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제 유도로 중간 이탈 어렵게하는 '콤플리트 가챠'
넥슨-엔씨 등 게임사 비판 대상...관련 법 개정 절차 밟아

사진=픽사베이

[MHN 김종민 기자] 패가망신의 지름길로 불리는 것은 보통 '술, 이성, 도박'으로 꼽힌다. 모바일-온라인 게임에서 확률형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이 중 도박에 가까운 '가챠' 논란이 점화됐다.

'가챠(Gacha)'란 현금 결제로 게임 아이템을 '확률적'으로 제공하며, 원하는 아이템이 나오기까지는 계속 결제를 해야만 하는 시스템을 일컫는 일본 유래의 신조어다. 최근 엔씨소프트 '리니지2M'이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를 어기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넥슨-넷마블 등 게임사들의 과도한 확률형 아이템 사용이 이용자들의 불만 대상이 되고 있다.

넥슨의 대표 게임 '카트라이더'의 경우 '빙고' 형태의 확률형 아이템이 화두에 올랐다. 모바일 게임 '카트라이더 러시 플러스'에서 고급 차량을 얻기 위해서는 5x5 형태의 25칸 빙고를 완성해야 하는데, 빙고를 채우는 용도의 카드는 '현금 결제'를 통해 얻을 수 있다. 

문제는 나왔던 숫자가 또 나올 확률이 크기 때문에, 25칸 빙고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최대 200~300번의 빙고 카드를 사용해야하며 이 때문에 차량 1대를 얻기 위해 수 만원에서 많게는 10만원 이상이 요구된다.

사진=넥슨 포럼

이러한 형태의 결제는 '컴플리트 가챠'다. 컴플리트 가챠는 전체를 완성하기 전까지는 보상이 제공되지 않거나, 완성 시 얻는 아이템에 비해 적은 보상이 제공된다. 이용자가 고급 아이템을 얻기 위해 '완성'하려면 확률형 아이템을 계속 결제해야 한다. 컴플리트 가챠의 대표적인 예시로는 '빙고'와, 캐릭터 카드를 모아 도감을 완성하는 '도감형' 등이 있다.

컴플리트 가챠의 위험성은 중간에 그만두면 매몰 비용이 발생해, '아까워서라도 계속 한다'는 심리를 부추긴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사용자가 25개의 빙고 중 24개를 완성한 상황에서, 나머지 하나의 칸을 채워 '컴플리트(완성)'할 때까지 결제를 계속하게 된다. 

전문가들은 한 번 비용을 투입했는데 매몰 비용을 아까워하는 심리를 '자이가르닉 효과'라고 하며, 이러한 형태의 컴플리트 가챠는 특히 빠져나가기가 어렵다고 비판했다.

컴플리트 가챠는 이러한 사행성을 이유로 일본에서는 2012년부터 업계 자율규제로 금지했고, 지난해부터는 소비자청 고시로 금지하고 있다.

다만 한국에서는 게임물관리위원회 등의 기관이 사행성 여부에 대해 제대로 심의를 진행하지 않아, 주요 '모두의 마블', '리니지2M' 등 인기 모바일 게임에서도 '컴플리트 가챠'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컴플리트 가챠의 '칸'을 채우기 위한 구체적인 확률이 제시되지 않는다는 점 또한 문제다. 빙고의 '칸'을 채우기 위한 확률이 칸마다 다르다거나, 빙고가 어느 정도 완성됐을 때는 남은 조각을 얻을 확률이 더 낮아진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사진=엔씨 제공

엔씨의 '리니지2M'에서는 최상급 무기를 만들기 위해 '고대의 역사서'를 1장부터 10장까지 모아야 하는데, 각각의 확률은 공개되지 않았다. 사용자들의 실험 결과 역사서 8~10장이 가장 뽑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미 1~8장이 있을 때 10장이 나올 확률과 1~7장만 있을 때 나올 확률이 체감상 다르다며, 애초에 게임사에서 확률을 다르게 설정한 것이 아닌지 사용자들의 의심을 사고 있다.

출시 초반 10장이 가장 뽑기 어렵다고 알려지자 한 이용자는 1∼7장 다음으로 9∼10장을 뽑고 마지막으로 8장을 뽑으려 시도했다 그런데 알려진 바와 달리 8장을 뽑는데는 더 많은 시도가 필요했으며, 20여번 만에 뽑을 수 있었다. 이러한 시도 한 번에 440만원가량이 소모됐다.

이에 이용자들은 "아직 나오지 않은 남은 '퍼즐'의 출현 확률이 더 낮아지도록 조작된 알고리즘을 적용하고 있다"는 등의 의견을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게시해왔다.

한편, 게임사들은 이런 컴플리트 가챠를 기간 한정 이벤트로 내서 빨리 구매하지 않으면 특별 아이템을 놓칠 것이라며 구매자들을 유도하기도 했다.

확률형 럭키박스 판매, 사진=카카오게임즈 외모지상주의 캡처

정부도 넥슨의 컴플리트 가챠에 대해 불공정 거래 판단을 내린 바 있었다. 지난 2018년 공정거래위원회는 9억3천900만원의 과징금과 함께 넥슨 '서든어택'의 컴플리트 가챠에 시정 명령을 내렸다.

"넥슨은 연예인 캐릭터 16개를 모아 퍼즐은 완성하면 아이템을 지급하겠다고 했으나, 조사 결과 각 퍼즐 조각을 얻을 확률이 달랐을 뿐더러 이를 판매자에게 제대로 공시하지 않았다"고 공정위 측은 언급했다. 다만, 법원이 과징금을 다시 산정하도록 해 최종 부과된 과징금은 지난해 4천500만원으로 확정됐다.

같은 해에 넷마블의 '모두의 마블'도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 대상이 됐다. 이벤트 기간에만 얻을 수 있는 캐릭터라고 하며 실제로는 여러 차례 판매하고, 출현률이 0.005%에 이르는 아이템을 '획득 확률 1% 미만'이라고 표기하는 등 이용자에게 확률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은 점이 그 근거였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이같은 사태를 방지하고자 게임산업진흥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으며,  최근 국회의원 발의 형태로 게임법 전부 개정 작업에 착수했다.

과도한 확률형 아이템 문제에 소비자들도 인터넷 게시판 등을 통해 분노를 표하며, 일부 이용자들은 직접 게임사에게 의견을 전달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넥슨 '마비노기' 이용자들은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정보 제공 및 운영 개선을 요구하며 넥슨 본사 앞에서 트럭 시위를 벌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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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챠 게임' 뭐길래? 온라인 아이템 획득 확률 조작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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