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겨울, 인천공항서 블라디보스톡행

사진=문화뉴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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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뉴스 노푸른 기자] 시베리아 횡단열차 여행이 3, 4년 전 유튜브에서 인기였는데 지금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EU의 제재가 가해지면서 공식 사이트조차 열 수 없다. 전쟁이 끝나고 제재가 풀린다면 가장 먼저 가고픈 곳이 바로 시베리아 횡단열차다.

2019년 12월 겨울, 인천공항에서 블라디보스톡행 비행기에 올랐다. 2시간 후 내린 공항에서 휴대폰 유심칩을 사고 공항에 연결돼 있는 기차역으로 갔다. 기차를 타고 블라디보스톡 역에 내려 시내를 구경하다 오전 12시 30분 출발 열차에 올랐다. 3등석, 한화로 약 18만원, 5박 6일 후 모스크바에 도착한다.

시베리아는 많이 춥다. 기내는 따뜻하지만 바깥은 낮에는 영하 10도, 밤에는 영하 30도 아래로 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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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에는 작은 매트리스가 있고 기차에 오를 때 이불과 베개를 준다. 2층 침대고 구역 당 아래층 2명, 윗층 2명 총 4명이다. 구역 당 테이블이 하나 있고 복도 옆에도 2층 침대가 하나 있다. 낮에는 테이블 앞에 옹기종기 모여있고 밥을 같이 먹다보면 언어가 달라도 자연스럽게 친구가 된다. 

기차 안에 편의시설은 거의 없고 칸마다 하나씩 있는 작은 화장실(샤워기 없음, 세면대 매우 작음)은 30명이 공유한다. 덕분에 냄새가 심하게 나고 세면대 물도 조금씩 나온다. 샤워를 하고자 하면 기차가 하루에 한 번 한시간 멈출 때 내려서 어디에선가 씻고 와야 한다.

기내에서는 휴대폰 인터넷을 쓸 수 없다. 역에 정차할 때는 되지만 기차가 달리는 중에는 먹통이다. 기차는 한두 시간마다 정차하고 새로운 사람이 타고 내린다. 역마다 음식을 파는 노상이 작게 있고 값도 싸다. 기내에는 식당이나 편의점이 없기 때문에 역에 정차할 때를 잘 이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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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기차에 뜨거운 물이 나오는 포트는 있기 때문에 컵라면 등 인스턴트 음식만 있으면 된다. 러시아 사람들은 감자퓨레 인스턴트를 자주 먹는 듯했다. 사람들과 친해지면 다양한 놀이를 하면서 시간을 보내게 된다. 

창 밖으로는 '겨울왕국' 영화 속 얼음도시 같은 풍경이 끊임없이 펼쳐진다. 겨울 동안에는 바이칼호가 얼어붙지만 봄여름에는 녹아 거대한 자연의 모습을 드러내기 때문에 현지인들은 봄여름에 이 풍경을 기다린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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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박 6일을 달려 러시아 대륙을 횡단하면 모스크바에 도착한다. 날씨가 흐리고 춥지만 드디어 씻을 수 있다는 생각에 기뻤다. 기차 안에선 가족이었지만 이제 각자 갈 길을 가야 하기 때문에 마음이 좋지 않았다. 역은 재회하는 사람, 헤어지는 사람들로 북적였고 도시 속으로 바삐 발걸음을 재촉했다. 러시아에서 시작해 유럽을 일주한 동행이 그랬다, 횡단열차가 가장 재밌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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