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있는 날·예술이 있는 삶을 빛냅니다…문화뉴스] 안녕하세요, [생활 속 영화] 황제민입니다. 오늘의 생활 주제는 '뉴스와 인터넷'입니다. OOO 씨 자살, 국정원 파문, 메르스 사태 등 우리 일상엔 항상 시끌벅적한 '뉴스'들이 넘쳐나죠. 또 우리는 그런 뉴스들은 상당 부분 '인터넷'을 통해 매일 접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생활이 된 '뉴스와 인터넷 현실'을 강하게 풍자한 영화가 있습니다. 영화에서 감독은 뉴스와 인터넷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다소 명확하고 분명하게 보여주는데요. 그 생각이 흥미롭고 그 과정이 참 재미있습니다. 자 그럼, 그게 어떤 생각인지, 어떻게 풍자했는지 더 알아볼까요. 오늘의 영화 "나이트 크롤러'입니다.

뉴스와 '나이트 크롤러'
영화에서 주인공인 루이스(제이크 질렌할)는 텔레비전 뉴스에 현장 영상을 제공하는 일을 합니다. 그는 생생한 현장의 장면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죠. 가택에 무단으로 침입하기도 하고, 현장을 훼손하기도 하며, 죽어가는 사람을 찍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가 처음부터 이렇게 현장을 찍었던 건 아니었습니다. 일을 시작했을 땐, 누구보다 빠르게 현장을 도착해서 찍으려고만 했죠. 그러던 중 그는 어느 범죄현장을 찍으면서, 생생한 푸티지(Footage)를 위해 처음으로 불법적인 일들을 저지르고 맙니다. 루이스는 가택에 무단으로 침입하고 자신이 원하는 그림대로 사진들을 옮겨 놓죠. 더 극적이고, 생생한 장면들을 위해서 말이에요. 그 영상을 본 프로듀서의 첫마디는 이랬습니다.

"엄청난 걸 찍어왔어." - '나이트 크롤러' 중 

   
 

루이스가 어떤 행동을 했든 간에 시청률이 중요한 PD에게 루이스의 저 행동은 결국 '엄청나게 잘한 것'이 돼버린 것이죠.

이 장면에서 관객들은 뿌듯해 하는 루이스의 미소를 보며 에게 묘한 불쾌감을 느끼기 시작합니다. 저 또한 마찬가지였고요. 왜일까요? 우리는 뉴스와 방송을 하는 데 있어, 법은 지켜야 한다는 기본적인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저는 신문방송을 전공했는데요, 대학 강의에서 저널리즘, 뉴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공정성에 대해 끊임없이 강조합니다. 저널리즘이란 여론을 형성하는 일이기 때문에 객관적이고 공정해야 한다고 말이죠. 그러나 영화는 이상이 아닌 현실을 보여줍니다. 우리가 배우고 아는 미디어와 현실은 다르다고 말이죠. 현실 속에서는 '시청률'이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입니다. OOO 뉴스에선 '김정은'에 대한 뉴스가 매일 특종으로 나오고, OOO뉴스에선 가족들의 허락을 받지 않고 음성 파일을 먼저 공개하기도 하는 것처럼 말이죠. 이를 보면 뉴스에선, 취재 '과정'보다는 시청률과 화제성이라는 '결과'가 중요한 건 부정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이 지점에서 관객들이 묘하게 불편함을 느끼게 한다는 데에 있어, '나이트 크롤러'는 현실 속 뉴스를 절묘하게 풍자한 것 같네요.

인터넷과 '나이트 크롤러'
흔히들 인터넷을 "정보의 바다'라고 하죠? 여러분은 인터넷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나이트 크롤러'의 감독은 인터넷에 대해서도 상당한 비판의식을 가지고 접근합니다. 특히 인터넷에서 습득한 정보에 대해 말이에요. 프로듀서에게 첫 칭찬을 받은 루이스는 그녀에게 말합니다.

"전 정규교육은 한번도 받아본 적 없고, 인터넷으로 모든 것을 배웠어요" - '나이트 크롤러' 중

   
 

이 사실을 말하면서 그는 조금도 흔들림 없고, 자신감 있고 당당하게 대답하죠. 극 중에서 루이스는 온라인 경영학 과정, SNS 등을 총동원해서 다양한 지식을 섭렵했다고 고백합니다. 우리가 모두 인터넷으로 여러 가지 지식을 받아들이고 그걸로 일상에서 당당하게 이야기하는 현실과 마찬가지로 말이죠.

현재 많은 사람은 '우주 속의 얕은 지식'이라고 노골적으로 광고하는 피키캐스트와 페이스북 그리고 트위터, 블로그 등에서 단편적으로 흩어진 정보들을 받아들이며 살고 있습니다. 물론 수많은 정보들 중에선 훌륭한 것도 있지만, 정제되지 않은 상태로, 출처가 없는 채로 제공되는 정보 또한 많습니다. '루이스'는 '실천가'입니다. 인터넷에서 얻은 어떤 정보든 실현하죠. 하지만 여기서 문제는 본인이 받아들이고 싶은 정보만 받아들인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잘못된 정보여도 그것이 올바르다고 믿기 때문에 죽어가는 사람을 보면서도, 함께 일하는 동료를 죽이고도 죄책감을 모릅니다. 그렇게 범죄를 저지르면서 웃음을 잃지 않는 "루이스'를 보면서 관객들은 소름이 돋고 괴기스러움까지 느끼게 됩니다.

루이스 블룸 : "나 잘해쩡?"
영화의 주인공인 루이스 블룸은 계속 관객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뉴스 취재 영상을 불법을 저지르면서 찍을 때, 온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서 인터넷에서 지식을 얻는다고 말할 때, 항상 웃고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묻습니다. 시청률이 곧 방송사의 이익인 시스템 속 자극적인 보도가 당연하지 않으냐고. 우리가 습득하고 있는 우주 속의 얕은 지식은 유용하지 않느냐고. 그뿐만 아니라, 목적 달성을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자신의 모습이 멋지지 않느냐고 말입니다.

   
 

사실 답은 정해져 있습니다. "너 못해쩡"입니다. 하지만 저는 공허했습니다. 왜냐하면, 이렇게 "나 잘해쩡?"이라고 묻는 루이스에게 "너 잘못해쩡"이라고 단호하게 말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저마저도 과정보다는 결국 결과가 중요하다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었고, 어찌 됐든 목표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루이스의 모습이 그의 탓만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우리는 모두 최선을 다하라고 오랫동안 배워왔고 강요받습니다. 학교에서도, 학원에서도, 취업시장에서, 결국엔 어떤 '대학'을 들어가느냐, 결국엔 어느 '직장'을 얻느냐가 중요하다고요. 영화 속 루이스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인물의 단상이지만, 솔직히 이런 사람은 우리 주변에 많잖아요.

감독도 문제의 해결방법을 말하진 않습니다. 다만 확실하게 말하고 싶은 건 있는 것 같습니다. 혹시 마지막에 루이스가 설립한 'VPN(Video Production News)' 기억나시나요? 이 단어는 사실 'VPN(Virtual Private Network)'과 철자가 같은데요. 감독이 아무런 뜻 없이 이 단어를 사용했을 리가 없다고 생각해서 자료를 찾아보니, 'VPN'은 '가상사설망'으로, 인터넷망과 같은 공중망을 사설망처럼 이용해 회선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는 기업통신 서비스를 가리킨다고 합니다. 쉽게 말해 '공중망'을 '사설망'처럼 가져다 쓴다는 것입니다. VPN을 이용하면 회선비용이 많이 절감된다고 하네요. 하지만 가설사설망에는 큰 단점이 있는데, 전용회선보다 안정성이 떨어진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영화는 분명하게 말하고 싶은 게 있는 것 같네요. '공'적인 것보다 '사'적인 이득을 위해 취하다 보면, 어찌 됐거나 안정성은 떨어지는 것이라고 말입니다.

   
[글] 아띠에터 황제민 iamthejaeminhwang@mhns.co.kr 언론정보학을 전공했고, 현재 방송사 입사를 준비하면서 영화리뷰 웹진 '무빗무빗'을 운영하고 있다. (movitmovi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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