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관의 주거지 출입이 적법한 공무집행 아니라면 폭행했어도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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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HN 문화뉴스 황보라 기자] 경찰서에 근무하는 나치안 경위는 "아버지와 아들이 싸우는 소리가 들린다"는 신고를 받고 동료 경찰관들과 함께 인근 아파트에 출동했다. 그러나 신고 내용과 달리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아무런 인기척도 나지 않았다.

이에 나치안 경위는 확인차 신고자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으나, 신고자는 "통화 도중에도 싸우는 소리와 개 짖는 소리가 들린다"고 말해오는 것이었다. 의아함을 느낀 나치안 경위가 신고자의 위치를 묻는 질문에는 "내가 왜 이야기를 해야 되느냐"는 식으로 따져 대화를 좀처럼 이어나갈 수 없었다.

결국 전화를 끊은 나치안 경위는 우연히 현관문이 열려있는 것을 확인하고 집 안으로 출입해 집주인 김민중 씨를 맞닥뜨렸다.

나치안 경위와 동료 경찰관들은 김민중 씨에게 "신고를 받고 출동했는데, 집 안에 문제가 없느냐"고 사건 경위를 추궁했으나, 김민중 씨는 외부인이 허락 없이 침입했다는 사실에 놀라 "너것들이 뭐냐"라고 소리를 지르며 나치안 경위에게 빈 유리병을 던지고 주먹으로 안면부를 구타했다.

그러자 김민중 씨는 경찰관들의 112 신고 사건 처리에 관한 집무집행을 방해했다는 내용으로 기소되고 마는데… 재판정에서 그는 정당방위였을 뿐이라고 항변한다. 법원은 과연 이 사안을 어떻게 판단했을까?

법원은 경찰관들이 김민중 씨의 주거지에 임의로 출입한 것은 적법한 공무집행행위로 볼 수 없으므로, 김민중 씨가 이에 대항하여 경찰관들을 폭행하였더라도 공무집행방해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대구지법 2019. 3. 26. 선고 2018노4026 판결).

형법 제136조가 규정하는 공무집행방해죄는 공무원의 직무집행이 적법한 경우에 한하여 성립하는 것이고, 여기서 적법한 공무집행이라고 함은 그 행위가 공무원의 추상적 권한에 속할 뿐만 아니라 구체적 직무집행에 관한 법률상 요건과 방식을 갖춘 것을 말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적법성이 결여된 직무행위를 하는 공무원에게 대항해 폭행이나 협박을 가하였더라도 이를 공무집행방해죄로 다스릴 수는 없다(대법원 2009. 2. 12. 선고 2008도9926 판결 등 참조).

나아가 추상적인 권한에 속하는 공무원의 어떠한 공무집행이 적법한지 여부는 행위 당시의 구체적 상황에 기하여 객관적·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하고 사후적으로 순수한 객관적 기준에서 판단할 것은 아니다(대법원 2013. 8. 23. 선고 2011도4763 판결 등 참조).

한편 수사에 관한 강제처분은 형사소송법에 특별한 규정이 없으면 하지 못하고(형사소송법 제199조 제1항 단서), 사법경찰관이 범죄수사에 필요한 때에는 검사에게 신청하여 검사의 청구로 지방법원 판사가 발부한 영장에 의하여 압수·수색 또는 검증을 할 수 있다(형사소송법 제215조 제2항).

다만 범행 중 또는 범행 직후의 범죄장소에서 긴급을 요하여 법원 판사의 영장을 받을 수 없는 때에는 영장 없이 압수, 수색 또는 검증을 할 수 있으나, 이 경우에는 사후에 지체 없이 영장을 받아야 한다(형사소송법 제216조 제3항).

또한 경찰관 직무집행법 제7조에 의하면, 경찰관은 위험한 사태가 발생하여 인명·신체 또는 재산에 대한 위해가 임박한 때에 그 위해를 방지하거나 피해자를 구조하기 위하여 부득이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합리적으로 판단하여 필요한 한도 내에서 다른 사람의 토지·건물에 출입할 수 있도록 되어 있고, 경찰방문및방범진단규칙 제5조에 의하면, 경찰 방문은 방문 요청이 있거나 경찰서장 또는 지구대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 상대방의 동의를 얻어 실시할 수 있다.

재판부는 위 사례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봤을 때, 경찰관들은 당시 김민중 씨에 대한 영장을 소지하거나 제시한 적이 없고, 당시 김민중 씨의 주거지를 범행 직후의 장소로 볼 만한 사정도 없을 뿐더러 압수·수색·검증에 대한 사후 영장이 발부되지도 않았다는 점.

더욱이 경찰관들이 김민중 씨의 주거지 앞에 도착했을 때 신고 내용과 다르게 아무런 인기척이 들리지 않았으며, 신고자가 경찰관의 신원 파악 요청에 불응하는 등 신고의 진정성 자체가 의문이 드는 상황이었고, 그 외에 김민중 씨의 주거지 출입 동의가 있었다고 볼 수도 없다는 이유로 김민중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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