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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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경기장 전역을 수놓았던 독립예술축제가 지난 30일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서울프린지페스티벌은 예술가의 자유참가 원칙을 19년간 지켜온 독립예술축제로, 연극, 무용, 음악, 퍼포먼스, 영상 등 다양한 장르의 독립예술 작품을 폭넓게 다루고 있다. 주제 면에서도 자아에 집중하는 작품, 여성혐오 등 사회문제를 다루는 작품, 편하게 웃으면서 관람할 수 있는 작품 등이 있어서 다채롭다. 8일간의 긴 여정 속 수많은 작품 중에서 지난 28일 진행된 몇 가지의 공연들을 소개한다.
태평소로 들려주는 인생의 희로애락, 'T&S 프로젝트 - 경복궁타령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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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복궁타령 1'의 한 장면. 지난 28일 진행된 '경복궁타령 2'는 블랙존 곳곳을 오가며 진행됐다. | ||
축제의 시작과 함께 경기장 초입에서 태평소 소리가 울려 퍼졌다. '경복궁 타령2'는 태평소 연주자가 이곳저곳을 오가며 장구 연주자, 무용수 등의 사람들과 만나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먼저, 장구 소리와 어우러지는 태평소의 강렬한 음색은 절로 어깨춤을 추게 한다. 하지만 손으로 나비를 형상화하고 걸려있는 교복 셔츠를 어루만지는 무용수와 만났을 때 태평소의 음색은 처절하기까지 한 울음소리로 바뀐다. 다음으로 아프리카 젬베와의 흥겨운 연주 이후, 태평소 연주자가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어쿠스틱 기타와 하모니카 연주를 듣는 장면은 마음을 울컥하게 만든다. 우울한 표정의 가면을 쓴 채 줄곧 태평소 주위를 따라다니던 이도 그 연주 아래 잠시 몸을 누인다. 앞서 등장한 모든 악기들의 협연으로 작품은 마무리된다. 흥겹다가도 절절한 한이 느껴지는 태평소 연주, 그 연주의 느낌을 극대화시키는 주위의 상황들은 우리 인생의 희로애락을 표현하고 있다.
가장 원초적이면서도 편안한 웃음, '친구네 옥상 ART - 마스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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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스큐'의 한 장면. 관객을 낚아 웃음을 주는 장면이다. | ||
'마스큐'는 계단을 객석으로 활용해서 펼쳐지는 넌버벌 가면극으로, '도둑들'과 '낚시'라는 두 가지 에피소드의 작품이다. '도둑들'은 잘 뽑히지 않는 보검을 훔치고자 낑낑대는 두 명의 도둑을 보여주며, '낚시'는 낚싯줄에 지렁이를 꿰고 바다에 들어갔다가 관객을 낚게 되는 이야기를 다룬다.
슬랩스틱만으로도 각 캐릭터의 특성을 정확히 살려내는 것에서 작품에 대한 고민이, 무대와 객석 사이를 갈라 바다 속으로 표현하는 장면에서 다채로운 상상력이 느껴졌다. 곳곳에 관객을 참여시키는 요소도 재미를 더한다. 슬랩스틱은 장소와 대상의 제약이 없는 장르인 만큼, 앞으로도 통통 튀는 웃음을 선사해주길 기대해본다.
100년이 지나도 잊지 말아야할 이야기, '프로젝트 그룹 125 - 영혼들의 항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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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들의 항해 - 백 년 동안의 고독'은 2114년 배 안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통해, 100년 전인 2014년에 발생한 세월호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재난체험을 할 수 있는 배를 타고 여행을 하는 동안, 세월호 사건의 진상을 밝히려는 기자 '나대기'와 관객들은 100년째 배 안을 떠도는 세 명의 단원고 학생들의 유령을 만나게 된다.
학생들은 배 안을 샅샅이 뒤지고 파도에 밀려 관객들 사이를 끊임없이 오가며, 자신이 죽은 이유를 찾고자 노력한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들의 죽음은 억울한 일이었으며, 이러한 설움은 스스로 선장놀이를 하는 장면에서 극대화된다. "나의 선장은 나예요"라는 대사를 통해, 연극은 대책 없이 명령에 따를 것을 강요했던 이들에 대해 강렬하게 비판한다. "아무도 관심 갖지 않았던 죽음을 내가 스스로 구원하려 한다"는 장면을 마주하며, 관객은 실제 희생당한 학생들을 만나는 듯한 극적인 체험을 하게 된다.
이때 관객들이 오른 배에도 돌발 상황이 발생하고, 승무원들은 상황 파악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명령에 따를 것을 강요한다. 기자 '나대기'와 총괄 매니저의 논쟁을 통해 관객들은 상황이 부당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진부한 대사, 부당함에 대한 과도한 강조는 인위적인 인상을 갖게 한다. 이에 따라, 관객들이 직접 선상을 빠져나오며 작품의 메시지를 깊게 느끼게 하려는 본래의 의도는 퇴색되고, 관객들은 또 다른 의미에서 '강압적으로' 선상을 빠져나온다는 인상을 받는다. 관객들의 모습을 통해 학생들이 평화를 되찾게 된다는 결말도 다소 아쉽다. 공연 직후 관객과의 대화를 통해 구체적인 피드백을 받은 만큼, 작품이 깊은 메시지를 더욱 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발전하길 기대해본다.
모두가 어우러져 신명나는 놀이 한 판, '놀이꾼들 도담도담 - 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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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동'은 '관객과 함께 만들어가는 예술, 모이면 모일수록 신명나는 예술'을 주제로, 닭싸움,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단체 줄넘기 등을 하며 관객과 신나게 놀았다. 바쁜 일상에 치이는 현대인들이 어떤 방식으로든 함께 모여서, 다 같이 웃으면서 노는 모습은 그 자체로 의의가 있었다. 하지만 이를 통해 인간관계, 돈, 죽음의 주제를 다루고자 했다는 설명에 대해서는 의문이 들었다. 또한 전통 연희를 계승하고 치유의 굿을 벌인다는 작품 소개에 걸맞게, 연희와 굿의 요소를 좀 더 강화해서 작품을 구성하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들었다. 신명나는 놀이 한 마당은 좋지만, 더 나아가 작품 자체의 정체성에 대해서도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한편, 다 같이 모여서 놀자고 시작한 놀이가 모두 마지막에는 1등을 결정하는 승부 겨루기로 끝나는 것도 아쉬웠다. 조금 더 연대의 메시지를 줄 수 있는 놀이들을 추가했다면 작품의 의도가 보다 명확하게 전달됐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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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유롭고 에너지 넘친는 '프린지클럽'의 모습. | ||
이렇게 온갖 작품이 펼쳐지는 서울프린지페스티벌 현장은 축제의 콘셉트에 걸맞은 분위기를 가지고 있었다. 관객을 맞이하는 '프린지클럽'의 생동감 넘치는 공간 기획은 물론, 시민들이 워크숍을 통해 직접 디자인한 자전거, 현장 곳곳에 놓여있는 '돌' 오브제는 독립예술 축제의 이미지와 맞아떨어졌다. 스탬프 이벤트를 통해 공간 전체를 돌아볼 수 있도록 유도한 것도 인상적이었다.
축제의 전반적인 운영도 원활했다. 실내는 쾌적했으며, 넓은 경기장에서 헤매지 않도록 안내 표지가 곳곳에 배치됐다. 자원봉사자 '인디스트' 역시 각자 맡은 자리에서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쌓여가는 시간만큼이나 안정된 모습으로, 가장 새롭고 통통 튀는 예술 작품을 선보이는 서울프린지페스티벌이 내년에도 멋진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글] 문화뉴스 김소이 기자 lemipasolla@mhns.co.kr
[사진] 서울프린지페스티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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