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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저도 어른이 되어 가정을 이루게 되었습니다. 한 가정의 가장이 되어보니 이제야 조금 알 것 같습니다. 아버지의 역할이라는 것. 힘들어도 힘들어선 안 되고 지쳐도 지치면 안 되는 그 무거운 역할을 묵묵히 평생 맡아 오신 아버지가 새삼 존경스럽습니다. 조금이라도 일찍 깨달았다면 아버지와 가까운 사이가 되었을까요? 언제나 크게만 보였고 다정한 말씀은 하지 못하는 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이유 때문인지 가족이지만 항상 어려웠고 멀게 느껴졌습니다. 언젠가부터 아버지의 모습에서 쓸쓸함과 고단함이 보이더니 아버지의 뒷모습이 아주 작게 느껴집니다. 여태껏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이제야 알고 싶습니다. 아버지에 대하여." - 연극 '종일본가' 기획의도

"온종일 집에 있었다"라는 의미가 담긴 '종일본가'를 연극으로 만난다. 이선희 작가, 김제훈 연출의 작품 '종일본가'는 1999년에 발표된 이동순 시인의 시집인 '가시연꽃'에 수록된 '아버님의 일기장'을 모티브로 했다. 그 시엔 아버지가 죽은 후 유품을 정리하다 발견된 한 권의 일기장이 등장한다. 빽빽한 일기장 속엔 8할이 넘게 '종.일.본.가 - 온종일 집에 있었다'는 내용이 가득 채워져 있다는 것이 시의 소재다.

이선희 작가는 "나 역시 아버지와 같이 '종일본가'를 하게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내 모습을 투영해봤다"고 전했다. 그저 그런 일생을 특별하게 살아가는 우리 아버지의 이야기인 연극 '종일본가'의 프레스리허설이 3일 오후 대학로 설치극장 정미소에서 열렸다. 5일부터 27일까지 공연이 열리는 가운데 공연의 주요 줄거리와 내용을 사진으로 살펴본다.

   
▲ 오늘도 홀로 집을 지키는 '아버지'(김태훈). 결벽증이 심한 '아버지'는 오늘도 습관처럼 방을 닦고, 마당을 쓸고, 식기들을 꺼내 닦는다.
   
▲ 마당 한 켠에 세워져 있는 자신의 오래전 자동차를 닦는다. 그의 아내는 오래 전 세상을 떠났고, 희망을 걸었던 아들 역시 얼마 전 실족사로 짧은 인생을 마감했다.
   
▲ 가끔 '아버지'의 딸인 '미주'(왼쪽, 이선희)가 찾아온다. 잔소리가 심하고 속에 없는 말을 던지곤 한다.
   
▲ '미주'의 남편인 '황진상'(전익수)은 아내와 장인에게 극진하다. 그는 아이 대신 애완견 '뚱자'를 키우고 지낸다.
   
▲ '미주'는 '아버지'를 겉으론 심하게 대할지라도 속으론 정이 깊은 딸이다.
   
▲ 딸이 없는 동안엔 '아버지'의 동네 친구로 한 살 어린 보일러 수리공 '박씨'(오주환)이 종종 그를 찾는다.
   
▲ '박씨'는 입담도 좋고, 넉살도 좋고, 사람도 좋다. 물고기를 말벗 삼고, 꽃나무를 동무삼아 하루를 보내는 '아버지'에겐 더없이 좋은 친구다.
   
▲ 그러던 어느날, '미주'가 보낸 스팸이나 김 등을 전달하는 청년 택배기사 '오봉구'(라경민)이 '아버지'의 집에 방문한다.
   
▲ 뒤 이어 커다란 짐가방을 끌고 온 젊은 여자아이가 '아버지'의 집을 찾아오게 된다. '은실'(왼쪽, 김민경)은 당돌하게 그 짐을 달라고 한다.
   
▲ '은실'은 아들과 가까운 사이였으며, 아이를 임신했다고 말한다. 갈 곳이 없어 왔다는 '은실'은 '아버지'의 잔잔한 일상을 뒤흔들어 놓는다.
   
▲ 손주를 가졌을 지도 모르는 '은실'을 매몰차게 거절하지 못한 아버지는 위태로운 동거를 시작하게 된다.
   
▲ '은실'은 사사건건 '아버지'의 삶에 간섭하고 시종일관 철없는 행동으로 아버지를 들었다 놓는다. 그리고 '아버지'는 이 모든 것이 낯설다.
   
▲ 그리고 그 해 겨울, '아버지'는 아들의 유품에서 한 장의 사진을 발견하고 중요한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 과연 어떤 것일까? '아버지'는 더 이상 외롭지 않게 살 수 있을까?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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