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글로리아' 중 '로린'의 대사

   
 

[문화뉴스] 존재하는 것 그 자체이고 싶습니다. 우리는 하나의 실재에 대해 제각각의 의미를 부여하곤 합니다. 그 의미를 제 입맛에 맞게 변질시키고, 심지어는 그 실재를 허구로도 만들어버릴 수 있습니다.

연극 '글로리아'에서 로린(정원조 분)은 하나의 충격적인 사건 이후, 그 사건이 어떤 모양으로 변질되어 가는지를 낱낱이 목도합니다. 그리고 그가 내뱉는 대사는 '난 그냥 좀 더 존재하고 싶다' 입니다. 글로리아의 비존재감. 그녀가 생(生)의 가장 극렬한 존재감을 나타난 때는 바로 그녀의 삶의 마지막 순간입니다.

글로리아라는 사람은 많은 사람들의 눈과 귀와 입에 의해 각색되어졌고, 로린이 경험한 그녀의 실체는 다른 이들로 하여금 왜곡되는 것이 당연해졌습니다. 실제 사건을 경험했던 기억이, 본인의 현재 상황과 판단에 맞게 다양한 모습으로 재단되는 것입니다. 로린은 시간과 장소가 변해도, 한 사람을 그 자체로 보지 않는 시선들은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통감하며, 그저 '더 존재하고 싶다'고 읊조립니다.

존재하고 있음에도 존재감을 느낄 수 없는 이곳, 로린의 대사는 가슴에 사무칩니다.

문화뉴스 장기영 기자 key000@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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