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철 국립극단 예술감독이 이야기하는 '2015년 국립극단 결산'

   
▲ 인터뷰 후 포즈를 짓고 있는 김윤철 국립극단 예술감독

[문화뉴스] "우리도 이런 사례는 처음이다. 이런 정통연극에 제대로 투자해서 관객에게 볼거리를 만들어주는, 신뢰가 가는 극단이라는 이유도 작용한 것 같다."

김윤철 국립극단 예술감독의 말처럼 연극 '시련'은 그야말로 '대박'이 났다. '시련'은 미국 연극계를 대표하는 극작가인 아서 밀러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며 선보인 작품으로, 그가 1950년대 매카시즘 광풍에 사로잡힌 미국의 현실을 비판하고자 만든 이야기다. 티켓 오픈 당일부터 전체 좌석의 과반수가 팔렸고, 결국 공연이 시작되기 전 '전석 전회 매진'이라는 진기록을 만들어냈다.

지난해 2월 초, 연극평론가 출신으로 국립극단의 수장으로 부임한 김윤철 예술감독은 1995년 올해의 연극평론가상, 2005년 여석기 연극평론가상을 받은 대한민국 '연극평론계'의 거목이다. "대체로 배우 아니면 연출가가 맡아온 예술감독 자리에 평론가가 앉았다. 임명 과정에서 문화체육관광부가 현장 예술가들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았다" 등의 이유로 한국연극협회에선 당시 임명을 철회하라는 결의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지난해 말,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나의 임명을 둘러싸고 있었던 논란은 나로 하여금 더욱 긴장해서 극단 일에 임하게 하는 자극제가 되고 있다. 최선을 다해 볼 뿐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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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시간이 흘렀다. 김윤철 예술감독의 소신이 통했을까? 이제는 그에 대한 잡음은 들려오지 않고 있다. "예술의 힘으로 시대정신을 올곧게 하겠다"는 일념으로 올해 국립극단은 작품성과 예술성을 겸비한 다양한 작품을 선보였다. 특히 광복 70주년을 맞이해 '해방과 구속'이라는 타이틀로 '이영녀', '토막' 등 근대 작품들을 소개했고, 명동예술극장과의 통합을 통해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아버지와 아들' 등 뛰어난 작품을 선보였다.

그에게 2015년은 어떤 해로 남을까? 3년 임기의 절반이 지난 상황에서 2016년엔 어떤 계획을 세웠을까? 여러 궁금증을 품고 명동예술극장을 찾았다.

   
 

올해 '해방과 구속'이라는 타이틀로 국립극단 공연이 선보여졌다. 테마에 대한 설명과 각 작품 간의 연관성을 설명해달라.
ㄴ '해방과 구속'이라는 주제를 정한 건 올해가 해방 70주년이었기 때문이다. 그것을 기념하는 의미도 있고, 동시에 물질적이라든지 정신적으로 어딘가 또 다른 구속의 위험성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기에, 그것을 경계하고 싶어 이번 주제를 '해방과 구속'이라고 정하게 됐다.

제일 먼저 김우진이라는 근대극 창시자의 작품인 '이영녀'를 5월에 하게 됐다. 일제 시대에 이렇게 빈궁한 삶을 살았다는 것과 해방기의 시대상을 보여주고 싶었다. 김우진이 우리 한국 연극사에서 차지하는 의미가 매우 큰데, '이영녀'라는 작품이 공연된 적은 한 번도 없다. 김우진 작품 다섯 편을 모두 보며 '이영녀'가 굉장히 중요하고 빼어난 작품이라는 것을 느낀다. 현대적 감각과 인물의 구성이나 성격이 감탄을 자아낼 만큼 대단하다. '이영녀'에 참여한 단원들도 연기할수록 그 깊이에 감명받아서 더욱 열심히 진행했다.

또한, 10월에 올려진 유치진의 처녀작인 '토막'도 근대작품이다. 유치진은 일제 친일파 시비 때문에 최근에 잘 공연되지 않긴 하지만, 그런 행적과 상관없이 '토막'이라는 작품이 리얼리즘 형성기라는 시대적 풍토에 맞춰 봤을 때는 정말 중요한 작품이다. 근대극의 재발견 시리즈를 하면서는 '토막'을 빼놓을 수 없었다. 유치진의 이후 작품들보다 '토막'이 좋다고 생각했다. 일제의 구속부터 해방에 부각하기 위해 들여다본 케이스가 '이영녀'와 '토막'이었다.

   
▲ 연극 '토막'의 한 장면 ⓒ 국립극단

글로벌 시대에 맞춰 봤을 때, 번역극도 우리 작품이라 생각했다. 번역극 쪽에선 10월에 대표적인 현대 작가인 에드워드 올비의 '키 큰 세 여자'가 올려졌다. '키 큰 세 여자'는 우리나라에서 딱 한 번 공연된 적 있다. 지금 다시 읽어보면 오늘날의 우리 사회를 잘 반영하고 있고, 한국의 현대 여성상도 반영하고 있다. 오늘날 우리 관객들한테 이 정도의 실험적 형식은 전혀 무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여자의 삶을 구속하는 여러 관습적 사고와 체계적 문제가 죽음을 맞이한 여인을 통해 보인다. 여인이 그것을 스스로 극복하고 해방해나가는 의미다.

국립극단이 추구하는 '배우 중심'에 큰 방향이 있다. 세계의 흐름 중에는 배우를 배제하고 깎아내리는 흐름이 있다. 그러나 그것은 연극의 본질에서 벗어나는 것으로 생각한다. 현대의 연극적 미학을 도모하되, 배우 중심성은 반드시 염두에 둬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박정자 배우와 손숙 배우를 '키 큰 세여자'에서 모셨다. 배우 중심은 국립극단의 중요한 방향이다. 사람들이 극장을 찾아오는 큰 이유가 배우 때문이다. 피터 브룩은 "연극의 본질적 요소를 배우와 관객"이라고 말했다. 배우가 그렇게 중요한 본질이다. 배우의 존재를 자꾸 위축시키는 현상이 세계적으로 퍼져있어서 바로잡아야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배우를 먼저 생각하고, 그다음에 우리 극단이 추구하는 서사 중심, 현대 연극의 개념을 함께 아우를 수 있는 작품이 뭘까 고민해서 '키 큰 세 여자'를 선택했다. 세 여배우가 비교적 우수한 작품을 만들어서 다행으로 생각한다.

   
▲ 연극 '키 큰 세 여자'의 한 장면 ⓒ 국립극단

'해방과 구속'의 마지막 작품이 '시련'이다. 약 60년 전에 쓰인 이 작품이, 아서 밀러의 작품 중에 요새 가장 많이 공연되는 작품이 됐다. 그 이유는 '마녀사냥'이라는 집단적 광기에 의한 폐해가 전 세계적으로 많이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면, 'IS'도 그중 하나겠다. 이런 집단 광기를 기본적 모티브로 삼아서 작품을 쓴 '시련'이 현대의 관객들에게 더 어필하고 있어서 많이 공연되는 듯하다. 개인과 사회의 관계에서, 개인의 존엄성을 억압하는 사회를 뿌리치고 개인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죽음으로 구속에서 해방되는 내용이다. 해방과 구속의 결정판은 '시련'이었다.

최근 국립극단 공연 중 한국 근대 작품이 조금씩 공연되고 있다.
ㄴ 근대 작품은 지속적인 레퍼토리로 삼을 예정이다. "우리나라에서 작품이 없다"고 탄식하는 흐름이 많다. 그러나 우리가 외면해왔다. 이번에 나도 놀란 것은 근대 작품들을 하면서 '많은 관객을 끌어모을 수 있겠느냐'고 우려했는데, 상관없는 우려였다. 셰익스피어나 체홉이 계속 주목받는 이유는, 끊임없는 해석을 통해 현재까지 우리에게 여러 의미를 내뿜기 때문이다. 우리의 작품이 매장되고 있다. 민간이 여러 사정으로 하지 못하는 연극들을 국립극단이 감당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근대극은 국립극단의 큰 흐름으로 놓고 계속 진행할 예정이다.

올해 많은 작품이 공연됐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무엇인가?
ㄴ 우선,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이다. 배우 임홍식 씨가 돌아가셔서 이슈가 되기도 한 작품이다. 중국에서도 대중적인 고전 작품이다. 이 작품을 고선웅 연출 특유의 운동성 연극으로 세 시간 내에 압축했다. 거기에 한국적 요소를 가미해 원작에 없는 캐릭터도 만들어냈다. 외국 작품을 번안할 때 늘 있었던 결함을 잘 극복했다. 유감스럽게도 임홍식 배우가 자기 역할을 마치고 나와 심근경색으로 돌아가셨는데, 여러 의미로 오래 기억에 남을 작품이다.

   
▲ 연극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에서 故 임홍식 배우(왼쪽)는 '공손저구' 역을 맡았다. ⓒ 국립극단

가장 예술적으로 만족해했던 작품은 6월에 공연된 '더 파워'다. 독일 작가인 니스 몸 스토크만이 새로 썼고, 독일 연출가인 알렉시스 부흐 연출이 맡았다. 현재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이다. 혹자는 포스트 드라마였다고 말하지만, 논지적으로 충만한 작품이다. 작가도 주목받는 사람이기도 한데, 우리 극단을 위해 새 작품을 썼기도 했다. 우리 극단에서 한 것이 초연이다.

비하인드 스토리를 이야기하자면, 작가의 부인이 한국 사람이다. 그래서 일본에서 공부했지만, 한국에 관심이 많았던 사람이다. 앞으로 두 번째, 세 번째 작품까지도 계속 쓰기로 나와 약속이 되어 있다. 연극적 형식과 구조가 가장 만족스러웠다. 그러나 당시 메르스 여파로 인해 명동에 사람이 텅 비었다. 객석에 많이 봐야 100~200명의 관객이 있었다. 당시에는 그 정도로 사람을 모을 작품이 없다고 평하기도 했지만, 아쉬움이 참 많이 남는다. 배우, 이야기, 형식이 가장 중요한데, 그 세 가지를 모두 충족시킨 작품이었다.

   
▲ 연극 '더 파워'의 컨셉샷 ⓒ 국립극단

올해 공연 중 공연창작집단 '뛰다'의 '노래하듯이 햄릿' 등은 외부 극단에서 제작된 작품들이다. 작품 선정 기준이 있었다면?
ㄴ 우리가 작품을 고른 것이 아니다. 실험적 연극을 할 수 있고, 그 공간이 있어야 하는 극단들을 섭외해 장소를 빌려준 것이다. 그런데 앞으로 그 부분은 힘들 것 같다. 국립극단이 스스로 할 수 있는 작품이 워낙 많기 때문이다. 현재 쉬는 공간 없이 사용하고 있다. 이제 이런 대관 제도를 운용하기가 힘들 것 같다.

청소년극의 성장도 인상적이다. '록산느를 위한 발라드', '비행소년 KW4839'는 청소년이 아닌 성인이 봐도 될 정도로 좋은 내용이었다.
ㄴ 청소년극 또는 어린이극은 제작하는 곳들이 우리나라에 매우 많다. 아시테지도 있는데, 거의 민간극단들이 만들고, 주로 어린이극에 한정해서 연극을 진행한다. 스웨덴에선 23살 이하에게 청소년극을 선보이고, 젊은이들을 위한 연극으로 부른다. 청소년극을 하는 사람들이 그곳에선 가장 실험적인 사람이다. 어른(기성) 연극을 감당하지 못하는 것들을 청소년극에서 감당하는 것이다.

국립극단에서 제작했던 청소년극은 어른 연극들과 별 차이가 없다. 이젠 '청소년극'이라는 말 자체가 필요 없다. 이렇게 실험적이고, 이렇게 주제 제한이 없는 극이니까 말이다. 어쨌든 청소년을 주제로 하는 극을 해야 하는 이유는 청소년들에게 '연극'이라는 경험을 통해, 일정 부분의 사회에 진출하기 이전 교육적 장치가 될 수 있고, 또 하나는 청소년들이 청소년극을 통해 관극 문화를 체득하게 되면 이들이 커서도 계속 극장에 찾아오게 될 것이라는 미래지향적인 자세 때문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의 관극 문화는 청소년기에는 접하기가 힘든 사회 분위기를 갖고 있다. 어느 집에 가든 아이가 하나밖에 없는 이런 단출한 가정이 주를 이루고 있는 사회이기 때문에, 연극 같은 협업시스템으로 이런 공동체 정신을 체득하는 것도 중요한 기회다. 청소년은 우리가 반드시 조명해야 할 그룹이다. 청소년극이라고 하는 선입견과 편견에 구애받는 연극은 안 하겠다는 마음이었다. 어른과 구별이 안 되는 과감한 청소년극 '록산느를 위한 발라드', 지난해의 '타조 소년들', 2013년 '빨간버스'도 다 그런 계열이다. 우 리극단이 청소년극에 대한 수요를 많이 만들어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할 때마다 청소년뿐 아니라 일반관객, 연극인들에게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 청소년극 '록산느를 위한 발라드'의 한 장면 ⓒ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단기 계약형 단원제를 올해 도입했다. 어떤 제도였으며, 그 시행 소감을 듣고 싶다.
ㄴ 시즌 단원제를 올해 처음 도입했다. 국립극단은 장충동의 한 단체였다가 이번에 독립했다. 국립극장 소속일 때는 평생 단원이 있었다. 배우의 정년이 없다 보니, 30명 정도의 평생 단원들이 있었다. 불행하게도 예술을 하는 단원들이 고정적인 직업(Job)을 갖게 되면 예술에서 멀어진다. 대사 많은 것도 싫어하는 등 예술에 대한 애정이 사라진다. 외국의 경우에서도 같은 현상이 일어난다. 연습도 되도록 안 하려고 하고, 공연도 짧게 하려고 하고, 쉽게 안정만 찾는 정신이 생긴다. 그것은 반예술적이라고 생각했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예술인이 그렇게 생각했다. 독립하게 되면서 평생 단원제를 없애고 시즌 단원을 진행했다. 1년에 스무 편 정도 제작하는데, 20번 정도 오디션을 진행하다 보니 어떤 경우에는 좋은 배우들이 몰리기도 하고, 어떤 경우에는 국립극단을 대표하는 배우라고 할 수 없을 만한 배우가 몰리기도 했다. 작품의 퀄리티에서 심한 편차가 생기게 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장기적으로는 시즌 단원제를 하려고 했지만, 이상적인 단원제 운용은 힘들어질 것 같다. 안정적으로 작품에 출연할 수 있는 배우들이 필요하다. 이런 사람들은 조연으로 주로 기용한다. 주인공이 못하는 것은 관객들이 어느 정도 이해하기도 하지만, 조연이 못하면 관객들은 크게 실망한다. '토막'과 '이영녀'는 거의 우리 단원 배우들이 캐스팅됐다.

"이런 시즌 단원제가 생겨서 참 다행이다"라는 내부 목소리도 들리곤 한다. 2년 임기 동안 자부하는 부분도 '시즌 단원제'를 여러 우려를 제치고 시행했고, 이제 '시즌 단원제'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김광보 서울시극단 예술감독도 시즌 단원제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한 것으로 아는데, 국립극단의 시즌 단원제가 본보기가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앞으로 단원이 더 뽑혀야 한다. 단원이 가족 같은 연대를 맺을 때 좋은 앙상블을 만들어낸다. 현재 시즌 단원들은 행복해하는 것 같고, 나도 만족한다.

   
▲ 지난달, 김윤철 예술감독이 명동예술극장에서 열린 연극 '시련'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국립극단

지난해 말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백성희장민호극장이 국립극단을 대표하는 극장이 될 수는 없다"고 이야기를 했고, 결국 올해 명동예술극장과의 통합이 이뤄졌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는데, 이런 혁신적인 운영이 안정기에 들어선 것 같나?
ㄴ 국립극단과 명동예술극장의 통합은 내가 예술감독으로 부임하기 전부터 주장했던 사안이다. 지금 서울역에 있는 극장들은 국립극단의 극장으로 말하기에는 격이 맞지 않는다. 거기서는 실험연극은 가능하겠지만, 정전(캐논)의 연극을 하기에는 부적합하다. 외국 국립극단의 극장은 거의 문화유산 정도로 보호와 투자를 받고 있다. 국립극단이 그 많은 작품을 하면서도 근거지로 삼을 만한 공간이 없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경제 대국인 대한민국 국립극단의 열악한 극장 시스템은 어불성설이다. 원래부터 갖고 있었던 생각이었다. 명동예술극장이 이전부터 고품격 대중연극을 해왔던 곳이다.

명동예술극장의 대중성, 국립극단의 예술성 중 통합이 되면서 명동예술극장의 대중성은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다.
ㄴ 지금 질문한 내용처럼 이미지가 훼손될까 봐 많이들 우려했다. 하지만 이제 대중성과 예술성을 함께 담보로 삼는 연극이 가능해졌다. 관객과의 소통, 대화가 참 중요한데, 이런 것들은 대중성을 통해 가능하다. 그러나 상업성과는 거리가 멀다. 돈 벌기 위해 연극을 할 필요 없는 곳이 국립극단이기 때문에 예술적 기준이 높아야 한다는 기준도 가지고 있었다. 셰익스피어가 아직 전 세계의 위대한 작가로 추대받는 것은 예술성과 대중성을 고루 갖췄기 때문이다. 우리의 지향성도 그곳으로 맞춰졌다. 명동예술극장을 통해 대중과의 소통을 도모했다.

연극을 잘 만들면 관객은 있다. '관객이 이해할 수 있을까?'하는 폄하는 불필요한 기우다. 잘 만들고, 소통하게 하고, 새롭게 만들면 우리 이야기가 무대에서 재현되는 것을 관객들은 반드시 좋아할 수밖에 없다는 확신이 있다. 명동예술극장과의 통합 때문에 우려하는 부분들이 있었지만, 좋은 부분은 계승하고 확장하는 방향으로 기획하고 있다. 현재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같은 경우는 명동예술극장에서 기획했던 부분인데, 우리가 수용한 작품이다. '아버지와 아들', '리어왕'도 그런 사례다.

   
▲ 연극 '시련'의 한 장면 ⓒ 국립극단

'시련'이 개막 전 '전회차 전석 매진'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어떤 이유 때문일까?
ㄴ '시련'이라고 하는 작품이 우리나라에서도 몇 번 공연됐었다. 작품이 가진 연극성에 대해 많이 알려졌고, 특히 연극 교육에서 거의 필수적인 작품이다. 일반인들에게도 비교적 많이 알려진 작품이다. 이곳의 주제가 현재 우리 사회와도 밀접하기도 하고, 연말이기도 한 것도 있다. 여기에 이순재, 이호성, 지현준, 이문수, 이현순 등 관객들을 많이 이끌어내는 배우들도 출연한다. 여러 작용이 겹쳐서 매진이 나온 것 같다. 우리도 이런 사례는 처음이다. 인터파크 티켓 예매 오픈이 되자마자 매진됐다. 이런 정통연극에 제대로 투자해서 관객에게 볼거리를 만들어주는, 신뢰가 가는 극단이라는 이유도 작용한 것 같다.

내년에 계획 중인 레퍼토리가 있다면 살짝 알려달라.
ㄴ 우리 극단이 일 년에 이십 편 가까이 작품 제작한다. 그중에는 레퍼토리 시스템이라고 해서, 해마다 반복되는 작품이 많았으면 좋겠다. '3월의 눈'이 비교적 많이 공연됐고, '혜경궁 홍씨'도 이번에 3번째 공연하려다가 중단이 되기도 했다. 얼마나 관객이 호응했느냐 보다는 대중적, 예술적으로나 새롭게 도전해볼 가치가 있느냐 없느냐를 기준으로 해서, 리바이벌하는 레퍼토리를 많이 개발해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그중의 하나가 '더 파워'였다.

'이영녀'도 그런 작품이다. '이영녀'는 중국에 가서 공연하게 될 것 같다. 이런 연극은 연극의 역사, 교육적 차원에서도 계속 공연될 의미가 있는 작품이다. 국립극단으로서의 의무감이다. 바람직하기는 3분의 1 정도는 재공연하는 작품으로 구성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운영상 쉽지 않다. 단원이 계속 잘 될 수 있어야 가능하다. 여러 조건에서 장애가 있다.

   
▲ 연극 '이영녀'의 한 장면 ⓒ 문화뉴스 전주연 기자

또한, 내년엔 '해방과 구속'이라는 올해의 테마를 이어 해방된 자만이 할 수 있는 '도전'을 기획 방향으로 잡았다고 들었다.
ㄴ 내년에는 연극미학적 실험을 많이 해볼까 한다. 관습에서 탈피한 새로운 연극들을 많이 해볼까 한다. 그것이야말로 '도전'이다. 익숙한 관습에 도전하는 것이다. 내년 1월 10일부터 시작하는 셰익스피어의 '겨울이야기'부터 파격적인 내용이다. 정통 셰익스피어가 아니기도 하고, 새로운 형태이기도 하다. 이처럼 새로운 연극 형식에 대한 답사, 탐험으로 초점을 맞추고 있다.


▲ 문화뉴스 독자들에게 감사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김윤철 예술감독

문화뉴스 양미르·장기영 기자 mi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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