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올슉업'에 출연 중인 배우 송주희(헬로비너스 앨리스) 인터뷰

   
 

[문화뉴스] 엘비스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은 매력적인 산드라 역에 새로운 이미지를 부여한 배우가 있다. 헬로비너스의 앨리스라는 이름 대신 당당히 신인배우로 첫 공연에 나서는 배우 송주희다.

뮤지컬 '올슉업'은 엘비스 프레슬리의 주옥같은 히트곡들로 꾸며진 흥겨운 넘버, 그리고 셰익스피어의 '십이야'를 모티브로 삼은 탄탄한 스토리로 구성된 대표적인 웰메이드 뮤지컬이다. 2007년 논 레플리카 버전으로 국내에 첫 선을 보였던 '올슉업'에서 산드라라는 인물은 그동안 원숙한 여배우들이 농익은 연기로 매혹적이고 화려하게 묘사하곤 했던 역할이었다.

사랑을 '정숙하지 못한' 것으로 간주하는 억압받는 마을에서 자유로운 사랑과 음악을 외치고 다니는 엘비스가 가장 먼저 첫눈에 반하는 여성은 산드라다. 눈을 마주치는 여성은 누구든지 반하고야 마는 황홀한 남자 엘비스에게 유일하게 반하지 않는 산드라는 셰익스피어 소네트를 읽으며 눈물을 짓는 섬세하고도 낭만적인 사람이다. 또한 달콤한 유혹 대신 진실한 고백을 머금은 사랑을 갈구하는 순수하고도 단순한 여성이기도 하다.

처음 뮤지컬 무대에 선 송주희는 산드라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을 통해 자신만의 귀엽고도 순수한 산드라를 만들어냈다. 단순히 아름답고 화려한 것을 넘어, 그녀의 감춰진 이면과 속사정까지 고민하며 첫 역할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내 비춘 송주희. 그가 뮤지컬 '올슉업'과 만난 사연, 그리고 아이돌이 아닌 뮤지컬 신인배우로서 어떤 패기를 가지고 작품에 임하고 있는지 궁금해졌다면, 지난 8일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진행됐던 인터뷰 내용을 자세히 들어보자.

   
 

뮤지컬에 도전하게 된 계기는.
ㄴ 기회라고 생각했다. 연기는 연습생 시절부터 연습해왔는데, 본업이 가수이다 보니까 연기를 본격적으로 하는 게 부담스러웠다. 그러던 중 노래와 연기를 같이 할 수 있는 뮤지컬에 대한 장르를 고민해보게 됐고, 오디션을 통해 이번에 처음 뮤지컬 무대에 서게 됐다. '꼭 붙어야지' 하는 마음보다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헬로비너스'나 '앨리스'라는 수식어 없이 캐스팅 보드에는 본명 '송주희'로만 기재돼있다. 배우 송주희로서의 의지를 다지고자 결정한 부분인가? 앞으로 뮤지컬 배우로 활동할 때는 그룹명이나 예명을 지우고 지금처럼 본명으로 활동할 것인지?
ㄴ 처음에는 '헬로비너스'와 '앨리스'를 쓰고 싶었다. 내 소속이기도 하고, 헬로비너스의 리더를 맡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라는 사람을 무대에서 처음 보시는 뮤지컬 관객 분들에게 혹시라도 편견을 심어드리게 될까봐 걱정이 됐다. 그런 편견을 방지하고픈 마음에 본명 송주희라는 이름만 쓰게 됐다. 게다가 어떤 특혜도 없이 다른 배우 분들처럼 오디션을 똑같이 보고 역할을 맡게 됐기 때문에 다른 배우들과 같은 위치에서 시작한다는 점을 의미하고 싶기도 했다. 앞으로도 계속 송주희라는 이름으로 뮤지컬계에서 활동할 예정이다.

가수 시절에는 가창력을 확인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 뮤지컬 배우로 도전함에 있어서 노래 실력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는지? 자신이 뮤지컬 배우로서 어떤 장점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ㄴ 부담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같은 장르가 아니기 때문이다. 뮤지컬 넘버는 가요와는 사뭇 다르다. 가요는 끝 음을 버리는 게 하나의 기술이라면 기술인데 뮤지컬에서는 그러면 큰일 난다. 그런 부분들 때문에 상당히 어려웠고 공연 연습 내내 모르는 것들을 배우는 과정이었다. 다행히도 '올슉업'에 팝의 요소가 들어가 있는 넘버들이 많아서 첫 뮤지컬임에도 불구하고 많이 헤매지는 않았던 것 같다.

가장 고민했던 부분은 대사에서 노래로 넘어갈 때의 연결 부분이다. 대사할 때는 산드라로 연기하다가 노래로 넘어가면 헬로비너스의 앨리스나 송주희가 되어 버리니까 가장 고민이 컸다. 지금도 익숙하고 잘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회차를 거듭할수록 조금씩 배우면서 늘어가고 있는 것 같다.

   
 

아이돌 선배이자, 뮤지컬 배우 선배인 인피니트 김성규와 함께 출연 중이다. 조언을 많이 들었는지? 혹은 다른 선배들의 조언은?
ㄴ 선배님들 모두 조언을 많이 해주셨다. 사실 첫 도전이기에 겁이 많이 났었다. 아이돌 출신이니 배우 선배님들이 나를 혹시나 싫어하시지 않을까 하고 말이다. 그리고 그룹 외에는 단체 활동이 처음이다 보니 적응이 힘들지 않을까 싶었다. 그러나 다행히 선배들이 모두 예뻐해 주셨다. 평소 연기 연습할 때에는 방송연기로 주로 하다 보니 디테일한 연기는 익숙한데 무대에서 확 드러나야 하는 부분이 부족했다. 극대화시켜야 하는 것이 부족했던 거다. 정찬우 선배님은 무대에서 몸을 쓰는 법, 가령 팔 동작 등에 대해 친절히 알려주셨다.

이후 무대가 시작되고 나서부터는 고민이 많이 생겼다. 관객들의 반응을 보니 헷갈렸던 점이 있었다. 생각이 많아지는 시기에 류수화 선배님께서 '네가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는 부분을 잊지 말고 연기해라' 라는 조언을 해주셨다. 성규 오빠도 '자기 데뷔 때도 그랬다', '너무 긴장하지 말고 열심히 해라' 등의 격려를 해주셨다. 최우혁 선배나 휘성 선배도 응원을 많이 해주셨다. 연습할 때 가장 많이 도움 받은 건 가희 언니(배우 정가희)였다. 내가 생각보다 어리바리해서 연습할 때 덤벙대는 편이었는데 언니가 많이 정리해주고 챙겨주고 도와주셨다. 연습할 때 놓칠 수 있는 부분들을 챙겨주셔서 습득하는 게 빨라졌다.

처음 봤던 뮤지컬은?
ㄴ '빨래'였다. 데뷔하기 5년 전에 봤던 뮤지컬이었다. 뮤지컬은 평소에도 자주 본다. 사실 볼 때마다 관객 입장에서 봐왔기 때문에 관극 경험이 직접적으로 뮤지컬 연기에 도움이 됐다기보다는 간접적인 영향을 주었다. 원래 뮤지컬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 뮤지컬 오디션에 도전하는 기회로 이어졌고, 지금 이렇게 무대에 설 수 있게 된 동기이기 때문이다. 지금도 뮤지컬을 정말 재미있게 하고 있는데, 그것도 평소에 뮤지컬을 좋아했던 영향에서 비롯된 것이라 생각한다.

   
▲ ⓒ스토리피

얼마 전 헬로비너스 멤버들이 공연에 찾아와 응원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멤버들과 사이가 돈독한 것 같다.
ㄴ 뮤지컬 공연을 하려면 컨디션 조절이 매우 중요하다. 그런 부분에서 좀 민감한 게 있었다. 첫 공연 때부터 감기 기운이 있었다. 충분히 자야 되는데, 공연이 없는 날에는 다른 스케줄을 소화해야 했다. 그러다보니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었었다. 평소 멤버들은 새벽에 자는 편인데, 나는 늦어도 밤 12시에 자야 다음날 스케줄이 가능했다. 고맙게도 멤버들이 나를 위해 잠잘 시간이 아닌데도 방에 들어가 불을 꺼주며 최대한 잘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었다. 공연 이외의 스케줄에 대해서도 배려를 해준다. 공연 다음 날 헬로비너스 녹음하는 날이었는데, 녹음 순서를 바꿔주는 등의 섬세한 배려들을 해준다. 멤버들에게는 항상 고맙다.

이번 작품에서 가장 좋아하는 넘버나 장면이 있다면?
ㄴ 넘버는 다 좋아서 하나를 뽑기가 어렵다. 장면은 극 후반 즈음 짐이랑 나탈리의 대화 장면이다. 마을 사람들이 사랑에 대한 상처를 받으며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무대에 나탈리와 짐, 딱 둘만 등장한다. 짐이 아빠로서 나탈리에게 위로를 하는데, 상황에 대한 직접적인 위로가 아니라, '아빠도 오토바이를 탔었다, 그런데 너희 엄마 때문에 관뒀다' 등의 얘기를 해준다. 근본적인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는, 아주 좋은 장면인 것 같다. 가장 뭉클한 장면이다.

   
▲ ⓒ스토리피

산드라는 주인공 엘비스를 첫눈에 반하게 하는 매력적인 인물이다. 산드라가 아닌 송주희로서 '올슉업'에서 이성적으로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를 뽑자면?
ㄴ 데니스다. 실은 그 캐릭터가 가장 탐이 난다. 내가 남자였다면 가장 하고 싶었던 역할이었을 거다. 지금은 실비아라는 역할이 가장 하고 싶었던 것처럼.

실비아가 해보고 싶은 이유는?
ㄴ 짐을 사랑하지만 표현하지 못했던 마음을 넘버 하나로 표현해낸다. 데니스도 그런 넘버가 있다. 숨겨놓은 마음을 보여주는 넘버. 산드라는 갑자기 좋아하고 갑자기 사랑에 빠지기 때문에 그런 넘버가 없다. 데니스나 실비아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기에, 정확한 마음을 보여줄 넘버가 있다. 그런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노래하면 자연스럽게 감정표현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대본 상에 산드라에 대한 드라마는 많지 않기 때문에, 의미부여를 개인적으로 해야 한다.

   
 

산드라는 신스틸러 같은 느낌이 있다. 작품 자체가 밝은 톤이지만, 산드라가 나오면 더 밝아진다.
ㄴ 연출님도 그걸 요구하셨다. 산드라는 타지인인데, 산드라가 나왔을 때는 우울한 가운데서도 분위기가 반전되기 원하셨던 것이다. 마을에 타지인은 엘비스와 산드라 딱 둘 뿐이다.

산드라 역할을 맡으면서 가장 힘들었을 때는?
ㄴ 산드라 역할을 맡으면서 '생각 없이 하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산드라가 타지인이다 보니까 드라마 상에서는 그녀가 등장할 때마다 극명한 반전이 있어야 했다. 원래 네 모습대로 하라는 말씀을 들었다. 연기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게 제일 어려운 것 같다. 의미 있고, 스토리 있는 연기를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 부분은 아직도 다소 어렵다.

산드라에 대한 전사를 설정했는지?
ㄴ 지난 공연에서의 산드라는 원숙미가 있고 지적인 사람으로 묘사가 됐다. 나는 이전의 산드라 역할을 맡으셨던 선배들보다 어리기 때문에 원숙한 느낌과는 어울리지 않았다. 그래서 나이 어린 산드라의 모습을 그려봤다. 사회 초년생인데 큐레이터로 첫 직장에 들어온 것이다. 그 직장이 자신의 고향을 벗어난 타지였고, 늘 웃어야 하고 친절해야 되는 직업이다 보니까 외로움을 가지게 된 사람이었다. 그리고 초년생 특유의 불안한 느낌을 담기도 했다.

산드라는 엘비스를 보고서 아무 이유 없이 갑자기 싫어한다. 그래서 그 부분에 대해서도 나름대로 전사를 만든 것은, 산드라가 이 마을에 오기 전에 뒤늦게 연애를 처음하다 잘생긴 남자에게 상처를 받은 적이 있었다는 것이었다. 잘생긴 남자에 대해 콤플렉스가 있는 여자로 설정하고 연기하고 있다.

사실 이렇게 의미를 많이 만들어놨는데 '생각 없이 하라'는 코멘트 들었을 때는 많이 힘들었다. 선배님들이나 연출님의 의미는 잘 아는데, 처음 연기하는 입장에서 꽤 어려운 부분이다. 만약에 경력이 있었다면 산드라가 '기능적 캐릭터다'고 생각하며 그 조언들을 당연하게 여겼을 텐데, 첫 공연이라 욕심이 있다 보니까 다소 어렵게 느껴졌다.

   
 

가수로 활동한 경력이 있다 보니, 무대에 서는 것 자체는 익숙할 것 같다.
ㄴ 아니다. 익숙하지 않다. 무대라는 공간 자체는 익숙하지만, 지금까지 내가 서본 무대는 관객이 아닌 카메라를 앞에 두는 무대였다. 관객과 소통하는 무대는 많지 않았다. 카메라와의 소통이 익숙한 것이다. 그런데 뮤지컬은 관객들과 소통하는 무대이고, 나는 이런 무대가 처음이다. 앞줄에 앉아 계신 관객 분들의 표정이 다 보이긴 하는데 일부러 보지 않는다. 아직 소통하는 게 익숙지 않으니까 연기하면서 다른 생각이 날까봐 일부러 보지 않았다. 익숙해지면 관객들 반응을 보면서 소통하는 무대를 만들고 싶다.

홍익대아트센터 대극장은 여느 극장보다 무대와 객석이 가까운 편이다.
ㄴ 그렇다. 맨 앞 두 줄에 앉아 계신 관객 분들은 나를 치켜뜨며 보는 것 같아서 처음엔 무서웠다. 내가 실수해서 그러시는 줄 알았다(웃음).

산드라라는 예쁘고 매력적인 이미지의 캐릭터를 만났다. 다음에는 외적인 이미지를 벗어나 진지한 노래나 연기로 도전할 욕심을 갖고 있는지?
ㄴ 당연히 그런 욕심이 있으니 뮤지컬에 도전한 거다. 관객들과 소통하며 무대 경험을 늘리고 싶다. 헬로비너스로 무대에 선다고 해서 무대 경험이 늘어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카메라 테크닉이 숙련되는 것이다. 공연에 대한 기본이 다져진 느낌이 아니다. 본래 뮤지컬이란 장르에 욕심이 있어서 도전한 것이었다. 내 이미지와 다른 역할을 한다고 해서 연기적 부분이 뒷받침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충분히 발전하면서 소화해낼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뮤지컬 '올슉업'의 매력은?
ㄴ 이 시대에 가장 필요한 '사랑'이 넘치는 드라마다. 남녀보소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실제 어머니가 이미 공연을 보셨고, 조카들도 보러올 예정이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그 누가 봐도 즐겁게 볼 수 있는 공연이다. 조건 없는 사랑을 얘기하는 뮤지컬이기 때문에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많은 분들이 꼭 보셨으면 하는 마음이다.

다음 활동이 궁금하다.
ㄴ 뮤지컬은 계속 도전할 예정이다. 이번 역할을 잘 마치고 나면 더 발전된 모습으로 관객 분들을 만나 뵐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이번 공연이 총 40회인데, 40회를 끝내고 난 다음에 다시 산드라를 해보고 싶기도 하다. 그때는 지금보다 더 잘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헬로비너스는 이번 달에 음원이 하나 더 나온다. 뮤지컬이 끝날 때쯤 활동을 본격적으로 하게 될 것 같다.

팬들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ㄴ 팬 분들이 많이 보러 와주셨다. 응원도 많이 해주고 계신다. 너무 감사하다. 첫 공연 보고 팬 분들이 많이 놀라신 것 같더라. 평소 보여드릴 수 없는 부분을 보여드리니 굉장히 좋아해주시는 것 같다. 팬들 덕분에 힘을 매번 얻고 있다. 40회 다 예매해주신 분들도 계시다고 들었다. 정말 감사하다. 그리고 곧 헬로비너스 앨범도 나오니 기다려 달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문화뉴스 장기영 기자 key000@mhns.co.kr
문화뉴스 서정준 기자 some@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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