체를 겪었던 시절에 나온 문체부의 '공연티켓 1+1 지원사업'이다. 2015년 9월부터 올해 2월까지 이어진 이 사업은 침체한 공연시장을 활성화하는 목적으로 시작됐다. 관객이 공연티켓 2장을 구매하면 그중 1장을 무료로 지원해주는 내용이었다.
 
"국민의 공연장 유입 제고와 공연시장 침체 흐름의 반등"을 노리고 시작한 '공연티켓 1+1 지원사업'에 대한 반응은 일부 엇갈렸다. 좀 더 많은 관객이 공연을 저렴하게 볼 수 있어서 좋았다는 긍정적인 반응도 있었지만, 이것이 장기적으론 '중독'이 되리라는 것이 부정적인 반응이었다.
 
공연 예매사이트인 플레이 티켓의 김효상 대표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1+1 지원사업에 약 300억의 예산이 투입됐는데, 대형 예매사이트에 독점으로 위탁해 수수료를 가져갔다는 이야기는 이미 여러 언론 보도를 통해 나왔다"며 "채널을 여러 곳에서 나눴다면 공통분모가 있었을 것이고, 유통뿐 아니라 전체 기획사, 배우 등 제작진에게 돌아갔을 것이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거대 권력이 독점하면 쏠림현상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배가 뒤집힐 수 있다. '1+1 지원사업'을 해서 공연계를 살리고 지원하는 것은 시장을 살리는 형태로 가는 것이 아니어서 모르핀을 놓는 것과 마찬가지다. 지원이 끊기면 어떻게 될 것인가?"라고 이야기했다.
 
   
▲ 플레이 티켓 김효상 대표(왼쪽)와 서울연극협회 송형종 회장(오른쪽). ⓒ 문화뉴스 DB
 
 
서울연극협회 송형종 회장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송 회장은 "메르스로 인해서 연극이 힘들어지면 '농사꾼'에게 잘되게 지원을 해줘야 하는데, '관객'에게 1+1 예매 기회를 줬다. 라면 가게도 아니고, 1+1은 '천박한' 문화예술 지원"이라고 본지 인터뷰 당시 언급했다.
 
이어 송 회장은 "나는 농사꾼 아들이다. 만약 올해 냉해를 입으면, 다음 농사를 잘하도록 지원해 만들어주는데, 이건 아니었다. 천원이 문제가 아니라 문화정책 하신 분에게 일차적 책임이 있다. 문화는 문화만의 논리정책이 필요하다고 본다. 진짜 연극인들은 차라리 안 하면 안 했지 모멸감이 들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미 시행이 끝난 지 4개월이 지난 정책을 다시 꺼낸 이유는 좀 더 '신중한 대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1+1 혜택이 끝난 후, 헐값에 공연을 본 사람들은 계속해서 저렴한 가격의 공연을 관람하길 원했다. 결국, 경쟁적으로 공연 가격이 내려갔고, 이젠 소셜커머스 사이트를 중심으로 '천원짜리 연극'도 태어났다. 지나친 저가 티켓은 공연의 완성도를 떨어뜨리고, 관객들이 대학로를 다신 찾지 않는 이유가 되기도 했다.
 
'셧다운제'를 '부모선택제'로 바꾸겠다는 '미봉책'은 지난해 '공연티켓 1+1 지원사업'과 비슷해 보인다. 직접적인 지원이 절실히 부족한 상황에서, 공연계와 게임계 관계자들이 푸념을 계속 늘어놓은 이유는 여기에 있다.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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