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극 '오거리 사진관'의 한윤섭 연출이 인터뷰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문화뉴스] "처음엔 쉽지 않았죠. 그래도 공연 연습하면서, 선생님들과 교감하면서 친분도 생겨났습니다. 예의를 갖춰서 충분히 디렉션 했습니다."

 
연극 무대와 브라운관, 스크린에서 활약하는 원로 배우들의 명품 연기가 대학로를 찾는다. 9월 11일까지 SH아트홀에서 연극 '오거리 사진관'이 공연한다. '오거리 사진관'은 평범한 가정에서 치매에 걸린 아버지의 죽음과 그리움이라는 소재로 현재 우리 가정이 겪어 오거나, 겪을 수 있는 문제에 대해 질문을 준다.
 
치매로 죽음을 맞이한 '아버지' 역은 관록 있는 연기를 보인 장기용 배우가, 죽은 남편을 그리워하며 극 중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어머니' 역은 올해 영화 '곡성', '아가씨'를 비롯해 예능 프로그램인 '힙합의 민족'까지 다양한 매력을 선보이는 이용녀 배우가 연기한다. 그리고 극의 시작과 끝에서 중요한 장치를 맡은 '사진사'와 '연주보살' 역에 최근 위암 회복 후 첫 연극 복귀작을 맞이한 이정섭 배우가 출연한다.
 
이러한 관록 있는 배우들을 지휘하는 것과 동시에 작품을 쓴 한윤섭 연출을 만나 작품 집필 의도, 배우들과의 연습 과정, 직접 작품을 쓰면서 연출을 하는 것에 대한 장단점 등을 들어봤다.
 
   
 
'오거리 사진관'의 집필 의도를 듣고 싶다.
ㄴ 돌아가신 아버지나 친한 지인이 살아서 돌아온다면 어떻게 될까로 이야기가 출발했다. 그런 아이디어가 진화하면서 '치매'라는 문제와 연결됐다. 그러면서 치매를 좀 더 부각해서 작업하게 됐다. 우리 사회에서 암보다 암암리에 알려진 무서운 병이 치매이기 때문에, 한 번 정도 이야기하고 싶어서 쓰게 됐다.

'장수상회', '아버지', '첫사랑이 돌아온다' 등 올해 들어 다양한 치매 소재 연극이 공연됐다. 그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나?
ㄴ 치매 소재는 극적인 구조로 따지면 드라마틱한 소재가 될 수 있다. 치매를 극에서 많이 사용하는 이유는 단순하게 '기억을 없애는 방법'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요즘 우리나라에서 크게 대두하는 병 중 하나가 치매다. 치매는 어떤 병에 걸린 환자나 간병인뿐 아니라 전체 주변인 모두를 힘들게 하므로 글로 써보고 싶었다.
 
연기하는 배우들이 대부분 나이가 많아서, 디렉션하기 힘들지 않았는가?
ㄴ 처음엔 쉽지 않았고 불편한 게 사실이었다. (웃음) 젊은 후배들과 하는 것과는 아무래도 다르다. 그래도 공연 연습을 하면서, 선생님들과 교감하며 친분도 생겨났다. 예의를 갖춰서 충분히 디렉션 할 정도로 이야기하게 되어서 이제는 큰 무리 없이 연습에 임하고, 공연하려 한다.
 
   
▲ 이정섭 배우가 17일 오후 열린 공연 프레스콜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정섭 배우가 위암 회복 후 첫 복귀작으로 이 작품을 결정했다. 어떻게 캐스팅했나?
ㄴ 이정섭 선생님은 제작팀과 협의 끝에 캐스팅했다. '사진사'와 '연주보살'이라는 두 인물을 연기해야 하는데, 그 역할이 이정섭 선생님에 잘 어울릴 것 같았다. 스케줄이 마침맞아서 캐스팅했다. 캐스팅 전엔 선생님 연세도 있으셔서, 연습이 어렵지 않을까 했다. 정말 많은 배려도 해주시고, 연극의 기본적인 것을 많이 짚어주셔서 선생님 중심으로 작품을 잘 이끌어가는데 좋은 역할을 하셨다.
 
영화부터 예능 프로그램까지 다재다능한 활약을 선보이는 이용녀 배우가 '어머니'를 연기한다.
ㄴ 이용녀 선생님은 이 역할에 적합한 배우셨다. 현재 작업을 하시면서도, 자기 역할을 잘 소화하는 배우 중 하나셨다. 또 가장 열심히 하는 배우가 아닌가 싶었다. 그래서 이용녀 선생님과 작업하는 게 좋았다. 

최근 공연한 '하이옌', '수상한 궁녀' 모두 직접 본인이 쓰고 연출을 했다. 이렇게 직접 작품을 쓰고 연출을 하면 어떤 좋은 점이 있는가?
ㄴ 편하다. (웃음) 물론 작가와 연출을 겸한다는 것은 위험한 일이기도 하다. 객관적으로 작품을 대할 수 없고, 작가가 주관적으로 만든 스토리에 또 한 번 작가인 연출에 의해 표현된다. 그래서 편협하게 작품을 표현할 수 있다. 반면에 드라마를 의도해서 쓴 걸 한 방향으로 집중해서 표현할 수 있다. 극장이나 배우들처럼 여러 가지 공연 여건에 의해 변할 수 있는 부분을 작가이기 때문에 언제든지 수정해서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훨씬 연습 진행이 매끄러운 것 같다.
 
   
▲ 이용녀 배우가 '어머니'를 연기하고 있다.
앞으로 어떤 작품을 집필하고 싶나?
ㄴ 다음엔 연기자의 이야기를 꼭 써보고 싶다. 연기를 진짜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써보고 싶다. 젊은 연기자, 노연기자, 스태프 배우, 무명 배우의 일상을 한데 엮어서 써보고 싶다.

'오거리 사진관'을 통해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은?
ㄴ 개인적으로 작가로 뭔가 특별한 메시지를 주겠다고 작품을 쓰진 않는다. 재미난 이야기를 관객에게 들려주는 것이 목적이고, 그 재미난 이야기를 통해 관객이 무언가 새로운 것을 한 번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작은 지점을 마련하면 좋을 것 같다. 이번엔 그 시작 지점이 치매 이야기다.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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