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차 외 건물 부분의 손해는 임대인이 임차인의 관리의무 위반을 증명해야 배상 청구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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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HN 문화뉴스 황보라 기자] 명예퇴직 후 새로운 출발을 꿈꾸는 나상인 씨는 김재산 씨의 2층 건물에서 1층을 임대해 작은 가게를 운영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날 나상인 씨의 가게 출입구 쪽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나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건물 전체가 다 타버리는 화재사고가 발생하고 말았다.

이에 김재산 씨는 나상인 씨에게 전소된 건물 전체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과연 나상인 씨는 김재산 씨에게 1층 외의 부분에도 손해배상책임을 져야할까?

김재산 씨는 나상인 씨의 보존·관리의무 위반을 주장·증명하지 못하는 이상 임차 외 건물 부분에 대해서까지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 없다(대법원 2017. 5. 18. 선고 2012다86895, 86901 전원합의체 판결).

「민법」에 따르면, 임차인은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를 다하여 임대차 목적물을 보존하고, 임대차 종료 시에 임대차 목적물을 원상에 회복하여 반환할 의무를 부담한다(민법 제374조, 제654조, 제615조). 그리고 채무자가 채무의 내용에 좇은 이행을 하지 아니한 때에는 채권자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고, 다만 채무자의 고의나 과실 없이 이행할 수 없게 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민법 제390조).

따라서 임대차 목적물이 화재 등으로 인하여 소멸됨으로써 임차인의 목적물 반환의무가 이행불능이 된 경우에, 임차인은 그 이행불능이 자기가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인한 것이라는 증명을 다하지 못하면 그 목적물 반환의무의 이행불능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지며, 그 화재 등의 구체적인 발생 원인이 밝혀지지 아니한 때에도 마찬가지이다(대법원 1994. 10. 14. 선고 94다38182 판결, 대법원 1999. 9. 21. 선고 99다36273 판결 등 참조).

또한 이러한 법리는 임대차 종료 당시 임대차 목적물 반환의무가 이행불능 상태는 아니지만 반환된 임차 건물이 화재로 인하여 훼손되었음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구하는 경우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대법원 2010. 4. 29. 선고 2009다96984 판결 등 참조).

한편 임대차계약 존속 중에 발생한 화재가 임대인이 지배·관리하는 영역에 존재하는 하자로 인하여 발생한 것으로 추단된다면, 임차인이 그 하자를 미리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임대인은 그 화재로 인한 목적물 반환의무의 이행불능 등에 관한 손해배상책임을 임차인에게 물을 수 없다(대법원 2000. 7. 4. 선고 99다64384 판결, 대법원 2006. 2. 10. 선고 2005다65623 판결, 대법원 2009. 5. 28. 선고 2009다13170 판결 등 참조).

이 사안과 같이 임차인이 임대인 소유 건물의 일부를 임차하여 사용·수익하던 중 임차 건물 부분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임차 건물 부분이 아닌 건물 부분(이하 ‘임차 외 건물 부분’이라 한다)까지 불에 타 그로 인해 임대인에게 재산상 손해가 발생한 경우 ①임차인이 보존·관리의무를 위반하여 화재가 발생한 원인을 제공하는 등 화재 발생과 관련된 임차인의 계약상 의무 위반이 있었음이 증명되고, ②그러한 의무 위반과 임차 외 건물 부분의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으며, 임차 외 건물 부분의 손해가 그러한 의무 위반에 따른 통상의 손해에 해당하거나, 임차인이 그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특별한 사정으로 인한 손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면, 임차인은 임차 외 건물 부분의 손해에 대해서도 민법 제390조, 제393조에 따라 임대인에게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게 된다.

설령 손해가 발생한 임차 외 건물 부분이 '구조상 불가분의 일체'를 이루는 관계에 있다고 하더라도, 임차인이 보존·관리의무를 위반하여 화재가 발생한 원인을 제공하는 등 화재 발생과 관련된 임차인의 계약상 의무 위반이 있었고, 그러한 의무 위반과 임차 외 건물 부분의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으며, 임차 외 건물 부분의 손해가 그 의무 위반에 따라 민법 제393조에 의하여 배상하여야 할 손해의 범위 내에 있다는 점을 임대인이 주장·증명해야 임차인을 상대로 채무불이행을 원인으로 하는 배상을 구할 수 있다.

따라서 대법원은 화재가 발생한 지점인 건물의 ‘1층 출입구 부분’은 나상인 씨가 임대차계약에 따라 실질적으로 사용·수익해 오던 임차한 부분으로 비록 그 발화원인이 밝혀지지 아니하였으나 나상인 씨가 임대차 목적물의 보존에 관하여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다하였음이 증명되지 않았기 때문에 나상인 씨는 임대차 목적물 반환의무의 이행불능으로 인하여 김재산 씨가 입게 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다만 임차 외 건물 부분의 손해는 화재가 구체적으로 어떠한 원인에 의하여 발생했는지 밝혀지지 않았고, 나상인 씨가 보존·관리의무를 위반하여 화재가 발생한 원인을 제공하는 등 화재 발생과 관련된 계약상 의무 위반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나상인 씨에게 채무불이행에 따른 배상책임이 없다고 판시했다.

임대인이 임차인을 대상으로 화재로 인한 건물 훼손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 손해가 임대차 목적물에 발생했는지 여부에 따라 임차인의 주의의무 위반 입증책임의 주체가 달라진다는 사실을 구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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