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배인석
[문화뉴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가 수면 위로 떠오른 지 한 달이 지났지만, 변화한 게 없는 이 시점에 본지에선 '우리 모두가 블랙리스트 문화예술가다'라는 섹션을 연재한다. 매일 다양한 문화예술인들의 의견을 듣는 자유 발언대를 마련했다. 그 자유발언의 분량과 형태는 자유롭게 이어질 예정이다.

서른두 번째 순서는 배인석 한국민예총 사무총장이다. 한국민예총은 1988년 민족예술 창조에 뜻을 함께하는 진보적 문화예술인들의 모임으로 시작됐다. 배 사무총장은 2015년 5월 1일 '세월호 정부 시행령 폐기 촉구 선언' 서명 문화인 594명 명단에 포함되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가 됐고, 최근 예술가 검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등 일련의 사건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맞서기 위해 7,449명의 문화예술인과 289개 문화예술단체가 참여한 '우리 모두가 블랙리스트다'에 서명했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소감은?
ㄴ 2016년 10월 10일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도종환 의원실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회의록 원본 자료를 분석한 결과(최초의 제출 회의록은 중요한 대화가 삭제된 자료를 제출) 청와대와 문화부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심사 및 심사위원 선정에 개입하고 있는 것, 블랙리스트가 존재한다는 것이 사실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이유인즉 작년 5월 29일 회의록을 살펴보면 당시 예술위원장을 맡았던 권영빈 씨는 "책임심의위원을 선정해놓고 보니까 여러 가지 문제 중에 지원해 줄 수 없도록 판단되는 리스트가 있는데 거기에 대해서 아무도 책임을 안 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직원들이 굉장히 곤욕을 겪고 있습니다."고 발언했다. 이어 그는 "또 하나는 심의상의 문제, 참 말씀을 드리기가 힘들다. 심의를 우리 마음대로 할 수가 없게 되어 있다. 그런 점에서 자율적인 심의가 원만하지 않다"고 말을 전했다. 도 의원은 해당 발언들이 사실상 '블랙리스트'가 존재한다는 근거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지점까지는 실제로 블랙리스트에 대한 자료를 찾기 힘들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이틀 뒤 한국일보는 '"세월호 선언 등 9,473명, 문화계 블랙리스트 확인"' 보도를 통해 지난해 5월 작성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를 세세하게 공개했다. "청와대가 정치검열을 위한 예술계 블랙리스트를 가지고 있다"는 소문이, 정말로 현실로 보여주게 된 것이다. 이 블랙리스트는 한국일보가 문체부에서 봤다는 블랙리스트 자료 중 휴대폰 사진으로 찍은 한 장의 사진을 참고로 하여 작성한 것이다. 그리고 아직도 실재하는 블랙리스트는 세상에 나오고 있질 못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일보의 기사는 여러모로 세상을 경악하게 했다.
 
그중 나도 한사람이 되었다. 소감이랄 것이 무애 있겠는가? 그럴 것이라는 짐작이 확신이 섰을 뿐이다. 단지 저 리스트를 채집하고 성명서에 붙인 한 사람으로서 미쳐 명단을 올리지 못한 문화예술가분들에게 미안할 따름이다. 앞으로 명단을 작성할 때는 좀 더 세심하게 예술가들이 연명할 수 있도록 하여야겠다는 반성이 앞선다. 특히 명망가와 큰 단체를 선호하는 시국선언의 특성을 좀 개선하고 개인과 작은 단체가 앞서는 시국선언의 분위가 필요하다고 느낀다.
 
현재 시국이나 문화예술계 현 상황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가감 없이 이야기해달라.
예술계의 블랙리스트 파문은 곧 이은 박근혜-최순실 국정 게이트 사건과 맞물려 새로운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현재까지 5차 촛불집회를 기점으로 3주 연속 100만 이상의 인파가 광장으로 몰려든 민주 시민들에 의하여 하야는 점점 정권의 퇴진과 의회는 탄핵소추를 발의하는 진전된 상황으로 나아가고 있다.
 
문화예술계는 지난 11월 4일 우리 모두가 블랙리스트 예술가다 예술행동위원회 시국선언 참가자 7449명, 289개 단체 일동으로 성명을 발표한 뒤 광화문 이순신 장군 앞 광장을 점거 박근혜 퇴진 텐트촌을 중심으로 '박근혜 퇴진과 새로운 시민정부 구성을 위한 예술행동위원회'를 꾸리고 현재까지 창조적인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세간의 관심을 받고 있다. 그들은 박근혜가 퇴진하고 하루 더 텐트촌을 운영할 방침과 끝까지 가보자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지금은 누가 뭐래도 역사의 변혁기이다.
 
지난 11월 21일과 22일 양일간 성남에서 개최된 저항예술 콘퍼런스에서 현기영 작가의 "예술로 남겨지지 않은 역사는 사라진 역사이다"라는 말처럼 예술가들의 창작 활동이 어느 시기보다 비상하며 메시지를 던져야 할 시기임이 분명하다.
 
국민의 대리로 맡겨진 현실 정치인들의 정치 논리나 정치 역학을 그대로 따르는 것보다는 우리가 만들어 놓은 민주주의라는 제도가 저마다의 곳곳에서 시민의 거대한 목소리와 요구로 제대로 가동은 하고 있는지, 한낱 정권의 이데올로기를 극복할 수 있는지를 확인해 보며 다듬어 고쳐 나가야 할 때이다. 시민정부에 시민이란 주체와 시민의 목소리와 요구사항을 담을 제도, 시스템이 빠짐없길 예술가의 촉수가 먼저 살아 같이 힘써야 할 때이다. 퇴진과 탄핵은 시간문제이지만 이 이후 민주주의의 내용을 시민들이 전취하는 것은 또 다른 공화국이 가지는 주권자의 문제이다.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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