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금의 잔금 또는 전부를 지급하지 않았다면 주계약 임의해제할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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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HN 문화뉴스 황보라 기자] 일평생 내집마련의 꿈에만 전념해온 나개미 씨는 마침내 마음에 드는 아파트를 구매할 수 있는 자금을 마련하는데 성공했다. 그는 전부터 점 찍어 뒀던 아파트 매물 주인 김갈대 씨에게 연락해 계약을 체결하고, 다음날 계약금을 송금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다음날 나개미 씨는 김갈대 씨에게 청천벽력같은 통보를 받게 된다. 나개미 씨보다 더 높은 가격에 아파트를 사겠다는 사람들이 줄을 서 매매계약을 없던 일로 하자는 것. 나개미 씨는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제할 수 없다고 하소연했으나, 김갈대 씨는 아직 계약금을 안 받았기 때문에 아무 문제될 것 없다고 주장했다. 정말 계약금을 주기 전이라면 집주인 마음대로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 것일까?

대법원은 계약금 지급약정만 한 단계에서는 계약해제권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대법원 2008. 3. 13. 선고 2007다73611).

계약이 일단 성립한 후에는 당사자의 일방이 마음대로 해제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고, 단지 계약금을 지급하기로 약정만 한 단계에서는 민법 제565조 제1항에 의해 계약해제를 할 수 있는 권리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민법 제565조 제1항은 "매매의 당사자 일방이 계약당시에 금전 기타 물건을 계약금, 보증금등의 명목으로 상대방에게 교부한 때에는 당사자간에 다른 약정이 없는 한 당사자의 일방이 이행에 착수할 때까지 교부자는 이를 포기하고 수령자는 그 배액을 상환하여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계약금계약은 금전 기타 유가물의 교부를 요건으로 갖췄을 때 성립하여 주계약을 임의해제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계약금의 잔금 또는 전부를 지급하지 않은 이상 계약금계약은 성립되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김갈대 씨는 나개미 씨의 채무불이행이 없는 한 임의로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없고, 오히려 나개미 씨가 김갈대 씨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계약을 해제하고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민법 제390조, 제544조 참조).

교부자가 계약금의 일부를 지급했을 때, 수령자가 지급받은 금원의 배액을 상환하고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을지 여부를 다툰 사안도 있다(대법원 2015. 4. 23. 선고 2014다231378).

마찬가지로 교부자가 계약금의 잔금 또는 전부를 지급하지 아니하는 한 계약금계약은 성립하지 아니하므로 수령자가 임의로 주계약을 해제할 수는 없다.

설령 수령자가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대법원은 그 해약금의 기준이 되는 금원이 ‘실제 교부받은 계약금’이 아니라 ‘약정 계약금’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수령자는 계약금 일부로서 지급받은 금원의 배액을 상환하는 것으로는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없다. 예컨대, 약정된 계약금 1억1천만원 중 1천만원만을 교부받았을 때, 그 배액인 2천만원을 상환하는 것만으로는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없는 것이다.

나아가 대법원은 계약당사자가 손해배상액을 계약금 상당액으로 예정한 경우에 계약금계약이 불성립했다고 해서 당연히 손해배상액의 예정까지 불성립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시했다. 매매계약 당시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액을 계약금 1억1천만원으로 정했다면, 계약금계약 성립여부와 관계없이 1억1천만원을 기준으로 손해배상액을 책정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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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법률] 계약금 지급 전이면 마음대로 계약해제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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