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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뉴스] 걸작 소설의 한 조각을 무대 위에 새롭게 살려냈다.

CJ 아지트에서 준비한 CJ 크리에이티브마인즈의 8월 리딩 워크샵 뮤지컬 '카라마조프'는 도스토옙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원작으로 한다. 표도르 역에 최연동, 드미트리 역에 박인배, 이반 역에 고훈정, 알렉세이 역에 김현진, 스메르 역에 김바다, 그루샤 역에 정다희, 카챠 역에 이하경이 출연한다.

원작 소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은 원래 셋째인 알렉세이의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 내용으로 제목 그대로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통해 인간상과 무신론 등을 탐구하며 종국에는 아버지의 존속 살해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뮤지컬 '카라마조프'는 이 아버지의 존속 살해 재판에 대한 부분을 가져와 법정 추리극으로 각색했다.

그래서 아버지인 표도르가 사건의 피해자이자 검사를 동시에 맡아 열연한다. 알렉세이의 신부님 역할도 표도르와 검사를 맡은 최연동 배우가 함께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검사, 표도르, 신부가 각각의 인물인 것으로 이해했으나 제작진의 설명에는 그가 검사로 직접 재판에 참여한 것으로 돼 있다.

작품의 특징 중 하나는 수준급의 넘버다. 그중에서도 창작 뮤지컬답게 라이선스 작품들이 원작의 가사를 한국말로 옮기기 위해 애쓰는 것과 달리(물론 그 과정에서 소위 '초월번역'이 나오기도 하지만) 처음부터 우리말로 만든 가사가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가사에 적절하게 살아있는 라임이 단순히 가사를 통해 감정을 표현하거나, 극을 이어가는 것 이상의 '노래를 듣는 즐거움'을 살려낸다.

다음으론 쫀쫀하게 짜인 전체적인 흐름이다. 인간에 대한 탐구가 깊어지는 후반에 다소 느슨해지는 감은 있지만 최소한의 소품과 연기만이 포함된 리딩 공연임에도 카라마조프가의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각자의 생각이 매끄럽게 전해진다. 다만 여성 캐릭터들이 1880년대를 배경으로 한만큼 움직임의 동기가 모두 '사랑'이라는 점은 다소 아쉽다. 창작이지만 엄연히 소설 원작이 존재하는 만큼 어쩔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반대로 빼어난 원작 소설의 가치를 훼손시키지 않고 일부분을 잘 살려내 뮤지컬로 만들었다. 표도르, 드미트리, 이반, 알렉세이, 스메르, 그루샤와 카챠까지 각자의 '인간적인' 면모를 잘 살려냈기에 공연을 통해 현실의 우리를 되돌아보기 적합한 작품이다. 기자는 개인적으로 표도르의 '베개'가 가장 좋았다. 어제와 오늘 공연을 감상한 관객들도 아마 각자의 마음에 콕 박힌 넘버가 하나쯤 있을 것이다.

문화뉴스 서정준 기자 some@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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