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 춤, 노래 삼박자 갖춘 쇼뮤지컬...쉬운 게 하나도 없네요"
"열린 관객들 덕에 도전...날것 잘 표현하는 사람이구나 싶어요"
"프리다 인생 통해 어둠이 아닌 빛을 안겨주고파"
10월 15일까지 코엑스 신한카드 아티움

사진=가수 겸 뮤지컬배우 알리 / 소울스팅 제공
사진=가수 겸 뮤지컬배우 알리 / 소울스팅 제공

[문화뉴스 장민수 기자] 가수 알리가 '프리다'를 통해 뮤지컬 배우로 돌아왔다. 2019년 '레베카' 이후 약 4년 만이다. 오랜만에 다시 뮤지컬 무대를 준비하는 기분은 기대 반, 두려움 반이었다.

"연기와 춤, 노래 삼박자를 갖춘 쇼뮤지컬을 하게 됐으니, 이제 제대로 뮤지컬배우로서 준비를 갖췄구나 하는 생각에 기분이 좋았죠. 근데 한편으론 두려워서 도망 다니기도 했어요. 프리다 칼로라는 멕시코 국민화가를 연기해야 했고, 무대에서 인터미션 없이 쭉 있어야 하니까. 해낼 수 있을지 저 자신을 처음으로 의심하게 되는 작품이기도 했죠."

2022년 초연된 '프리다'는 예술가 프리다 칼로의 마지막 생애를 가상의 토크쇼 형식으로 풀어낸 창작 뮤지컬이다. 지난 8월 두 번째 시즌을 시작했다.

배우 입장에서는 실존 인물을 연기하는 데다, 쇼뮤지컬로서 노래와 춤까지 소화해야 했기에 만만치 않은 작품이다. 알리 역시 "세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니 쉬운 게 없다"며 보컬뿐 아니라, 연기와 안무까지 레슨을 받으며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

사진=뮤지컬 '프리다' 배우 알리 공연 장면 /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사진=뮤지컬 '프리다' 배우 알리 공연 장면 /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허스키한 목소리에 담긴 진한 감성. 가수로서는 국내 정상급 보컬리스트로 인정받고 있지만, 뮤지컬은 또 다른 영역이다. 알리 역시 이를 너무도 잘 알고 있기에 뮤지컬 창법에 대한 레슨을 받으며 꾸준히 연구하고 있다.

"어릴 때 판소리를 배웠고 그에 따른 호불호가 강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늘 갖고 있어요. 제가 정석적인 보컬은 아니라서 계속 연구하고 있죠. 정통성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소리를 표현하려고 해요. 다행히 프리다가 가진 날것과의 교집합에서 나오는 포텐을 좋아해 주시는 것 같아요. 요즘은 관객분들이 그런 부분에 열려 있는 상태라서 도전이 가능했던 것 같기도 해요."

슬픔과 고통을 이겨내려는 몸부림처럼 표현되는 독무는 극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다. 춤과 인연이 깊지 않았던 알리기에, 김병진 안무가의 도움을 아래 온몸이 멍투성이가 될 정도로 연습에 힘썼다. 그 결과 "안무가 선생님이 멕시코 원주민 같다고 하시더라. 날것을 잘 표현하는 사람이구나 깨달았다"라며 자신만의 매력도 발견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사진=뮤지컬 '프리다' 배우 알리 공연 장면 /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사진=뮤지컬 '프리다' 배우 알리 공연 장면 /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가장 신경 쓴 부분이라면 역시 연기였다. 경험도 많지 않거니와, 실존 인물을 연기해야 했기에 부담감이 적지 않았다. 또한 고통 속에서도 삶의 환희를 발견하는 복잡한 감정을 표현하는 것도 쉽지 않은 부분이다.

알리는 "한 사람의 인생을 관객들에게 이해시키면서 이어간다는 게 보통 일이 아니다"라며 "연기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디테일에 집중하고 있다고 한다. "그냥 슬퍼서도 안 되고, 그냥 기뻐서도 안 된다"라며 "공연 끝나고서도 다시 대본 읽고, 뭘 놓쳤는지 확인한다. 프리다 칼로의 책을 보기도 한다"고 말했다.

알리가 뮤지컬에 대한 도전을 이어가는 이유 역시 연기를 통해 얻게 되는 것들이 많기 때문이었다.

그는 "뮤지컬을 하면서 시야가 굉장히 넓어진다. 연기를 하면서 감정을 알아가는 디테일한 작업이 있다 보니 나 말고 남도 바라볼 수 있는 시야가 형성되는 것 같아 좋다"라며 가수로서, 배우로서, 그리고 한 사람의 개인으로서도 많은 도움을 받게 되는 과정이라고 밝혔다.

사진=뮤지컬 '프리다' 배우 알리 공연 장면 /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사진=뮤지컬 '프리다' 배우 알리 공연 장면 /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연기가 일상생활에도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제가 생각보다 저를 잘 표현 못하는 사람이었거든요. 근데 나를 표현하는 게 중요하더라고요. 평소에도 그런 게 궁금했어요. 난 이렇게 했는데 왜 사람들이 몰라줄까. 하긴 했는데 제대로 잘해야 했던 거죠. 그걸 연기하면서 많이 느껴요. 그런 부분을 일상생활에 도입하고 싶어서 연기를 계속 하고 싶은 것 같기도 해요."

프리다 칼로의 사진 화보집과 그림, 글들을 보며 그와 가까워지고자 했다. 이탈리아 여행에서는 의도치 않게 프리다의 흔적들과 연달아 마주하는 남다른 인연도 있었다고. 

또한 프리다의 마음을 느껴보고자 한동안 침대에 누워 천장만 바라보기도 했다. 실제 한 아이의 엄마로서, 무대 위에서 매일 뱃속의 아이를 떠나보내는 슬픔에 격하게 공감하기도 했다. 여러모로 프리다에 빠져들고, 프리다가 되는 순간들을 경험하고 있는 알리다.

사진=뮤지컬 '프리다' 배우 알리 공연 장면 /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사진=뮤지컬 '프리다' 배우 알리 공연 장면 /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관객들에게 프리다의 인생을 통해 고통스런 삶이 주는 어둠이 아닌 고통을 통해 바라볼수 있는 빛을 안겨주고 싶어요. 또 저 스스로도 그런 마음이 전달되도록 노력하고 있구나 라는 걸 느끼고 있기도 하고요." 

2016년 '투란도트', 2019년 '레베카', 2020년 웹뮤지컬 '킬러파티'와 '프리다'까지. 이제 겨우 4편의 뮤지컬에 참여했다. 뮤지컬 배우로서는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라고도 볼 수 있다. 

"늘 도전하는 알리가 되고 싶다. 그 도전이 모두에게 힘을 주는 아티스트였으면 좋겠다"고 밝힌 알리. 

"가수는 가수대로, 뮤지컬은 뮤지컬대로 다 표현하고 싶다. 욕심만 많아 보이기 보다는 그런 것들이 이해되는 아티스트면 좋겠다. 저 사람은 저렇게 표현하며 살아야하는 사람이고, 그게 나한테 뭔가를 주는구나 생각이 들 수 있게"라며 앞으로의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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