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의이혼을 전제로 한 재산분할 약정이므로 재판상 이혼시 재산분할 협의의 효력 부인
협의 또는 심판에 따라 구체화되지 않은 재산분할청구권을 혼인이 해소되기 전에 미리 포기하는 것은 허용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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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HN 문화뉴스 황보라 기자] 협의이혼을 전제로 아내에게 집 소유권을 넘긴다는 각서를 쓰고 실제로 소유권이전등기까지 해준 남편이 19년만에 재산분할을 청구한 사례가 있다.

남편 김봉창 씨와 부인 나일인 씨는 슬하에 7명의 자녀를 두고 있는 부부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며 이들 부부 사이에는 남편의 외도와 부인의 채무 등으로 갈등이 발생했고, 결국 김봉창 씨는 가정에 돌아와달라는 자녀들의 요청을 거부하고 나일인 씨와 함께 살기 싫다며 딸에게 각서를 작성하도록 시킨 다음 이에 서명하였다. 나일인 씨는 결혼하지 않은 자녀들의 장래를 걱정하여 법적으로 이혼만 하지 않는다면 김봉창 씨가 원하는 대로 하겠다면서 각서에 서명하였다.

각서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1. 집 재산권은 엄마에게 이전함.

2. 은행 및 자녀들의 담보 해지건은 아빠가 해결. 해지비용은 엄마가 부담하기로 함.

3. 집 관계 비용 3천 삼백만 원은 집 판매와 동시에 아빠에게 줄 것.

4. 생활비 및 집에 대한 모든 비용은 엄마가 부담함.

5. 할머니 병원비·약값 등은 일체 아빠 부담키로 함.

6. 자녀 교육비 일체는 엄마가 부담키로 함.

7. 집이 판매됐을 때는 반드시 아빠에게 판매된 경위를 보고할 것.

그리고 다음해 김봉창 씨는 나일인 씨에게 집 소유권을 이전하는 등기를 마쳤다. 한편 김봉창 씨는 각서를 작성하기 이전부터 다른 여성과 동거하고 있었는데, 재판 당시에도 해당 여성과 동거하고 있었다. 김봉창 씨와 나일인 씨는 김봉창 씨 어머니의 병간호와 장례 등이 끝난 이후로는 별다른 교류 없이 쭉 각자 생활해왔다.

그러다 김봉창 씨는 별거한지 약 18년만에 각서 내용과 다르게 이혼과 재산분할을 청구한 것이었다. 과연 어떤 판결이 내려졌을까?

우선 재판부는 혼인관계는 각서를 작성할 무렵에 이미 파탄상태에 있었으며, 혼인관계가 회복될 여지도 없다고 인정돼 혼인관계를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어 재판상 이혼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민법 제840조 제6호).

쟁점인 재산분할 청구에 관해서는 김봉창 씨가 이혼을 청구하면서 나일인 씨에게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보았다.

재판부는 문제된 각서는 협의이혼을 전제로 한 재산분할 약정으로 볼 수 있는데, 협의이혼이 이루어지지 않았으므로 재산분할 협의의 효력이 발생하지 않고, 각서 기재 내용을 고려했을 때 재산분할에 대하여 확정적으로 구체적인 협의가 이루어졌다고 보기 어려운 점에 비추어, 각서를 작성함으로써 재산분할에 대한 구체적인 권리·의무가 발생하였다고 할 수 없다는 이유로 이와 같이 판시했다(부산가법 2018. 11. 7. 선고 2018드단204974 판결).

대법원 판례에서 확립된 법리에 따르면, 협의상 이혼을 전제로 재산분할의 약정을 하였으나 어떠한 원인으로든지 협의상 이혼이 이루어지지 아니하고 혼인관계가 존속하거나 당사자 일방이 제기한 이혼청구의 소에 의하여 재판상 이혼이 이루어지는 경우에는, 그 재산분할의 협의는 조건의 불성취로 인하여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대법원 2003. 8. 19. 선고 2001다14061 판결 등 참조).

또한 이혼으로 인한 재산분할청구권은 이혼이 성립한 때에 법적 효과로서 비로소 발생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협의 또는 심판에 따라 구체화되지 않은 재산분할청구권을 혼인이 해소되기 전에 미리 포기하는 것은 성질상 허용되지 아니한다(대법원 2016. 1. 25.자 2015스451 결정 등 참조).

아울러 재판부는 각서에 “3. 집 관계 비용 3천 삼백만 원은 집 판매와 동시에 아빠에게 줄 것. 7. 집이 판매됐을 때는 반드시 아빠에게 판매된 경위를 보고할 것”으로 기재되어 있는데, 부동산의 매도 시기나 매도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의 정산 방법에 대해서는 아무런 합의가 없는 점, 김봉창 씨가 부동산의 매도에 관여할 수 있도록 한 점을 고려하면 재산분할에 대하여 확정적으로 구체적인 협의가 이루어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만 김봉창 씨와 나일인 씨에 대한 재산분할 비율은 각각 10%와 90%로 산정했다. 재판부는 이와 같은 판단을 내린 근거로, 각서가 부부공동재산을 청산하는 취지에서 작성되었다고 보이는 점, 김봉창 씨는 각서 작성 당시 3,300만 원만 수령하고 부동산의 소유권을 나일인 씨에게 이전함으로써 혼인관계를 정리하려 하였으며 각서에 따라 나일인 씨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준 점, 각서 작성 당시 부동산의 가액은 1억 2,000만 원 정도였으며 나일인 씨가 노력하여 그 소유권을 계속 보유하였기 때문에 현재 7억 5,000만 원으로 시세가 상승한 이익을 누릴 수 있는 점, 김봉창 씨는 각서 작성 당시 공장을 운영하였으므로 각서에 기재된 부동산 이외에도 소유하고 있는 재산이 더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김봉창 씨와 나일인 씨가 각서 작성 이후 경제적으로 완전히 독립하여 생활한 점, 그 밖에 분할대상 적극재산의 취득 경위와 이용 현황, 그 형성 및 유지에 대한 김봉창 씨의 나일인 씨의 기여 정도, 소득재산의 발생 경위, 김봉창 씨와 나일인 씨의 나이, 직업, 혼인생활의 과정과 기간 등 여러 사정을 참작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나일인 씨는 김봉창 씨에게 재산분할금 7,50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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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법률] 집 소유권 넘긴다는 각서 쓰고 떠난 남편의 재산분할 청구

협의이혼을 전제로 한 재산분할 약정이므로 재판상 이혼시 재산분할 협의의 효력 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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