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무대의 두 스토리, 노래하는 화가들의 이야기
옴니버스 형식의 당일 연작 공연 
오는 3월 10일까지 서경대학교 공연예술센터 스콘2관에서 공연

사진=서경대학교 공연예술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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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뉴스 정현하 기자] 행복하기 위해 고달픈 운명을 택한 사람을 본 적 있는가? 같은 시대를 살았던 두 화가 모딜리아니와 에곤 실레의 이야기를 재해석해 감성, 재미, 연출 세 마리 토끼를 다 잡은 연작 뮤지컬 '모딜리아니', '에곤 실레'다.

'모딜리아니' & '에곤 실레'는 화가라는 주제를 각기 다른 이야기로 풀어내며 같은 공간에서 두 작품을 한 번에 볼 수 있는 옴니버스 형식의 뮤지컬이다. 공연 러닝타임은 각 60분으로, 두 작품은 관객의 취향에 따라 선택적으로 관람 가능하다.

사진=문화뉴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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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은 배우 최민우, 금조, 신혁수가 무대에 올랐다. 배우들은 1인 2역, 혹은 1인 다역을 소화하며 주역부터 단역까지 여러 인물의 감정을 연기한다. 안정적이면서도 감미로운 목소리는 넘버에 깊이를 더하고, 특히 세 명의 조화로운 앙상블은 완벽한 하모니를 자랑하며 흠잡을 데 없는 무대를 선보인다.

두 작품은 각각 다른 화가의 이야기를 다루지만, 생애 그래프의 모양은 비슷하다.

모딜리아니
모딜리아니는 사람들이 자신의 그림에 담긴 인간의 무의식을 봐주길 원하지만, 현실은 냉혹하다. 이러한 현실에 좌절하던 중 그는 여성 화가가 드물던 시대에 자신의 꿈을 당차게 키워나가는 잔 에뷔테른에게 반했고 두 사람은 사랑에 빠진다. 이후, 잔의 응원에 힘입어 모딜리아니는 이번엔 사람들이 자신의 그림에 담긴 의미를 알아주길 기대하며 개인 전시회를 준비한다.

에곤 실레
어릴 때부터 그림에 뛰어난 재능을 가진 에곤은 최고의 미술학교인 빈 미술 아카데미에 입학한다. 부푼 꿈을 가지고 그림을 그려 나가지만. 아카데미의 강압적이고 보수적인 교육에 적응하지 못한다. 이때 새로운 시대의 예술이 필요하다는 '빈 분리파'의 수장 클림트를 만나고, 이에 힘입어 자신만의 예술을 펼치기 시작한다. 예술적 동료이자 연인인 발리 노이칠을 만나며, 에곤만의 예술 세계는 더욱 깊어진다. 그러던 어느 날 에곤은 갑작스럽게 감옥에 갇히게 된다.

공연이 시작하자 먼저 각 작품에선 명시를 낭독한다. 처음엔 스토리에 대해 궁금증을 유발하고 주의를 환기시켰다면 공연을 관람하고 나선 스토리와의 관련성보다 나의 삶에선 이 시들이 어떻게 해석되는지를 생각하게 된다.

공연을 보고 나서 관객들은 흔히 "재밌다"라고 말하는데, 이 뮤지컬에서의 그 재미는 다채로운 연출이 한몫한다. 미디어 아트를 활용한 배경 장치는 화가의 생애를 중심으로 미술전에서 그림을 감상하는 듯한 기분이 들게 한다. 또한, 배우들은 스크린에 펼쳐지는 미디어 아트와 호흡을 맞춰 연기하며 공연에 몰입감을 더한다.

사진=문화뉴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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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모딜리아니와 잔의 사랑 이야기는 모딜리아니의 예술과 삶의 연결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이야기로, 미디어 아트는 이를 더욱 생생하게 담아낸다. 처음엔 잔의 초상화에 눈동자를 그리지 않았던 그가 시간이 지나 다시 잔의 초상화를 그릴 때 그녀의 눈동자를 그리는데, 이 과정을 스크린으로 펼쳐 인간의 본질과 내면의 삶을 탐구하는 그의 예술 철학을 부드럽게 전달한다.

이 외에도, 밴드 연주자들은 관객이 보일 수 있는 무대 양옆에 위치해, 배우들은 밴드 연주에 맞춰 노래를 부르며 60분 동안 라이브로 관객들에게 눈과 귀를 사로잡는 연주를 선사한다.

각 화가를 상징하는 넘버는 공연이 끝나고 나서도 귀에 맴돈다. '모딜리아니' 오프닝넘버인 '3분 40초'는 그의 짧은 생애를 비유하면서도 모딜리아니에겐 생애 전부였던 시간을 서정적인 멜로디와 "Tic Tok"이란 가사 반복으로 중독성 있게 담아낸다. 또한 에곤 실레의 자신감 넘치는 모습과 성격, 그리고 자유를 갈망하는 그 자체를 '나는 에곤 실레'라는 노래에 잘 녹여낸다.

이야기 흐름을 깨지 않는 선에서 틈틈이 유머도 빠지지 않는다. '모딜리아니' 공연이 끝나고나면 잠깐의 휴식 시간 뒤에 다음 시리즈인 '에곤 실레' 공연이 시작된다. 공연 시작 직후 에곤 실레 역을 맡은 배우는 관객과 반말로 소통하며 그의 유쾌함에 사로잡힌 관객들은 자연스럽게 모딜리아니를 잊고 에곤 실레의 세계에 몰입하게 된다.

연작 공연 특성상 관객은 두 화가의 생애를 자연스럽게 비교하면서 볼 수 있다. 두 화가는 짧은 생애, 독특한 작품 스타일, 여성과의 관계, 예술에 대한 열정 등 비슷한 점이 많지만, 처음이자 마지막 자화상에도 자신의 눈동자를 그리지 않았던 모딜리아니와 수많은 자화상을 그린 에곤 실레의 모습을 통해 다양한 예술을 경험할 수 있다.

"살아있는 예술 작품 하나로 예술가는 영원히 살 수 있습니다." (뮤지컬 에곤 실레 중) 진정한 예술가는 돈과 명성이 아닌 그저 자신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과 감정을 작품에 담아낸다. 이러한 관점에서 두 뮤지컬은 그림에 담긴 그들의 서사를 풀어내며 관객들에게 예술에 정해진 답이 있는지, 더 나아가 우리의 삶엔 정답이 있는지 물음을 남긴다.

한편,  화가시리즈 뮤지컬 '모딜리아니', '에곤 실레'는 서경대학교 공연예술센터 스콘 2관에서 오는 3월 10일까지 공연된다.

사진=문화뉴스DB

문화뉴스 / 정현하 기자 press@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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