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극 '동이' 출연진과 임덕영 연출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문화뉴스] 9일부터 28일까지 대학로 동숭무대 소극장에서 공연되는 연극 '동이'가 8일 프레스콜을 진행했다.
 
고약한 신의 부름은 누구보다 평범하게 살고 싶었던 '동이'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는다. 대물림 되는 무당의 팔자를 거부한 동이의 엄마 '미란'은 신병으로 제정신이 아니다. 그 탓에 동이의 가족은 점점 웃음을 잃어가고 동이의 아버지 '철구'가 목숨을 잃는다.
 
단 한 번 사랑했던 여인 '선영'의 죽음까지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동이는 결국 신의 부름에 답하기로 결심하고, 내림굿을 받기로 한다. 박수무당 박선생 중심으로 거나한 굿판이 벌어지고, 누구보다 무거운 삶을 살았던 동이는 서슬 퍼런 작두날 위에 발을 올린다. 
 
연극 '동이'는 무당 임덕영의 자전적 이야기를 본인이 직접 쓰고 연출한 작품이다. 임덕영 연출가는 "주인공 '동이'의 마음을 누구보다도 내가 잘 안다. 나도 거부하고 싶었고, 아팠고, 화가 났다. 신의 길을 가는 사람들에 대한 편견과 손가락질들을 보며 무속이라 일컬어지는 우리 토속신앙이 이상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주고 싶다"고 전했다.
 
내림굿을 받게 될 '동이'의 이야기와 함께 일반 사람들과 다르지 않은 소소한 무당의 모습으로 무당에 대한 세상의 편견과 오해를 무너뜨린 하이라이트 시연 이후 임덕영 연출과 함께 동이 역 황원규, 박선생 역 성낙경, 명옥 역 김자미, 꽃분 역 김윤미 등이 참여한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 황원규 배우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무당 연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어떤 부분에 가장 노력을 기울였는가.
ㄴ 황원규 : 직접 연출님을 찾아가서 많이 보기도 했다. 솔직한 마음으로 사실 처음에는 무서웠다. 마음을 먼저 열어야 하는데 저한테도 생소한 것들이었다. 처음에는 뛰는 모습 같은 것을 겉으로 따라 하기 전에 마음을 먼저 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런 것들을 자주 접하면서 천천히 마음을 여는 것에 신경을 썼다.
 
ㄴ 임덕영 : 제가 강조한 건 자신의 인생이 뒤바뀐다면, 그게 돌아올 수 없는 숙명이 된다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화두를 던져줬고 본인 스스로 그런 것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 상황에 몰리고 자신도 더 이상 어떻게 하지 못할 것이라는 다짐을 한 순간이 이 친구의 가슴이 열린 순간이라고 생각한다.
 
무대도 직접 구상했는지 궁금하다.
ㄴ 임덕영 : 굿판의 풍경에 가장 신경을 썼다. 그런 부분에 신경을 쓰다 보니 조그만 소극장에서 공간 구분력은 이 정도가 딱 좋았던 것 같다. 
 
최근 무당과 관련된 샤머니즘 이슈가 있었다. 이 작품을 통해서 샤머니즘이 일반 대중들에게 어떤 식으로 보여지길 바라는가.
ㄴ 임덕영 : 이런 소재를 가지고 나서는 게 굉장히 불안한 시기였다. 솔직한 이야기로 홍보라는 것은 매스컴이 가장 크다. 그런 일이 없었다면 이슈가 될 만한 것들을 준비해서 홍보할 수도 있었는데 그 사건으로 인해 막히기도 했다. 굳이 위험한 시기에 공연을 하는 이유는 이럴 때 어떤 누구 하나는 내 소리를 내야 그런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오히려 불안정한 시기를 잡았다. 어느 정도 인식이 있고 정치를 아시는 분이라면 최순실과 관련한 나라 상태가 샤머니즘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는 것을 아실 거라고 믿는다.
 
   
▲ 임덕영 연출이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초기 포스터에는 '엑소시스트'라는 말이 없었다. 엑소시스트가 서양적인 퇴마 관점에서 나오는 건데 포스터에 나온 '엑소시스트'는 어떤 의미인지 궁금하다. 

ㄴ 임덕영 : 제가 운이 좋았던 건지 신을 받고부터 매스컴의 집중을 많이 받았고 그러다 보니 많은 연락이 왔다. 그중에서도 기획에 많은 참여를 한 '엑소시스트'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앵콜까지 거의 3년간 방영이 됐는데 그것 때문에 우리나라의 퇴마같은 것들이 일반화되고 알아봐 주시는 분들이 많아졌다. 그때 기억해주신 많은 분들에게 이런 사람이 썼다는 걸 알리기 위해 포스터로 강조를 했다. 
 
신을 받기 전과 후의 인생의 변화, 그리고 그걸 통해서 어떻게 세상과 소통하는지 말하고 싶은 부분이 있었는가?
ㄴ 임덕영 : 내림굿을 받는 엔딩 장면에서 작두를 타는 것으로 끝이 난다. 내림굿을 받을 때까지 돈의 고통, 막바지 몰림과 신의 길로 접했을 때 터뜨리는 카타르시스 같은 부분의 소통까지 담았다. 그 이후는 무당을 다르게 볼 필요 없이 돈 때문에 고민도 하고 평범한 사람들과 섞여 산다는 것이다. 이 세계는 사람들과 줄을 안 그었는데 사람들은 왜 줄을 긋는지를 조각조각 보여주고 거대한 해설이나 메시지는 그냥 깔려있다.
 
신내림을 받고 신과의 합의에 관한 게 있다. 신과의 합의는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ㄴ 임덕영 : '합의' 자체를 설명한다면 신과 인간에 대해서는 끝까지 합의라는 건 없다. 신과의 교류는 영적인 통신이라고 생각한다. 꼭 무당만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도 영적인 능력이 있는 사람이 있다. 저희 같은 경우에는 아예 안테나를 올려놓고 내내 통신을 받을 수 있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 성낙경 배우가 '박선생'을 연기한다.
 
‘동이’를 준비하면서 자신의 마음가짐에 대해 한마디씩 부탁한다.
ㄴ 성낙경 : 연습 기간이 굉장히 짧아서 걱정을 많이 했다. 제가 무당 역할을 맡아 본 적이 거의 없는데 작품 섭외를 받고 나서 일단은 연출님을 믿고 왔다. 실제 연출님께서 무당이시기 때문에 많은 이야기를 들었고 연출님을 최대한 많이 관찰했다. 제가 무당이 아닌 이상 완벽한 연기는 없는 것 같다. 지금도 과정인 것 같고 고민이 많다. 
 
그리고 이 작품이 저에게 준 것은 '사람'인 것 같다. 직업이 다르고 생각이 다를 뿐 다 같이 살아가는 사람들이라고 본다. 제가 맡은 역할도 같이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으로 보여졌으면 해서 인간적인 부분들을 더 드러내고 싶었다. 무당이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 모든 인물들이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공감해준다면 그것만으로도 만족할 것 같다. 
 
   
▲ 김자미 배우가 출연 소감을 전하고 있다.
 
ㄴ 김자미 : 처음에 이 작품의 섭외가 들어왔을 때 너무 기뻤다. 이런 역할이 처음이다 보니 하다가 혹시나 하다가 신내림 받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었다. 그런데 그렇게 쉽게 오는 건 아니라고 하더라. 너무 세거나 아니면 약한 분들이 관객으로 오셨을 때 자신이 신내림 받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갖고 오시는 분들도 계실 것 같다. 그런 생각 안 하고 편안하게 오시면 될 것 같고 많이들 오셔서 즐겨주셨으면 좋겠다.
 
ㄴ 김윤미 : 저는 이 작품을 영화 시나리오로 만나서 연극까지 오게 됐다. 저는 참고로 크리스천이다. 크리스천이 무당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작품을 할 때 마음가짐이 달랐다. 저는 배우고 무당 역할도 하나의 사람 사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주위에 있는 크리스천 배우들이나 목사님들은 그걸 특별하게 생각하셨다. 작품을 보는 관객분들도 그런 생각을 가지고 오는 분들이 있을 것 같다. 이 공연을 보고 그런 선입견들이 많이 사라졌으면 좋겠다.
 
[글] 문화뉴스 김수미 인턴기자 monkey@mhns.co.kr 
[사진]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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