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김수로 예술감독, 배우 이창용, 조강현, 김지호 연출, 서은지 음악감독, 배우 송영창, 김세동, 박정복이 음악극 '올드위키드송' 프레스콜에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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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희와 슬픔의 결합, 진정 아름다운 음악의 핵심이자 우리 삶의 핵심이야!" - '조세프 마슈칸'

"'시인의 사랑'이 도대체 우리 삶과 무슨 상관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 '스티븐 호프만'

여기 두 명의 남자, 그리고 피아노가 무대에 있다. 한 명은 괴짜교수, 다른 한 명은 자기만의 시계에 갇힌 피아니스트다. '마슈칸'과 '호프만'의 갈등과 대립이 독일 작곡가 로베르트 슈만의 아름다운 음악 위에 뿌려진다. 그리고 '소통의 부재'를 향해 울림을 준다.

20년간 12개 도시에서 공연된 음악극 '올드위키드송'이 한국 초연 무대를 열었다. 지난 8일부터 프리뷰 공연을 펼쳤고, 11월 22일까지 대학로 DCF 대명문화공장 2관 라이프웨이홀에서 관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이를 알리기 위해 15일 오후 프레스콜이 진행됐다.

이날 프레스콜엔 '김수로 프로젝트'로 대학로를 이끌고 있는 김수로 예술감독, 연극 '데스트랩'과 뮤지컬 '아가사' 등 굵직한 '김수로 프로젝트' 작품을 맡은 김지호 연출, 연극 '데스트랩' 작곡과 편곡을 한 서은지 음악감독이 참석했다.

영화 '극비수사', '변호인' 등을 통해 씬스틸러로 활약 중인 배우 송영창, 영화와 연극 모두 활발한 활동을 하는 배우 김세동이 '조세프 마슈칸' 교수 연기를 선보였다. 또한, 대학로의 젊은 스타들인 김재범, 박정복, 조강현이 20대 천재 피아니스트 '스티븐 호프만' 연기를 펼친다. 김재범은 일정 관계로 10월부터 출연할 예정이어서 프레스콜엔 참석하지 못했다. 배우들과 스태프들의 이야기를 통해 '올드위키드송'의 이모저모를 확인해본다.

 

   
▲ 배우 조강현이 김수로 예술감독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작품의 관극포인트를 말한다면?

ㄴ 조강현 : 관객들에게 어떠한 것을 느껴가라고 강요할 순 없지만, 인터뷰할 때마다 처음부터 끝까지 소통에 관해 이야기한다.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소통이 원활하지 못한 것을 망각하고 잘못 느끼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다. 대본을 읽고 공연 연습하면서 지금 살아가고 내가 소통을 잘하고 있는지에 대한 인간적인 고민을 많이 하게 된다. 그런 고민을 꼬집고 되새겨주는 작품이다.

뮤지컬 '지킬앤하이드' 등 대극장에서 공연하다 다시 소극장 연극을 선택한 이유는?

ㄴ 조강현 : 김수로 대표님께서 소극장으로 돌아오라고 꼬셔서 그렇다. (웃음) 소통 때문이다. 관객과 큰 극장에서도 소통할 수 있지만, 물리적인 거리에서 가깝게 소통하는 것은 다른 매력이 있다. 연기에 대한 갈증이 늘 많아서 다시 소극장을 선택하게 됐다.

뮤지컬 '맨오브라만차', '쓰릴미' 등 다양한 작품에 출연했는데, 연극은 처음이다.

ㄴ 이창용 : 연극을 처음 하기 때문에 고민을 많이 했다. 대본을 읽고 답이 왔다. 뮤지컬만 하다가 연극을 하면서 무대에 대한 소중함을 다시 알게 해줬다. 공부할 수 있는 좋은 작품이었다. 아무래도 음악이 있다 보니 조금은 기댈 수 있는 부분이 있다. 행복하게 연습하면서 무대에 서게 됐다.

'스티븐 호프만'의 역할 적응은 어느 정도 됐나?

ㄴ 이창용 : '마슈칸' 교수님과의 대립도 있고, 가까워지는 것도 있는 감정 기복이 심한 아이다. 캐릭터 분석이 잘 풀리진 않았지만, 이 친구가 가진 무언가가 있는데 교수님의 어떠한 이야기를 듣고 변화를 하는지에 대해 감정을 따라갔다. 조금씩 적응을 하고 있다.

 

   
▲ '올드위키드송'은 '스티븐'(박정복, 왼쪽)과 '마슈칸' 교수의(송영창, 오른쪽) 2인극으로 구성됐다.

최근 연기한 연극 '레드'도 스승과 제자의 관계가 중심 스토리였다. 이 작품과 비교한다면?

ㄴ 박정복 : '레드'와 '올드위키드송'의 포맷 자체가 스승과 제자라는 출발점으로 비슷하다. '레드'는 자기가 가지고 있는 어떤 신념을 좀 더 키워나가고, 그 부분을 지향하고 습득하는 경우가 많다. '올드위키드송'은 이미 천재인 친구가 어떤 것을 배워나가는 것도 있지만, 교수님과 소통하면서 피아니스트 '스티븐'이 아닌 인간 '스티븐'으로 성장하는 그런 점이 차이가 있다.

그렇다면 '스티븐'은 어떤 캐릭터인가?

ㄴ 박정복 : 원래부터 영재라는 소리를 들은 천재 피아니스트인데, 혼자 피아노랑 친구를 했지만, 사람을 통해 인간이 많이 되어가는 캐릭터라 생각한다. 감정표현이 서투른 친구가 교수님을 통해 크게 깨닫고 음악을 깊이 있게 할 수 있게 된다.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어려운 점이 있었을 것 같다.

ㄴ 김세동 : 다른 분들에겐 덜 어려웠겠지만, 개인적으로 음악을 대하기가 어려웠다. 대본 속에 있는 깊이까지 가려면 그 음악을 함부로 알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대본부터 죽자사자 외웠다. 하지만 잘 안 외워졌다. (웃음) 음악적 용어도 많이 나오고, '마슈칸' 성격이 조울증도 있는 것 같았다. 마지막에 '스티븐'과 소통을 나가는 과정에 성격이 왔다 갔다 하는 것처럼 보여준다. 혼자 있을 땐 약도 먹지만, 둘이 있을 땐 열정적인 인물로 나와서 접근하는데 집중력이 보통 필요한 게 아니었다. 대사 중에 "듣지만 실제로 듣지 않는, 보지만 실제로 보지 않는"이라는 말처럼 음악을 대해야 했다. 작품 속에 인생관도 나오기 때문에, 소화가 잘 되게끔 하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다.

   
▲ 배우 송영창(왼쪽), 김세동(오른쪽)이 '올드위키드송'에서 '마슈칸' 교수를 연기한다.

이 작품의 핵심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ㄴ 송영창 : 김세동 씨도 이야기했지만, 슬픔과 환희의 결합이 핵심인 것 같다. 우리 드라마나 삶에서도 핵심적인 부분이다. '웃음의 대학', '고도를 기다리며' 등의 연극을 통해 슬픔과 환희를 같이 주는 좋은 작품들을 많이 했지만, 이 작품은 전 작품들보다 더 많이 그런 감정을 주기 때문에 연기를 하면서 신이 났다.

음악에 대한 깊이뿐 아니라 피아노, 성악 등 신경을 쓰고 준비할 부분이 많은 것 같다. 부담감은 없었나?

ㄴ 박정복 : 저뿐 아니라 선생님과 스태프들끼리 처음 프로덕션을 시작했을 때 대본 리딩도 하고 음악에 대한 연습을 많이 했다. 3주 동안은 음악과 관련한 성악, 피아노, 독일어 등을 공부했다. 그래서 언제부터 이야기하고 싶은 것들이 테크니션이 아닌 감정에서 우러나오는 뭔가였다. 테크니션이 완성되고 나서는 감정을 찾는 것을 시작하게 됐다.

이창용 : 이 작품은 안무만 없지 다 있는 것 같다. (웃음) 연습 스케쥴이 9주였다. 9주면 창작 뮤지컬을 할 수 있는 시기다. 대화도 굉장히 많이 했다. 피아노 연주도 기본적으로 칠 줄 알려면 쉽게 갈 수 있었을 텐데, 저희는 무식하게 외우는 방식으로 갔다. 힘든 연습이었고, 기술적인 부분도 있고 저희가 연주하는 부분도 있는데 하나하나 배우게 되어 감사했다.

 

   
▲ (왼쪽부터) 이창용, 조강현, 박정복이 '스티븐'을 맡았다.

조강현 : (이창용에게) 피아노 칠 줄 몰랐어? 어떻게 캐스팅됐지? (웃음) 열심히 했고, 아까 창용이가 이야기했듯이 테이블 작업을 많이 했다. 노래 연습도 연극인데 비중을 많이 뒀다. 사실 슈만에 대해 창피한 이야기로 하나도 몰랐다. 그래서 깊이 있게 다가가다 보니 연습이 진행될수록 스파크도 막 튀면서 즐겁게 연습한 것 같다.

이 작품의 예술감독을 하게 된 이유는?

ㄴ 김수로 : 제작사인 '쇼앤뉴'와 '흡혈형사 나도열' 영화로 단독 주인공을 하면서 지금까지 영화 인생이 펼쳐진 은혜로운 인연이 있었다. 스승과 제자 이야기를 워낙 좋아해서 '울학교 이티', '공부의 신'에도 출연했지만, 대본을 보고 최근 5년 사이 읽은 작품 중 가장 끌렸다. '쇼앤뉴'에서 이 작품을 올리면 잘 맞을 것 같았다. 쇼앤뉴와는 계속 좋은 작품을 하고 싶다. 예술감독은 영국에선 극장에 좋은 콘텐츠를 가져오는 역할을 하는데, 쇼앤뉴가 극장이라고 생각하고 제가 좋은 작품을 줄 수 있어서 행복했다. 참고로 '김수로 프로젝트'는 내년 라인업까지 정해져 있다.

   
▲ 김수로가 프레스콜 전 취재진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작품에 등장하는 '시인의 사랑'(Dichterliebe)이 주는 의미는 무엇인가?

ㄴ 서은지 : 시인 하이네의 시집에서 16개 시를 뽑아 슈만이 작곡한 가곡이다. '마슈칸'과 '스티븐'이 소통할 수 있는 매개체로 사용되면서 전체 극을 관통한다. 원작이 가진 슈만의 '시인의 사랑'은 여인의 사랑에 대해 노래한다면, 이 작품에선 두 사람의 소통과정과 '마슈칸' 내면의 상처에 대해 노래를 부르는 내용이다.

오페라 '팔리아치'의 엔딩곡 아리아가 삽입됐는데, 이 부분의 의미는 무엇인가?

ㄴ 서은지 : '팔리아치'는 원작 대본에도 있는 부분이다. 제가 생각할 때, '팔리아치'가 슬픔과 기쁨이 공존하는 한순간을 담고 있는데, '마슈칸'이 가르치려는 방법인 것 같다. '마슈칸'이 고건물에 관해 이야기하고, '스티븐'은 현대적으로 간소화된 건축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처럼, '마슈칸'은 피아노에 갇혀있지 않고 더 많은 것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 오페라 '팔리아치'가 들어간 것 같다.

프리뷰를 진행하면서 2막이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 연출 포인트가 궁금하다.

ㄴ 김지호 : 이 작품의 2부가 어렵다는 말씀이 나오는 이유는 피부로 체험하지 않은 역사적 사실이 들어가면서 극에 무게감이 심해지기 때문일 것 같다. 1막 대사에 한국과 일본의 이야기가 잠깐 나오는데, 원작 그대로 나오는 장면이라 준비하면서 이 부분에 관객들이 어떻게 대처할까 궁금했는데 통쾌하게 웃어주셨다. '스티븐'이 무엇을 느꼈는지, '마슈칸'이 무엇을 감추려 했는지를 집중해서 보시면 좋을 것 같다. 여기에 작품의 템포를 느리게 가기 위해 굉장히 노력했다. 전환을 길게 사용하는 경우는 드문데, 이 작품은 1분 30초 정도까지 길어지는 경우도 있다. 그 시간에 감동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2막의 무게감은 연극에서 사라지지 않아야 한다고 봐서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다.

 

   
▲ 김지호 연출이 프레스콜 중에 장면 소개를 하고 잇다.

제목이 주는 의미가 궁금하다. 그리고 이 작품이 지금 이 시점에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ㄴ 김지호 : '올드위키드송'은 한국어로 직역하면 애매하고 사용되기 어려운 단어였다. '위키드' 때문에 마녀가 아닐 것이냐로 생각한 분도 있었을 것이다. 2막 끝 부분에 '끔찍했던 과거의 악몽'이라고 해석했다. 지긋지긋한 과거의 노래로도 해석할 수 있다. 그리고 작품에 있는 10년 동안 움직이지 않은 시계가 공연이 끝날 때, 어쩌면 다시 바늘이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에 대해 사용하는 것 같다. 이 작품을 읽었을 때 논리적으로 사회 현상과 결부시키기가 되고 싶지 않았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느껴온 근본적인 외로움, 옆 사람과의 소통, 어울러 살아가는 것이 녹아있다고 봐서 선택했다. 관객들에게 뭘 얻어갔으면 좋겠냐고 묻는다면, 얻어가는 것의 종류는 관객들의 몫인 것 같다.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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