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있는 날·예술이 있는 삶을 빛냅니다…문화뉴스]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했던가. 가족은 누구와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존재일 것이다. 하지만 급변하고 있는 요즘, 가족이 꼭 '든든한 지원군'이진 않다. 부모에게 유산만 물려받고 부양의 의무를 다하지 않는 자식들이 많아지자 만들어진 '불효자 방지법'이 대표적이다. 형제간 왕래가 전혀 없는 가정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 이 때문에 가족의 정을 내세운 '슈퍼맨이 돌아왔다', '아빠를 부탁해' 등의 예능 프로그램들이 인기를 얻고 그 수가 많아지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단순히 TV 프로그램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공연계에도 각자 담고 있는 메시지는 다르지만 '가족'이란 큰 틀을 소재로 하는 연극, 뮤지컬 등이 최근 눈에 띄게 많아졌다. 다만 공연계에서 '가족'은 익숙한 소재면서도 이야기 방향을 어떻게 잡는지에 따라 극의 분위기가 전혀 달라져 마냥 긍정적인 메시지만을 담진 않는다.

가족, 그중에서도 '형제'가 주인공인 작품을 예시로 살펴보자. 지난 8월 연극 '필로우맨'이 성황리에 공연을 마쳤고, 현재 연극 '나는 형제다', 뮤지컬 '형제는 용감했다' 등이 공연 중이다. 두 편의 연극은 형제의 행복보다는 비극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반면 '형제는 용감했다'는 한국인 정서에 딱 맞는 유머를 곁들여 감동과 함께 "그러니까 가족이지"란 메시지를 전달한다. 다가오는 추석, 우중충한 이야기는 잠시 미뤄두고 가족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형제를 용감했다'를 즐겨보는 건 어떨까?
 

   
 

사실 하루에도 수많은 공연이 올라가지만, 가족이 함께 즐기기에 적합한 작품은 거의 없다. 관람 등급상으로는 선택 폭이 넓은 것 같지만 그것만 믿고 작품을 고르다간 자칫 비싼 돈 주고 서로 어색해지는 시간을 맞게 될지도 모른다. 그런 점에서 '형제는 용감했다'는 상당히 매력적이다. 종갓집이라는 한국적 소재를 활용해 가족의 정을 웃기면서도 따뜻하게 그려냈기 때문이다. 특히 부모님이 형 또는 동생 편만 들고 자신은 챙겨주지 않는다며 형제가 싸울 때 공감되지 않는 사람이 없을 것 같다. 부모 입장에서 그리고 첫째, 막내 입장에서 "저건 내 이야기야"란 말이 절로 나올 정도다.

종갓집이 배경인 만큼 그 안에 녹아있는 한국만의 특성도 작품에 색깔을 더한다. 부모 자식 간의 왕래도 드물어지는 이 시대에 일 년에 제사를 20번 드려야 하는 종갓집 장손이 결혼하기란 쉽지 않다. 더구나 조금만 실수를 해도 가문을 운운하니 석봉은 배경 없이 자기만을 봐주지 않는 현실이 지긋지긋하다. 동생 주봉도 억울한 것이 많다. 형은 장손이라고 원하는 것을 모두 해주지만 자신은 둘째니까 뭐든지 양보하고 참으란다. 대학도 못 간 형과 달리 제법 똑똑해 서울대를 졸업했지만, 유학은 꿈도 꿀 수 없었다. 관객들은 종갓집이란 배경이 점차 족쇄가 돼버린 형제를 안타까워하며 점점 더 작품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작품이 후반부로 갈수록 '반전 아닌 반전'이 속속 드러난다. 누군가에겐 뻔한 전개일 수도 있지만, 이야기가 끝에 다다를수록 많은 이들의 눈시울이 붉어지는 건 당연함 속에 잊고 있었던 가족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바쁘다는 핑계로 집에 찾아오지 않는 형제에게 해준 게 없어 미안하다는 어머니와 자식들을 위해 악역을 자처했던 아버지. 비단 석봉과 주봉, 두 형제 부모님만의 모습이 아닐 것이다.

석봉과 주봉의 아버지는 형제에게 유산과 관련해 "어딘가에 보물이 숨겨져 있으니 집에 돌아와 잘 찾아봐라"라고 전한다. 처음에는 돈을 암시하는 듯했던 이 말에는 깊은 뜻이 담겨져 있다. 집에 있는 보물. 다 함께 모여 찾아야 비로소 발견할 수 있는 것. 바로 '가족'이 아닐까. 그 보물이 귀한 줄 모르고 소홀히 대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형제는 용감했다'를 통해 가족이란 큰 울타리가 있음에 다시 한 번 감사하는 시간을 가져보자.

문화뉴스 전주연 기자 jy@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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