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生] "유럽투어 서막 알린 서울 초연"…국립현대무용단×리에주극장 'NATIVOS'
  • 문화뉴스 장기영
  • 승인 2016.07.15 0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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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국립현대무용단 × 벨기에 리에주극장 공동제작 'NATIVOS(나티보스)' 프레스리허설
   
'NATIVOS'는 15일부터 17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된다 ⓒ 국립현대무용단

[문화뉴스] 15일 서울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세계 초연을 갖는 공연 'NATIOUS(나티보스)'가 있다.

15일부터 17일까지 서울에서 총 3회의 공연을 가지는 '나티보스'는 공개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한국의 무용수들과 아르헨티나 출신 안무가 애슐린 파롤린(Ayelen Parolin), 그리고 벨기에 현대무용의 자존심 리에주극장(Théâtre de Liége)과 국립현대무용단이 뭉쳐 만들어낸 작품이다. 서울과 유럽에서 총 15회만 진행되는 이 공연은 개막을 앞두고 지난 14일 서울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프레스리허설을 가졌다.

작년 11월 공개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무용수 4명은 박재영, 유용현, 임종경, 최용승이다.제작 전부터 벨기에, 프랑스, 이탈리아 투어가 확정될 만큼 주목받는 이번 공동제작 프로젝트는 무용수 4명과 피아노 연주자, 그리고 한국 전통 타악 연주자가 함께 어우러져 제의적 미니멀리즘(ritual minimalism)의 진수를 선보이고자 하는 포부를 밝혔다.

'Nativos'는 영어로 'Native', 우리말로는 '토박이, 토착적인'이라는 의미를 가진 스페인어 단어다. 공연 관계자는 "국제적인 프로젝트에 있어서 'Nativos'라는 단어는 매우 흥미롭다"고 밝히며 누가 Native인지, 이 단어가 문화적으로 뜻하는 바가 무엇인지 의문을 던진다. 'Nativos에 대해 단언하기보다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말하는 작품은 움직임, 에너지, 타인에 대한 주의와 인지라는 측면에서 집단으로부터 오는 힘을 증폭시키는 네 명의 무용수를 중심으로 무대를 꾸미고 있다.

프레스리허설은 14일 오후 3시에 열렸고, 리허설 이후 질의응답 시간에는 안무가 애슐린 파롤린과 안무를 공동 창작한 마크 이글레시아스(Marc Iglesias)가 참석해 공연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덧붙였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안무가 애슐린 파롤린

동양적인 요소가 많이 들어있다. 작품의 의도는?

ㄴ 애슐린 파롤린 : 이 작품에 참여하면서 소중한 시간을 보냈다. 평소의 내 작업 방식과는 다르게 이번 작품을 진행했다. 국립현대무용단의 도움 덕분에 이런 작업이 가능했다. 이번에 공동제작으로 작업을 진행하면서 굉장히 흥미로웠던 부분은, 평소에 자주 거론하게 되는 '교환, 나눔, 아이덴티티(정체성), 전통요소와의 접목' 등과 같은 요소들을 작품에 녹일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번 작업은 흥미로운 작업이었다.

 

4명의 남자 무용수가 등장하며, 그 중 한 명은 여자 역할을 맡았다. 그리고 제의나 전쟁 등을 연상시키는 몸짓이 많이 나온다. 남성적인 의미 요소들을 많이 느꼈다. 배우에 대해 얘기를 하자면?

ㄴ 애슐린 파롤린 : 늘 모호한 부분에 대해 관심을 가져왔다. 그래서 이번에 그 모호함에 대해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하며 그 부분을 부각시키고 싶었다. 그냥 남성화, 여성화라는 단어로 구별시켜버리면 흥미롭지 않을 것 같았다. 한 배우에 대해 여성화시켰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나로서는 그 배우에게서 충분히 남성스러운 면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여성 티셔츠를 남성에게 입히면서 여성성과 남성성을 모호하게 표현하는 것이 내 목표이고 의도였다.

덧붙여 남성에게 여성화라는 요소를 부각하거나, 여성에게 남성화를 부각시킨다는 표현을 하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다. 공연을 위해 의상 등의 소품을 직접 사러 갔는데, 살 때에는 그 어떤 것을 의식하고 사지 않았지만, 구입하고 난 이후 무용수에게 그 의상들을 입히면서 재밌는 점을 발견했다. 우리 몸이 굉장히 남성과 여성의 몸이 비슷하다는 점이다. 여자의 옷을 남자에게 입혀도 이상하지 않아 보였다. 남성의 몸과 여성의 몸이 비슷하다는 생각을 의식하지 않으며 의상을 구입했었는데, 그런 점들을 발견해서 참 흥미로웠다.

 

 

   
 

공연에서 샤머니즘적인 요소, 제의적인 몸짓들이 꽤 보였다. 안무가 애슐린은 아르헨티나 출신이고, 라틴아메리카에서도 한국처럼 샤머니즘을 많이 언급하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대륙이다. 안무가가 보기에 한국에서의 샤머니즘은 어떤지?

ㄴ 애슐린 파롤린 : 오래 전부터 샤머니즘에 관심을 많이 가져왔다. 이전 작품부터 얘기해보자면, 나의 지난 작품 '솔로'에서부터 야생적이고 동물적인 요소를 찾고 작품에 녹여내기 시작했다. 그런 요소를 녹여내기 위해 인터넷에서 리서치하기 시작했다. 동물 중에 힘 있고 야생적인 모습을 표현할 수 있는 대상을 찾기 시작했는데, 그때 찾은 게 '헬로 키티'였다. 헬로 키티는 여러 의미를 담고 있다. 거기서부터 '모호함'에 대한 표현을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작업의 연장선상으로 계속 여러 가지를 조사, 연구하면서 샤머니즘이라는 요소에 많이 끌렸고, 그 부분을 녹여내서 작업하게 됐다. 옆에 있는 마크 이글레시아스와도 샤머니즘을 부각시킨 작업을 한 바 있다. 그러던 중 브뤼셀에서 한국이라는 나라도 샤머니즘에 대한 요소에 관심을 많이 갖는 나라다는 말을 들었다. 그 얘기를 듣고는 내가 한국과 작업할 수 있는 공통점을 찾았다고 생각했다.

 

 

   
ⓒ 국립현대무용단

 

단기간의 준비시간, 그리고 평소 안무가로서 자주 볼 수 있었던 무용수들의 신체가 아닌, 한국 무용수들의 다소 생소한 신체를 만났다. 작품을 진행하면서 어려운 점이 있었을 것 같다. 협업의 총체적인 느낌이나 인상은?

ㄴ 애슐린 파롤린 : 협업하면서 '바로 이거야, 정말 잘 된다, 이제 맞기 시작 했어'라고 느꼈던 시점은, 내가 아르헨티나 출신이고 무용수들이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생각할 수 없게 된 시점이다. 우리 모두는 아주 많은 노력을 하며 혼신의 힘을 다 했다. 국적과 인종이 다른 것은 중요하지 않은 부분이다. 한국 사람이든 아르헨티나 출신이든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고, 그런 것들이 보이지 않기 시작한 시점부터 '우리 모두가 똑같은 사람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겉모습의 한계를 넘었다'는 희열을 느꼈을 때 아주 황홀한 느낌이었다.

물론, 서로 다른 점도 굉장히 많다. 국적도, 생김새도, 문화권도 다르기 때문에 표현하는 기술이나 능력이 매우 다르다. 다른 맥락, 배경에서 작업을 해온 사람들이다. 하지만 이런 부분에 대해 제기하고 의문을 가진다는 태도는 거부하고 싶었다. 작업하면서 다소 어려우기도 하고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던 점은, 작업하면서 우리 앞에 놓인 장벽을 넘고, 우리 앞에 놓인 한계를 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고민을 했다. 그렇다면 '한계'란 무엇인지, '장벽'은 무엇인지 말이다. 이런 생각들을 하는 것도 작업의 한 과정이었다.

일반적으로 작업할 때 같은 도시, 문화 속에서 자라온 사람, 같은 것을 보고 같은 가치를 가지고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작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완전히 달랐다. 나와 다른 환경에서 자라온 사람과 작업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여기에서의 내 임무는 이런 부분을 더 좋은 요소로 뽑아낼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었다.

또 다른 어려움도 있었다. 나는 느릿느릿한 사람에 속한다. 빨리빨리 결정하고 실천하는 사람이 아닌데,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별로 없었고 제한된 시간 안에 작업을 끝내야 했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었다. 이렇게 빠른 속도와 리듬으로 작업을 마친 경우는 지금까지는 없었다. 나는 일반적으로 3개월 이상의 시간을 두고 작업을 하는데 이번에는 4주 만에 작업을 해야 했다. 그래서 단 1분의 시간도 다른 것을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아주 훌륭한 음악가, 무용수들의 능력 그리고, 그들의 관대함 덕분에 이 작업을 무사히 마쳤다고 생각한다.

 

 

   
ⓒ 국립현대무용단

안무가가 생각하는 한국의 샤머니즘에 대한 생각이 궁금하다. '굿'에 대해 본인이 발견한 특징은? '굿'의 원형에 대해 안무가가 가지고 있는 생각과 해석이 궁금하다.

ㄴ 애슐린 파롤린 : 나는 정말 운이 좋은 사람이다. 한국의 샤머니즘의 세리머니(내림굿)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그래서 작품을 준비하는 우리 그룹 모두가 그것을 보러 갔다 온 적이 있다. 감동적이었다. 사실 맨 처음 보자마자, '이게 무슨 소리야, 하나도 이해가 안 되네'라고 느꼈지만, 이후에는 옆에서 설명을 해주지 않아도 그 안에 녹아들어가는 것 같다는 느낌도 받았다.

이 세리머니에서는 인상 깊게 본 것이 여러 가지가 있다. 의식을 치루는 사람들부터 신과 인간의 관계, 옆에 놓인 돼지, 그리고 세리머니를 위한 의상 등의 소품까지. 또한 흥미로웠던 것 중 하나는 발목이나 무릎까지 물을 적시는 행위였다. 이런 행위들이 실제 있는 사실인지, 아님 허구 속의 것인지 의아했다.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한 점은 샤머니즘을 전혀 모르는 사람과 샤머니즘을 잘 아는 사람, 그리고 샤머니즘에 관련된 요소와 샤머니즘의 정반대에 있는 요소와의 대립되는 것들을 이용해서 작품에 녹여내는 것이었다. 극과 극에 놓인 요소들에 대해 흥미롭게 생각했다.


집단무용이 많았다. 네 명의 무용수들이 다함께 같은 동작을 끊임없이 반복한다. 이런 모습을 관객들이 보면 여러 생각을 할 수 있다. 안무가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연출했는지? 그리고 앞의 무용들이 뒤에서도 반복되는 '회귀'로 결말을 지은 이유는?

ㄴ 애슐린 파롤린 : 우리는 현재 소비사회에 살고 있다. 매일 끊이지 않고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것을 강요를 받으며 살고, 쉬지 않고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강요 속에 살고 있다. 자문하기 시작했다. 무조건 반복되는 '한다'들 사이에 무슨 관계가 있을까 하고 말이다. 나는 오래전부터 한계성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져왔다. 한계가 무엇인지, 어디까지를 한계라고 하는 것인지 말이다.

계속해서 무언가를 요구하는 사회다. 작업하면서 어느 사람이 굉장히 긍정적인 사고를 하는 모습을 봤다. 그 사람은 나한테 "나는 오늘 10시까지 죽어라 일하고, 끝나면 소품 사러 가고, 이후에는 영상을 볼 거다. 나는 이런 것들을 다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나는 그 사람을 보며 엄청 긍정적이라고 생각했다. 누구에게나 벌어지는 이런 일상의 모습을 단순화시켜 녹여내고자 했다. 누구나 일상에서 겪을 수 있는 부분을 일상과 나의 직업 세계 양쪽에서 다 볼 수 있도록 작업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우리는 너무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 살아간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는 우리가 약간은 부정적일 필요도 있다고 말하고 싶다.

결국 작품에서 표현하려는 것은 사회와도 연관성이 있다. 계속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압박 속에서 살아간다. 나 또한 마찬가지다. 작업을 하면서 '반드시 해야 돼', '노동을 해야만 해'라고 여기며 되뇐다. '힘들어', '죽겠어' 하면서도 다음날 아침이 되면 똑같은 일을 반복하는 것이다. 이렇게 누구나 겪는 일상을 작업에 녹여내는 것에 초점을 두었다.

[글] 문화뉴스 장기영 기자 key000@mhns.co.kr
[사진] 문화뉴스 서정준 기자 some@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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