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들이 포토타임 때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켄, 서현진, 윤하, 안시하, 양요섭.

[문화가 있는 날·예술이 있는 삶을 빛냅니다…문화뉴스] "의상만큼이나 예쁘고 행복한, 여러 가지 생각하지 않아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공연이다."

누구에게나 동화 속 세계에 흠뻑 빠졌던 때가 있을 것이다. 개구리가 왕자로 변하고, 계모와 새언니에게 구박만 받다가 왕자의 사랑을 한몸에 받는 존재가 되는 세계 말이다. 현실에선 그런 마법이 일어나기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아도 이따금 그리워하는 건 누구에게나 순수한 꿈을 꾸던 시절이 있었기 때문은 아닐까. 오늘을 사는 것조차 버거운 현대인들에게 꿈은 잊힌 것이 돼버렸지만, 그들을 위로할 수 있는 뮤지컬이 있다. 바로 순수했던 그 시절로 돌아가게 해 줄 '신데렐라'다.

신데렐라 동화에서 소년소녀들이 가장 많이 읽어봤을 장면은 구박만 받던 신데렐라가 마법의 힘으로 예쁘게 변신해 무도회장으로 가는 장면이 아닐까? 상상의 나래가 가장 극대화되는 바로 이 장면. 뮤지컬에서도 마찬가지다. 마법으로 누더기가 드레스로 바뀌고 호박, 생쥐, 여우가 각각 마차, 말, 마부로 변하는 장면은 '신데렐라'의 백미로 꼽힌다. TV나 영화 CG에 익숙해져 있는 오늘날의 관객들조차 눈을 의심할 정도다.

다만 뮤지컬 '신데렐라'는 모두가 알고 있는 기존 동화 속 신데렐라와는 조금 다른 캐릭터들과 이야기가 담겨 있다. 신데렐라는 자신이 반한 크리스토퍼에게 적극적으로 유리구두를 남기는 당찬 아가씨고, 왕자인 크리스토퍼는 자신감 넘치는 동화 속 왕자님이 아니라 자신이 과연 왕이 될 자질이 있는지 의문을 갖는 신중한 청년이다. 조금은 생소한 이 설정은 오히려 오늘날의 상황과 맞물려 더 큰 울림을 준다.

18일 오후, 공연이 진행 중인 충무아트홀에서 뮤지컬 '신데렐라' 프레스콜이 열렸다. 프레스콜은 안시하, 서현진, 윤하, 양요섭, 켄, 서지영, 홍지민, 이경미, 가희, 정단영 등이 참석해 'impossible', 'Now is the time' 등 주요 넘버 시연과 질의응답 순서로 진행됐다. 그들이 인도하는 동화 속 세계로 빠져보자.
 

   
▲ (왼쪽부터) '신데렐라' 역의 서현진, 윤하, 안시하.

어떤 신데렐라를 표현하려 했는지 궁금하다.
ㄴ 안시하 : 다른 배우들에게 있는 어린 풋풋함이 저한테는 없어서 나이에 맞게 표현하고자 했다. 아무래도 가장 오래 뮤지컬을 하다 보니 다른 배우들보다 성숙한 면이 있다. 정통 뮤지컬 배우로서 노래, 춤, 기술을 보여드리려 한다.

ㄴ 서현진 : 전형적인 동화 속 인물은 아니다. 사람 같이 생각할 수 있도록 좀 더 밝고 씩씩한, 개구쟁이 같은 모습을 표현하려고 했다. 관객분들이 아는 사람인 것처럼 신데렐라를 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ㄴ 윤하 : 처음이라 이리 치이고 저리 치였다. 춤도 처음이었고, 노래도 나름 한다고 생각했는데 11년 동안 뭘 했나 했을 정도로 멘붕의 연속이었다. 그래도 그 가운데 정신적으로 건강한, 씩씩한 모습이 제 신데렐라만의 모습이 아닌가 생각한다.

오늘 장면 시연에서만 두 번의 키스신이 있었다.
ㄴ 안시하 : 키스신을 정확하고 길고 깊게 세 번 한다. (웃음) 다양한 상황에서 이루어지지만, 무도회에서 왕자와 처음 만나 키스하는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처음 봤지만 서로 끌려는 상황이나 첫 키스가 주는 감회가 가장 새롭다.

신데렐라는 노래, 연기뿐만 아니라 다양한 동작들도 소화해야 한다. 작품을 준비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이 무엇인가.
ㄴ 서현진 : 체력이다. 이 정도로 체력이 안 좋은지 처음 알았다. 뮤지컬이 오랜만인데 이렇게 많이 뛰고 돌고 노래하게 될 줄 몰랐다. 매일 홍삼에 의존하면서 연습에 나왔는데 (안)시하 배우는 매일 유산소 운동을 하고 오더라. 굉장히 멋진 여성이라고 생각했다. (웃음)

내가 신데렐라보다 이것만큼은 낫다 생각하는 게 있는지.
ㄴ 가희 : 체력? (웃음)
 

   
▲ (왼쪽부터) '크리스토퍼 왕자' 역의 양요섭, 켄

신데렐라와 왈츠를 추는 장면이 아름답다.
ㄴ 양요섭 : 왈츠가 굉장히 생소하고 어려웠다. 연습하면서 시하 누나, 현진 누나가 많이 도와줬다. 많은 것을 배운 것 같아서 또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작품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굉장히 전형적인 대답이지만 진심이다. (웃음)

ㄴ 켄 : 처음 춰보는 춤이어서 어려웠지만 행복하기도 했다. 누나들이랑 같이 춤춘다는 게 영광스럽기도 하고. (웃음) 왈츠를 잘 추면 아름다운 장면이 될 것이란 기대가 있었다.

왕자로서 각자의 매력을 어필해달라.
ㄴ 양요섭 : 왕자답고 싶었다. 부드러운 갈색 머리, 늠름하고 큰 키 이런 가사들이 있는데, '큰 키'에는 부합하지 못한다. 머리카락 색이라도 맞추려고 여러 번 염색했다. (웃음) 관객분들이 제 부드러운 갈색 머리를 보시면서 즐겁게 관람하셨으면 좋겠다.

ㄴ 켄 : 개구쟁이 같으면서도 멋있는 왕자가 되고 싶었다. 그래서 신데렐라와 있을 때, 세바스찬과 있을 때 상황마다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려 노력했다.
 

   
▲ (왼쪽부터) 요정인 '마리' 역의 서지영, 홍지민

최근 '복면가왕' 출연으로 많은 화제를 모았다.
ㄴ 홍지민 : 신데렐라 연습 도중 의도치 않게 가왕이 두 번이나 됐다. 다른 것보다도 원래 비밀이 없는 여자인데 6주 동안 비밀을 유지해야 해서 힘들었다. 주변에 많은 분이 알고 계시는데 아니라고 해야 하니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컸다. 연습과 병행하는 게 쉽진 않았지만, (서)현진 배우가 공진단 먹는 것을 보고도 뺏어 먹지 않고 참았다. (웃음) 즐거운 시간이었다.

오랜만에 밝은 분위기의 뮤지컬이다.
ㄴ 서지영 : 계속 울면서 노래하거나 죽는 역할을 많이 했다. 모처럼 밝고 기적을 일으키는 역할을 해서 너무 행복하다. 극 중간에 플라잉 머신을 타는데 고소공포증 때문에 힘들다. 웃으면서 두 팔을 벌리고 연기하지만 백조처럼 치마 속 두 다리는 열심히 파닥거린다. (웃음)
 

   
▲ (왼쪽부터) '가브리엘' 역의 정단영, 가희, '계모' 역의 이경미, '샬롯' 역의 임은영

가장 무서운 역할인 계모 역할을 맡았다.
ㄴ 이경미 : 이번 작품에서 계모의 역할은 우리가 여태까지 알고 있던 계모와 다를 바가 별로 없다. 계모야말로 인간적이라고 생각한다. 솔직하고 모든 것을 그대로 표현하는 거짓 없는 인물이다. 연습 때부터 항상 내면과 싸우느라 힘들었지만, 신데렐라의 설움을 위해 더욱 모질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웃음)

동화와는 다르게 신데렐라의 의붓언니 가브리엘과 러브스토리가 있다. '장미쉘'의 매력이 뭐라고 생각하는지.
ㄴ 박진우 : 정의 앞에서는 물불 안 가리는 용 같은 남자지만 사랑 앞에서는 소심해서 가브리엘에게 선뜻 다가가지 못한다. 여자가 먼저 다가오는 게 이상하지 않은 시대라 덕을 보는 인물이다. (웃음) 당차지만 귀여운 캐릭터다.
 

   
▲ (왼쪽부터) '세바스찬' 역의 장대웅, '장미쉘' 역의 박진우, '핑클턴' 역의 황이건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말해달라.
ㄴ 윤하 : 에피소드 하면 저다. 첫 연습 때부터 바람 잘 날이 없었다. 연기하면 춤이 문제고, 드레스를 입으니 다른 문제들이 계속 생겼다. 이렇게 스펙타클하게 살아도 되나 싶을 정도로 정말 많은 것들을 겪었다. 첫 공연 날 양요섭 배우와 함께했는데 속치마가 풀리는 바람에 점프를 하는 장면에서 속치마가 쑥 떨어졌다. 다 풀려도 보실 건 없지만, 양요섭 배우가 정말 능숙하게 리드해주셔서 무대 뒤에서 의상 정리를 하고 극을 이어나갈 수 있었다. 집에 가서 강아지를 끌어안고 많이 울었다. 앞으로 에피소드가 생기지 않도록 열심히 하겠다.

ㄴ 안시하 : 재밌다고 표현하지만 배우들은 속이 탄다. 한 장면을 위해 정말 많은 분이 준비하신다. 브로드웨이와 달리 한국 스태프들이 만들어가고 발전시키면서 배우들도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완성도 높은 공연을 보여드리기 위해 열심히 하고 있으니 예쁘게 봐주셨으면 좋겠다.

문화뉴스 전주연 기자 jy@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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