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하이밍 재한 中 대사, 이재명 대표 만찬 초청해 회담
대화에 우리나라 향해 노골적인 조롱·비난 담겨
한중관계 악화, 대중무역 적자 등 "모두 한국 탓" 가스라이팅
싱 대사, 한국 정부 정책 두고 "중국몽 위대한 꿈 모르는 탁상공론" 비판

사진 = 싱 대사의 만찬에 초대받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 연합뉴스
사진 = 싱 대사의 만찬에 초대받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 연합뉴스

[문화뉴스 우현빈 기자] 외교부가 중국 대사를 초치해 항의하는 일이 또 벌어졌다.

외교부는 장호진 외교부 1차관이 9일 오전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를 종로구 외교부 청사로 불러, 외교 관례에 어긋나는 비상식적·도발적 언행에 대해 엄중히 경고하고 큰 유감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초치란 '불러들인다'는 뜻을 가진 말로, 외교 용어로 사용될 때는 심각한 외교적 결례에 대해 항의하기 위해 정부가 자국에 주재하는 타국 외교관을 불러들이는 일을 말한다. 우리 외교부는 지난 4월 20일 중국 외교부 왕원빈 대변인이 윤 대통령을 상대로 '부용치훼'라는 말을 사용하는 등 외교적 결례를 범한 일에 대해 항의하고자 싱 대사를 초치한 바 있는데, 그로부터 불과 두 달도 지나지 않아 다시 싱 대사를 초치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번 싱 대사의 초치는 싱 대사 본인이 한 발언이 문제가 되어 이루어졌다. 싱 대사는 지난 8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만나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를 치켜세우다 "중국에서는 두세 번 만나면 친구라는 말이 있다. 이 대표를 친구라고 생각하고 몇 가지를 솔직히 말씀드리겠다"라며 포문을 연 싱 대사는 우리나라의 정책 방향에 대해 노골적인 의도가 엿보이는 발언을 하기 시작했다.

싱 대사는 한국의 대중 무역 적자 문제가 "일각에서 탈중국화 추진을 시도하는 것이 원인"이라고 짚었다. 여기서 '일각'이라는 말은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겠으나, 얼마 전 대두되었던 반도체 동맹인 팹4(Fab 4) 또는 미국, 유럽, 일본 등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있는 최근 한국의 외교 흐름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싱 대사의 말과 달리 한국의 대중 무역 적자는 한국이 원인이라고 하기 어렵다. 당장 중국은 지난 2016년 우리나라가 북핵 대비를 위해 사드를 배치하자, 이를 중국에 대한 견제로 간주하고 한한령을 내리며 우리나라의 무역과 문화산업에 수많은 보복성 불이익을 가했다. 사드의 소프트웨어적 변용을 통해 중국의 대미 ICBM 발사를 방해할 수 있다는 이유였다.

중국 기업이 우리나라 기업의 기술과 재원을 빼내 경쟁력을 약화하는 와중에 무역 제재까지 더해지며 한국의 대중 무역은 적자로 돌아서게 됐다. 그러나 싱 대사는 이 모든 일을 "한국이 탈중국화를 해서 그렇다"는 말로 일축했다.

싱 대사는 최근 한중 관계의 악화에 대해서도 "그 책임은 중국에 있지 않다. 한국이 중국의 핵심 관심 사항을 존중해줬으면 대단히 고맙겠다"고 말하는가 하면, "대만 문제는 중국의 핵심 중 핵심 문제이고, 중한 관계의 기초이기도 하다"며 "대만 문제에서 중국의 핵심 우려를 확실히 존중해주기를 바라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실 중국과 한국의 이 같은 관계 악화는 중국의 '도둑'에 가까운 행태, 그리고 우리나라의 적인 북한의 편을 들며 우리나라의 대북 행동을 사사건건 방해하는 데에 기인한다. 특히 중국은 오랜 기간 동북공정을 통해 한국의 역사를 중국 역사로 편입시키려 시도해왔으며, 그 과정에서 문화재를 훼손, 조작하기까지 했다.

최근에는 한복, 김치, 한글, 한국어 등 한국의 문화를 중국의 것으로 왜곡하고, 김연아, 박지성 등 해외에 널리 알려진 한국의 유명인들을 중국인으로 둔갑시키려는 용납할 수 없는 시도를 이어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싱 대사는 마치 가스라이팅을 하듯 관계 악화의 모든 책임을 한국에 돌렸다. 심지어 "미국이 승리하고 중국이 패배할 것이라는 데 베팅하는 것은 잘못된 판단이자 역사의 흐름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라며 우리나라의 정책적 방향을 노골적으로 폄하하고 조롱하기도 했다.

이처럼 싱 대사가 동등한 국가 간 외교관계에서 이루어지는 것으로는 도저히 보기 어려운 언행을 보이자 외교부가 다시 초치 카드를 꺼내들게 된 것이다.

이 같은 싱 대사의 발언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천준호 대표 비서실장은 "우리 정부의 외교적 발언이 중국에 미친 영향을 언급한 것 같다"며, "민주당도 우리 정부의 외교적 대응이나 표현이 불필요하게 중국과의 긴장을 고조시킨 부분을 지적하지 않았느냐"고 말하며 감싸는 듯한 설명을 내놨다.

그러나 이 같은 대응이 무색하게도, 싱 대사가 보도자료로 배포한 이 대표와의 대화 내용에는 "시진핑 주석님의 지도 하에 중국몽이라는 위대한 꿈을 한결같이 이루려는 중국 인민들의 확고한 의지도 모르면서 그저 탁상공론만 하고 있다"며 시 주석과 '중국몽'을 노골적으로 부각하는 등 이와 같은 무례한 언행의 배경이 드러나 논란이 더욱 커지고 있다.

한편,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이와 같은 발언 내용을 보고받은 뒤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의 만찬 초청을 거절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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